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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사용료 '못 낸다'는 넷플릭스
[미디어비평] 해외 콘텐츠 공급사 '무임승차 방지법'
2020년 11월 20일 (금) 21:34:25 강주영 기자 juyo9642@naver.com

넷플릭스 법이 이슈다. ‘서비스 안정화법’ 혹은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이라 불리는 이 법은 넷플릭스를 포함한 훌루, 아마존 프라임 등 해외 콘텐츠 공급사에도 인터넷망 사용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취지다. 국내 콘텐츠 공급사는 망 사업자들에게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트래픽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해외 콘텐츠 공급사들은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다. 이에 공정성 논란이 일면서 전기통신사업법을 일부 개정하는 '넷플릭스 법 시행령안'이 지난 9월 입법 예고 됐고 13일 규제개혁위원회 심의도 통과했다. 하지만 넷플릭스 법이 시행되더라도 해외 콘텐츠 공급사에 대한 망 사용료 요구가 어렵게 될 실정이라며 통신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는 망 사용료 문제로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 SBS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놓고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 합의를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하자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지불할 이유가 없다며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공급사가 별도로 망 사용료를 낼 의무가 없고 전송료는 지급하지 않는 것이 기본원칙”이며 “어느 국가에서도 정부와 법원이 전송료 지급을 강제하는 경우는 없다”고 주장한다. 전송료를 추가 부담하는 것은 망 중립성 원칙을 해친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통신사가 주장하는 망 사용 대가가 필요한 이유

개정안은 ‘해외 콘텐츠 공급자도 국내 콘텐츠 공급자와 마찬가지로 망 품질 유지 의무'를 지도록 명시하고 있다. 전년도 말 3개월간 일평균 이용자 수가 100만 명 이상이면서 국내 총 트래픽 양의 1% 이상인 부가통신사업자가 적용 대상이다. 트래픽을 일정량 사용하는 콘텐츠 공급사라면 망 사용료를 내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 소비자가 지불하는 통신비를 통해 넷플릭스는 국내 통신사 망 이용료를 대신하고 있다. ⓒ KBS

넷플릭스는 미국, 프랑스 오랑주 등에선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 SK브로드밴드가 해외 콘텐츠 공급사도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어불성설은 아니다. 미국 워싱턴 연방 항소법원도 콘텐츠 공급사가 통신사업자 망을 이용하면 그 대가를 내야 한다고 판결했다. 지난달 23일 넷플릭스의 망 사용 무임승차, 세금회피 문제 등을 다룬 국정감사에서 과학기술방송통신위 박성중 의원은 “넷플릭스 코리아는 캐시 서버를 통해 세금을 피해 나가고, 법인세도 안 내고 망 이용료도 소송 중”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에는 없는 망 중립성

망 중립성은 트래픽 유발량과 무관하게 일정 수준의 비용을 부담할 경우, 모든 콘텐츠 공급사에 망 사용을 동등하게 허용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따라서 통신사는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고 차별 없이 다뤄야 한다. 망을 보유하지 않은 사업자도 같은 조건으로 망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망 사용료는 콘텐츠 공급사가 인터넷망을 이용한 대가로 통신사에 내는 요금이다. 망 사용료를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하면 △인터넷 연결에 따른 인터넷 전용회선 사용 요금 △서버와 인프라를 임대하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접속료 △이용자와 가까운 곳에 콘텐츠를 저장한 후 전송하는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접속료 △다른 통신사의 회선을 이용하는 상호 접속료 등이다. 통신사마다 과금 방식이 다르고 서비스에 따라 지불하는 금액도 달라진다.

여기서 망 사용료가 망 중립성과 부딪히는 지점이 있다. 종량제 때문이다. 트래픽 사용 비중에 따라 망 사용료를 다르게 매기는 방식이다. 국내 망 사용료 부과 기준은 트래픽 비중에 비례한다. 인터넷망에서 많은 데이터양을 사용하는 콘텐츠 공급사가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는 구조다. 이는 트래픽과 무관하게 일정한 수준만 부담하면 인터넷망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망 중립성에 위배된다.

한국에도 망 중립성이 필요한 이유

   
▲ 국내 망 이용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해외 콘텐츠 공급사는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국내 콘텐츠 공급사만 납부하고 있다. ⓒ KBS

트래픽 이용이 많든 적든 모두 동등한 값을 주고 망을 사용할 때 망 중립성이 성립된다. 망 중립성 개념을 처음 도입한 컬럼비아대학교 팀 우 교수는 “공중 정보 통신망의 유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모든 콘텐츠•사이트•플랫폼을 동등하게 대우하도록 네트워크를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망 중립성 개념을 가져온 이유는 인터넷을 하나의 언론 미디어로 보고 중립적 인터넷을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필수품으로 봤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열려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트래픽 비중이 크다고 망 사용료를 부과하라는 넷플릭스 법은 일단 망 중립성을 반대하는 논리가 된다.

한국 전기통신사업법에서 명시하는 망 사용료는 애당초 망 중립성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망 중립성 원칙을 배제한다는 걸 전제로 하면 국내 인터넷망 트래픽 비중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넷플릭스, 유튜브, 페이스북 등 해외 콘텐츠 공급자는 네이버, 카카오 등의 국내 콘텐츠 공급자들보다 훨씬 큰 비용을 내야 한다. 그러나 해외 콘텐츠 공급사가 자신의 회사가 속한 나라의 망 중립성에 따르길 주장한다면 망 접근료를 요구할 수는 있어도 국내 콘텐츠 공급자처럼 종량제로 내라고 할 수는 없다. 

