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쟁점] 잡히지 않는 허위조작정보, 규제 가능할까

종종 청소년도 뉴스 생산 주체가 된다. 바로 허위조작정보 얘기다. 해군특수전단 유튜버 이근 대위에 대해 허위조작정보를 퍼뜨린 사람 중 중학교 3학년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해당 청소년은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의 콘텐츠 ‘가짜사나이’ 갤러리 관리자였다. 해당 사실은 ‘갤러리 관리자들이 지속적으로 갤러리의 글을 검열해왔다’는 갤러리 부 관리자의 폭로로 드러났다. 그가 폭로한 내용 가운데 갤러리 총 관리자가 중3이라는 사실이 포함되어 있었다. 갤러리 관리자들이 갤러리 내 긍정적인 글은 삭제하고 부정적인 글만 남겨두는 방식으로 의도적으로 여론을 한쪽 방향으로 유도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에 관한 허위조작정보도 있었다. 지난 1월에는 고등학생이 지상파 방송국 로고를 합성해 “수원에서 ‘우한폐렴’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허위조작정보를 만들어 퍼뜨렸다.

모두 당사자가 사과를 한 것으로 끝났지만, 허위조작정보를 만든 동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난’, ‘재미’ 등 가벼운 단어가 눈에 뜨인다.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것의 파급력을 고려하지 않고 놀이수단의 일부로 보는 시각은 허위조작정보 확산에 기여한다.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외치는 정부의 외침과 동떨어져 있다.

‘가짜뉴스’ 아닌 ‘허위조작정보’

‘가짜뉴스’라는 말 자체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뉴스는 정확하고 공정하고 신속한 정보를 전달한다. 이 점에서 사실이 아닌 뉴스는 ‘가짜뉴스’가 아닌 ‘허위조작정보’라고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가짜뉴스’라는 말은 자신에게 불리한 언론 보도를 무책임하게 공격하는 표현으로 많이 쓰이고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정보’라는 단어도 뉴스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는 진실과 사실을 품고 있는 개념으로 사용되어왔다. 결국 ‘허위조작’정보나 ‘가짜’뉴스 모두 완전히 적합한 표현은 아닌 셈이다. 아직 이들을 대체할 마땅한 표현이 없기 때문에 악의적이고 잘못된 내용을 전파하는 것을 뜻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허위조작정보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허위정보 또는 오해를 부르는 정보다.

가짜뉴스를 대신할 개념으로 ‘허위정보’가 제시되기도 한다. 영국은 공식적으로 ‘페이크뉴스’라는 용어 사용을 금지하고 ‘허위 정보(mis-information)’와 ‘기만적 허위 정보(dis-information)’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로 했다.

▲ ‘가짜사나이’ 갤러리 관리자의 사과문. ⓒ 이근 대위 유튜브 캡처

돈벌이에 활용되는 허위조작정보

트럼프 뉴스는 돈이 됐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을 흔든 허위조작정보 사태의 진원지는 마케도니아에 위치한 벨레스라는 소도시다. 이곳에서 친트럼프 성향의 악의적 허위조작정보가 쏟아졌다. 범인들은 대부분 이 도시에 거주하는 10대 후반 청소년들이었다. 이들은 미국 극우 성향의 엉터리 뉴스사이트나 SNS의 글을 긁어모아 적절히 짜깁기해 허위조작정보를 만들었다.

벨레스의 청소년들이 친트럼프 성향의 뉴스를 생산한 이유는 단순했다. 그들이 도널드 트럼프에 호의적이고, 힐러리 클린턴에 악의적이어서가 아니다. 그들은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든지 상관하지 않았다. 단지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지지선언을 했다”가 뉴스콘텐츠 시장에서 장사가 잘됐고, “힐러리 클린턴, ISIS에 무기 판매”가 돈이 됐다. 시장 논리에 따라 뉴스가 유통되는 과정에서, 교황이 피해자로 이름을 올리게 될 것은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 대선 당시 후보나 후보 가족과 관련한 허위조작정보가 크게 증가했다. 허위조작정보들은 공통점을 보인다. 영역은 달라도 대부분 ‘혐오, 선동, 무슬림, 여성, 유대인’과 같은 자극적인 코드를 담고 있다.

