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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안 하고 보도한 K방역 홍보비
[언론윤리] 사실관계 확인
2020년 12월 31일 (목) 11:36:15 박두호 기자 dooh5@naver.com

K방역 홍보비 1,200억 원?

<중앙일보>는 지난 12일 1면 “K방역 자찬하다가 ‘3무 위기’ 맞았다”에서 “정부가 1200억 원을 들여 K방역 홍보에 여념이 없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도  14일 1면 “무너진 K방역, 이젠 국민 각자가 방역사령탑이다” 기사에서 “정부는 K방역 홍보에만 1200여억 원을 썼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 김성수 편집국 부국장도 16일 31면 “[서울광장] 이유 아는 민심이반, 해법도 나와야” 오피니언면에 실린 칼럼에서 “K방역 홍보에만 1200억 원을 넘게 썼지만, 방역선진국에서 방역실패국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썼다.

   
▲ 12월 14일 <조선일보> 1면. ⓒ <조선일보>

‘1,200억 원’의 근거는 무엇일까

세 보도에서 1,200억 원이라는 수치의 근거는 나오지 않는다. 이 수치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국민일보>는 지난 6월 8일 “코로나 종식 선언 뉴질랜드… N-방역을 아시나요?” 기사에서 “정부는 K-방역 홍보를 위해 올해 1003억의 본 예산과 238억 원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국민일보>는 K방역 홍보비를 약 1,200억 원이라고 보도하는 근거를 제시한 것이다.

   
▲ <국민일보>가 K방역 홍보비라고 주장한 2020년 3차 추가경정예산안 내역. 보라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해당 예산이다. ⓒ 국회예산정책처

실제로 올해 6월 26일 국회예산처가 발표한 ‘2020년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외교부의 추경 내역을 살펴보면, 인도적 지원(ODA)의 2020년 본 예산 1,003억 원에 238억 원이 추가 편성돼 총 1,241억 원이 배정돼 있다. 이는 <국민일보>가 보도한 수치와 일치한다. 하지만 <국민일보>의 주장처럼 이 예산은 K방역 홍보비에만 사용되지 않는다. 인도적지원(ODA) 예산의 96%를 차지하는 해외긴급구호는 해외에서 자연재해, 분쟁 등 재난이 발생하면 지원하는 사업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에서 확산돼 3차 추경에 포함된 것이다.

2020년 본 예산 확정은 2019년 12월 10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생기기 전이고, K방역이라는 단어도 만들어지기 전이다. 인도적 지원(ODA) 예산은 매년 있던 예산으로 인도적 지원으로 한국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효과는 있지만 이 예산 전체를 K방역 홍보비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 2020년 조달청의 3차 추경안 가운데 K방역 홍보와 관련한 예산. 보라색으로 표시한 14억 2천만 원이 실제로 K방역 홍보비 관련 예산이다. ⓒ 국회예산정책처

K방역 홍보비용은 조달청에서 ‘K-방역 해외조달시장 진출통합 지원’ 항목으로 14억 2천만 원이 추경 항목에 포함됐다. 조달청은 “전 세계로부터 K-방역 물품 공급 요청이 증가되고 있어 의료·보건 산업의 해외조달시장 진출을 지원하고자 신설”했다고 밝혀 이 예산 중 일부가 K방역 홍보에 쓰인 것을 알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해외 홍보 콘텐츠’ 예산은 104억 원에서 18억 원이 추가돼 122억 원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 예산 중 K방역 홍보에 사용된 예산은 1억 원이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1,200억 원이라 보도한 내용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정부는 3차 추경이 포함된 특허청의 137억 원의 예산도 K방역 홍보비가 아니라고 말했다. 특허청은 16일 보도자료에서 “K방역 세계화 사업으로 분류된 특허청의 지식재산 창출지원도 홍보 목적보다는 방역 인프라 구축과 우리 기업의 수출 판로 지원 사업”이라며 “한국 중소기업의 해외 지식재산 권리 등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홍보예산이 아님”이라고 밝혔다. 언론사들이 다른 언론사의 보도를 받아쓰기 전에 정부에 사실 확인을 해봤다면 적어도 1,200억 원이라는 수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주호영 원내대표 발언을 받아쓰기 한 언론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당 코로나19 대책 특별위원회 긴급회의에서 “우리는 1,200억 가까운 홍보비로 K방역 자화자찬에만 몰두했다”고 말했다. 많은 언론사들이 ‘1,200억 원’이라는 주장의 근거를 확인하지 않고 주호영 원내대표 발언을 그대로 보도했다.