통신사들은 넷플릭스 법 개정안이 후퇴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과기정통부 시행령안을 보면 정부는 전기통신서비스의 장애, 중단 등이 나타난 경우에만 품질 유지를 위한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해외 콘텐츠 공급자는 매년 서비스 안정 수단 확보를 위한 정보를 정부에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과도한 트래픽 쏠림이나 기술적 오류로 네트워크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만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꾸준히 트래픽 비중을 감시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일정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 경우 해외 콘텐츠 공급사는 망 사용료를 내지 않을 수 있다. 망 사용료를 꼬박꼬박 내야 하는 국내 콘텐츠 공급사에겐 억울한 일이다. 카카오는 전체 수입의 절반을, 네이버는 5분의 1을 망 사용료로 지불하고 있다.

9월 23일 김상희 국회부의장이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월부터 7월까지 전체 인터넷 트래픽은 433만4950만 테라바이트다. 올해 말에는 역대 최대인 800만 테러바이트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의 1.3배 수준이다. 데이터 사용량 폭증은 해외 콘텐츠 공급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6월 일평균 트래픽 현황을 보면 트래픽 발생량 상위 10개 기업 중 해외 콘텐츠 공급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73.1%다. 국내 콘텐츠 공급사인 네이버, 카카오 등의 데이터 유발량은 26.9%다. 구글(유튜브),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의 데이터 유발량은 국내 콘텐츠 공급사의 2.7배에 이른다.

인터넷은 공유재, 책임도 같이 져야

결국 망 중립성 이행이 전제되어야 한다. 망 중립성을 이행한다는 전제라면 망 사용료 부과 이유는 간단하다. 인터넷망을 이용하기 위한 접속료를 내는 것이다. 트래픽 비중의 73.1%를 사용하는 해외 콘텐츠 공급사는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망 중립성 원칙이 적용되면 해외 콘텐츠 공급사의 국내 인터넷망 트래픽이 확인되는 즉시 망 사용료를 지불해야 할 의무 대상이 된다. 해외 콘텐츠 공급사에 망 사용료를 부과하게 되면 국내 콘텐츠 공급사에 과도하게 부과하는 종량제 망 사용료를 줄일 수 있다. 이는 국내 트래픽 비중을 독점하는 해외 콘텐츠 공급사에는 부담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데이터 독점 균형도 맞출 필요가 있다. 

망 중립성을 국내에도 적용하게 되면 해외 통신사를 통해서 들어오는 콘텐츠 공급사는 국내에서 망 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한국 통신사로 콘텐츠가 전달되기 전에 자국에서 망 사용료를 지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캐시 서버를 사용하면 돈을 내야 하는 형식을 취할 수 있다. 캐시 서버는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콘텐츠 공급사가 외국에서 여러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국내로 콘텐츠를 한 번에 끌어올 수 있는 저장공간이다. 이럴 경우 캐시 서버에서 유통되는 데이터는 국내 인터넷에 내보내기 위해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 그러나 이 역시도 한계가 있다. 넷플릭스는 캐시 서버를 국내 통신사에 설치하는 대신 망 사용료를 면제받았기 때문이다.

   
▲ 넷플릭스는 망 사정 고려 없이 화질별 요금을 달리한다. 트래픽 비중에 따라 화질이 달라져 소비자는 요금에 맞는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 KBS

통신사가 확장한 인터넷망을 어떤 경로로든 활용한 국내·외 콘텐츠 공급사와 이용자는 망 중립성에 근거해 접속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망 사용료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내 인터넷망에서 트래픽 이용이 꾸준히 확인될 수 있는 정보수집이 필수다. 현 시행령안으로는 해외 콘텐츠 공급사의 망 이용에 대한 정확한 수치를 집계하기 어렵다. 이를 추적할 수 있는 법적 감시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망 중립성은 ‘인터넷은 공짜’라는 주장이 아니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모두가 동등한 품질과 가격으로 표현의 자유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유재인 인터넷망을 이용하기 위해 사용료를 지급하는 논리로 봐야 한다. 인터넷망에 참여하는 모두는 품질 개선에 피해를 줄 때를 대비해 함께 품질 유지 및 향상에 기여해야 한다. 국내 통신사들은 망 품질 의무에 대해 현행법이 통신사에게만 그 부담을 지우고 콘텐츠 공급사에는 아무런 책임을 지우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최근 코로나 이후 폭증한 트래픽으로 망 품질이 저해됐다는 점에서도 콘텐츠 공급사가 그 책임을 일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 접속을 위해 이용료를 내는 이용자뿐만 아니라 국내·외 콘텐츠 공급사도 망 이용료를 납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망이라는 도로에서 교통체증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참여자가 그 책임을 나눌 때 망 중립성이 성립된다. 지역별 거점을 두고 망을 관리하고 확장해온 통신사는 망 품질 유지를 위해 모든 사용자로부터 적정한 보상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인터넷은 공짜가 아니다.


편집 : 김은초 기자

[강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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