허위조작정보가 확산되는 이유 중 하나로 수용자들의 확증편향이 제시되기도 한다. 개인은 기사의 출처나 정확성보다 자기 주장의 근거가 되는지를 기준으로 뉴스를 보는 경향이 있으며, 뉴스의 홍수 속에서 정보를 선택적으로 인지하고 수용한다는 것이다. 시간은 한정돼 있고 뉴스는 범람한다. 허위조작정보는 직, 간접적으로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일부 퇴직 언론인 유튜브 방송이 허위조작정보 만들어

허위조작정보를 생산하고 유포하는 대표주자는 퇴직 언론인의 유튜브 방송이다. 유튜브 채널 <진성호 방송>은 2019년 4월 4일 신문의 날 행사가 있던 날 발생한 강원도 산불 진압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5시간 동안의 행적’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진성호는 조선일보 기자 출신으로, 국회의원을 지낸 인물이다. 진성호의 방송 이후 이언주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과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은 산불이 발생한 뒤 5시간 후인 4월 5일 새벽 12시 20분에야 대통령이 국가위기관리센터를 방문했다며 ‘강원산불 늦장 대처 의혹’에 합류했다. 조원진 의원도 문재인 정권서 산불이 유독 많은데 재난관리에 나사가 빠졌거나 술에 취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신문의 날 행사를 마치고 언론사 사장과 술을 마셨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청와대는 이후 해당 정보를 유포한 사람들을 대거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퇴직 언론인들이 운영하는 유튜브에서 생산·유포되는 허위조작정보의 경우 그들이 이전에 근무했던 언론사처럼 게이트키핑 과정을 거치고, 데스킹 과정이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걸러졌을 가능성이 크다. 스스로 허위성을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데스킹 과정에서 객관성과 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들이 삭제되거나 바로 잡혔을 것이다.

▲ 유튜브 채널 <진성호 방송> 페이지. ⓒ 유튜브 캡처

퇴직한 언론인들과 일반 1인 미디어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허위임을 인식하고 있거나 허위일 가능성이 있지만 데스킹이 없다는 점이다. 다만 퇴직 언론인들이 생산해서 유통하는 허위조작정보의 경우 전직 언론인이라는 지명도를 활용하고 있고 뉴스 기사로서의 외관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비전문직 1인 유튜버들이 만든 허위조작정보와 차이가 있다.

법적 규제보다는 기술적, 자율적 규제부터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규제는 조심스럽다. 고의적인 허위표현도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하는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결정을 통해 “표현의 자유는 정신 활동의 자유로서 사상 또는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과 그것을 전파할 자유로서 개인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유지하고 행복을 추구하며 국민주권을 실현하는데 필수불가결하며 오늘날 민주국가에서 국민이 갖는 가장 중요한 기본권의 하나”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자칫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규제가 국민의 기본권과 민주주의를 침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허위조작정보를 생산하는 주체에 따라 책임을 물으려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현재 국회에서 추진 중인 징벌적 손해배상제에는 유튜버가 포함되지 않는다. 법무부가 내놓은 상법 개정안에 '상인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상인은 손해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상법상 '상인'이라면 어떤 분야든 최대 5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상인은 상법상 개념으로 영리행위를 하는 주체이다. 언론사의 경우 기업 형태로 상법상 '상인' 개념에 들어간다. 실제로 법무부는 이번에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악의적 위법행위 중 하나로 언론사의 허위조작정보를 적용 대상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유튜버의 경우 각 채널별로 상인에 포함될 수 있을지 모호하다. 대부분의 개인 유튜버들은 기업 형태가 아니다. 채널 내에서도 시청자들이 보는 콘텐츠마다 채널 관리자가 광고 설정을 달리할 수 있다. 관리자가 각 영상별로 수익화 여부를 개별적으로 결정하는 구조다. 영상이 나간 뒤에는 언제라도 그 수익화 옵션을 삭제하고 수익을 내지 않도록 설정을 바꿀 수 있다.