   
▲ 주호영 원내대표의 “K방역 홍보비 1,200억 원” 관련 발언을 그대로 보도한 주요 언론사 기사 목록. ⓒ 박두호

언론 윤리에 명시된 ‘사실 확인’

서두에 언급한 <조선일보>, <중앙일보>, <서울신문>의 기사에서 보도한 “K방역 홍보비 1,200억 원”은 사실이 아니다. 근거도 없는 ‘홍보비 1,200억 원’설이 퍼진 과정을 순서대로 보면 이렇다. 먼저 <국민일보>가 6월 8일에 보도한 “정부는 K방역 홍보를 위해 올해 1003억의 본 예산과 238억 원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는 내용은 12월 12일 <중앙일보>를 통해 “정부가 1200억 원을 들여 K방역 홍보에 여념이 없었다는 비판”으로 세부적 근거는 없어지고 1,200억 원이라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그 뒤 13일 주호영 원내대표의 발언이 나오고, 14일 <조선일보>은 “정부는 K방역 홍보에만 1200여억 원을 썼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했다. 16일 <서울신문>도 “K방역 홍보에만 1200억 원을 넘게 썼지만”이라며 확인된 사실처럼 기사를 썼다.

기자가 기본적인 수치를 모두 확인할 수는 없더라도 핵심적인 내용은 반드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처음 보도된 뒤로 시간이 갈수록 정확성이 높아져야 하지만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다른 언론사 보도 내용을 그대로 옮기다 보니 흐릿한 내용이 확인된 사실로 둔갑해버렸다.

주호영 원내대표의 발언을 그대로 옮긴 언론 보도도 그렇지만, 특히 이들 세 언론사의 보도는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잘못된 보도로 한국기자협회의 윤리 규범에도 어긋난다.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2조에는 “우리는 뉴스를 보도함에 있어서 진실을 존중하여 정확한 정보만을 취사선택하며, 엄정한 객관성을 유지한다”고 나온다. 이 윤리강령의 실천요강은 “기자의 제1사명이 공정보도임을 명심하고,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진실보도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언론사들은 객관적 사실을 찾으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주호영 원내대표의 발언을 반론이나 검증 없이 그대로 옮긴 보도 역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다.

<조선일보> 윤리규범 제2장 확인보도에서 제1조는 ‘사실 확인’이다. 1항에 “확인된 사실을 기사로 쓴다. 사실 여부는 공식적인 경로나 복수의 취재원을 통해 확인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조선일보>의 K방역 홍보비 오보는 이 조항을 어겼다.

   
▲ <조선일보> 윤리규범 제2장 확인보도. ⓒ <조선일보>

잘못된 보도를 한 뒤 후속 조치도 중요하다. 한국기자협회 언론윤리 실천요강 제2조 10항에는 “회원은 오보가 발생했을 때는 잘못을 솔직하게 시인, 가능한 빨리 이를 정정보도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조선일보> 언론윤리 규정 5장 2조에도 “오류의 가능성에 대한 지적을 수용하고 확인한다”, “정정보도는 가능한 빨리 처리한다”, “정정보도의 경우 정정 내용뿐 아니라 그것이 정정이라는 사실을 밝혀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조선일보>와 달리 <중앙일보>와 <서울신문>은 자사의 언론윤리 규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사회적으로 언론의 신뢰도가 낮은 상황에는 언론의 부실한 윤리도 한몫하고 있다. 독자들에게 신뢰를 주려면 보도에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언론사는 스스로의 윤리 기준을 명확하게 공개하고 소속 기자들은 이를 엄정하게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신뢰 확보를 위한 출발점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오보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확인조차 하지 않아서 생긴 오보는 ‘불가피하게 생길 수도 있는 오보’가 아니다. 특히 오보를 낸 언론사는 사실관계 확인을 소홀히 한 부분을 인정하고 신속하게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아야 한다. 이미 많은 시민들이 잘못된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였다.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이 쓴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에 나오듯 저널리즘의 최우선적인 충성 대상은 시민들이다. 오보를 낸 언론사는 시민들이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신들이 잘못 전달한 정보를 바로잡아야 한다.


편집 : 이성현 PD

[박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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