페이스북은 2017년 9월 총선을 앞둔 독일에서 허위조작정보 필터링 테스트를 실시했다. 필터링 테스트는 간단하다. 이용자가 허위조작정보를 신고하면 비영리 언론기관 ‘코렉티브’에서 팩트체크 과정을 거친다. 허위조작정보로 판별될 경우 이용자가 뉴스 콘텐츠를 공유할 때 경고 알림이 뜬다. 검색 알고리즘에서도 제외했다. 구글도 2017년 ‘크로스체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언론사, 대학, 비영리기구, IT분야의 기업 등 47개의 파트너와 협력했다. 제휴 언론사들은 페이스북이 개발한 허위조작정보 차단 도구를 이용해 이용자들이 올리는 뉴스 기사를 검증했다.

▲ 2017년 프랑스 대선을 둘러싼 허위조작정보에 대응하기 위해 '크로스체크' 프로젝트를 했다. ⓒ 인터넷 캡처

자율적 규제로는 팩트체크, 소셜 미디어 사업자의 자율규제, 미디어 리터러시 등이 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규범적 대응보다는 자율적 대응을 주로 채택하고 있는데, 소셜 미디어 사업자가 사적검열을 하게 된다거나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즉각적 위험이 있어도 공권력의 신속한 동원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자율적 규제는 국가 개입을 최소화하고 민간 차원에서 자율적 판단에 맡겨 합리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사실인지를 제대로 검증하고 보도할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하다.

언론, 시민들의 능동적인 팩트체크 필요

시사 이슈를 주로 다루는 전문 유튜버들이 증가하면서 이들을 새로운 언론 중 하나로 여기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유튜버들이 법적 규제를 받는 ‘상인’에 포함될 것인지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유튜브 역시 사람들이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는 공간이기에 규제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또한, 유튜브처럼 허위조작정보 제작 장소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개인이 생산하는 허위조작정보는 법적 책임을 묻기보다 언론사의 능동적인 팩트체크로 해결해야 한다. 언론사가 사회에서 화제가 된 개인의 발언을 팩트체크하는 방법이 있다. KBS 유튜브 채널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에서는 민경욱 전 의원이 제기한 부정선거 의혹 팩트체크, 코로나19와 관련한 허위조작정보를 짚어보는 영상을 제작했다. 허위조작정보가 각종 뉴미디어 채널을 통해 확산되는 만큼 언론사에서 뉴미디어 채널을 통해 허위조작정보를 팩트체크해주는 것은 의미가 있다. 물론 유튜브를 통한 근거 없는 주장을 전통 언론이 팩트체크하는 것 자체가 자칫 그런 엉터리 주장을 확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유념할 필요가 있다.

허위조작정보가 유행하기 전에도 언론의 본질적인 역할은 팩트체크였다. ‘정확한 정보를 확인해 사람들에게 알린다’는 언론의 기능은 외부 환경이 바뀌어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이 본연의 기능을 언론이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 허위조작정보는 더 확산될 수 있다. 기성 언론의 낮은 신뢰도가 허위조작정보가 유행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는 지적도 있다. 주류 언론이 팩트체크와 함께 신뢰받는 보도를 이어간다면 사람들은 허위조작정보를 보더라도 ‘기성 언론의 보도내용’을 판단의 준거점으로 삼아 진실과 허위를 판단할 수 있다. 언론 본연의 임무를 어떻게 수행하는지가 허위조작정보 문제 해결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편집 : 신현우 PD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