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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국민의 방송'이 될 수 있을까
[미디어비평] 공영방송 거버넌스 논란
2020년 11월 27일 (금) 20:00:05 신현우 PD shw0746@naver.com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방송 KBS 한국방송”

KBS 로고송 가사는 KBS를 ‘국민의 방송’이라고 표현한다. KBS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KBS의 주권은 시민과 시청자에 있고, 모든 권력은 시민과 시청자로부터 나온다”고 말한다. 공영방송이라는 KBS의 지위는 방송법에 근거한다. 이 법은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를 정착시키고 국내외 방송을 효율적으로 실시하기 위하여 국가기간방송으로서 한국방송공사를 설립한다’고 돼있다. 이 법은 또 ‘방송의 목적과 공적 책임,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실현’하는 KBS의 공적 책임을 제시하고, ‘공사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공사 경영에 관한 최고의결기관으로 이사회를 둔다’고 규정해 놓았다.

   
▲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자신을 '한국인의 중심 채널'이라고 정체성을 강조한다. ⓒ KBS

2008년 7월 이명박 정부 당시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 KBS를 ‘정부산하기관’으로 표현해 논란이 됐다. 전문가들이 ‘공영방송’과 ‘국영방송’도 구별하지 못한다며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공영방송 KBS는 국영방송 K-TV와 다르다며 박 수석을 비판했다. 공영방송은 정부가 소유하여 직접 통제하는 국영방송과 다르다. KBS는 이름은 '공사'지만 공공기관도 아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한국방송공사는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수 없다. KBS 홈페이지 소개처럼 KBS는 국가가 아닌 시민이 소유한 공영방송이다. 공영방송은 ‘공정성과 공익성을 실현’하고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국가 권력으로부터 독립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나눠 갖는 KBS 이사회는 시민의 대표인가

문제는 ‘KBS가 정말 시청자, 시민의 것인가’라는 의문에서 시작한다. KBS가 광고 대신 수신료로 운영된다는 점에서는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KBS의 의사결정 구조를 살펴보면 ‘그렇다’고 대답하기 힘들다. 방송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이사장을 포함하여 11명으로 구성하며,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공사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설치한 의사결정 기구가 이사회다. 하지만 이사회는 관행적으로 여권 추천 인사 7명과 야권 추천 인사 4명으로 구성한다. 시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이사를 추천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물을 수 있다. 이사회가 자신을 추천한 정치권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문제가 없다.

대통령에서 방송통신위원회, KBS 이사회, KBS 사장으로 이어지는 거버넌스와 여권 추천 인사가 이사회의 7명을 차지하는 관행에 따르면 KBS는 정부·여당에 지배될 수밖에 없다. KBS 이사회의 정파성 논란은 정권과 상관없이 제기됐다. 보수 진영은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공영방송을, 진보 진영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공영방송을 정부의 선전 도구가 되었다고 비판했다. 미디어 전문가 집단도 KBS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정치를 꼽았다. 2018년 6월 디지털콘텐츠학회는 정부, 국회 등 종사자와 KBS 종사자, 시민운동가 등 184명을 대상으로 공영방송 제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조사한 결과 정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리커드 5점 척도 중 4점).

   
▲ 디지털콘텐츠학회는 네 개 집단을 대상으로 공영방송 제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인식을 조사했다. 응답자는 정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답변한 반면, 시민사회 참여의 영향은 적다고 했다. ⓒ 박종원, 이창형, 김광호

정치, 특히 정부·여당의 영향력이 큰 상황에서 KBS를 시민의 방송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정준희 중앙대 교수는 현행 제도가 공영방송 거버넌스와 운영에 침투된 정치적 후견주의를 제어하지 못했다고 분석한다. 공영방송 거버넌스는 ‘의지의 대행자’가 각 진영을 대변할 뿐 일반의지 구현을 위한 협치의 메커니즘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로는  KBS 이사회가 정치로부터 독립적이지 않고, 시민을 위한 공공성과 공익성을 실현하기도 힘들다.

문제의식만 있는 게 문제

KBS 이사회 구성과 운영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있었다. 16대 국회부터 발의된 이사회 구성 관련 방송법 개정안을 보면 이사회의 정원을 증원하고, 이사회 구성에서 여야 간 비율을 가능한 대등하게 하며, 이사의 결격 사유 강화와 이사회 회의 공개라는 방향성에서 여야간 거의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이사회 구성 방식에 관해서는 모두 여야 추천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이사회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지속하려는 국회 공동의 이해관계도 공유하고 있다.

KBS 이사회의 정파성을 극복하는 방안과 함께 시민의 대표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2018년 9월 방송의 독립성 및 공익성 제고를 위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설치한 방송미래발전위원회는 공영방송 이사회의 정파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사 선임 때 중립지대 이사를 포함하여야 한다는 정책제안서를 제출했다. 여야 추천 방식이 아닌 학술·직능·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로부터 후보를 추천받거나, 공개 추천 과정을 거쳐 이사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다양성 확보를 위해 KBS 이사회 정원을 13명으로 증원하자는 제안도 포함됐다.

제21대 국회에 방송미래발전위원회의 제안과 유사한 법안이 발의돼 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이사회 정원을 13명으로 늘리고 여당이 7명, 야당이 6명의 이사를 추천하여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한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박 의원 안과 같이 이사를 13명으로 늘리지만, 공사와 공사 소속 구성원들, 방송 관련 학계 및 시민단체 등이 추천하는 사람이 전체 이사진의 2분의 1 이상이 되도록 하는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KBS 사장추천위원을 무작위로 선발된 국민 50%와 KBS 구성원 50%로 구성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시민단체와 언론단체의 개입을 통해 시민의 대표성을 강화한 방안이다.

“KBS를 시민의 품으로”

올해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BS뿐 아니라 MBC와 EBS의 사장과 이사를 국민추천제도로 임명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시민 100명이 참여하는 ‘이사후보추천국민위원회(가칭)’를 구성하고, 사장 선출은 ‘국민위원회’ 투표와 이사회 검증을 거쳐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사회 검증 시에는 특별다수제를 적용한다. <미디어오늘>은 ‘[단독] 국민이 KBS·MBC 사장 뽑는 법 나온다’ 기사에서 이 법안을 지금까지 나온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 법안 중 가장 전면적인 변화를 담은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 11월 12일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382회 국회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을 담은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 법제처 정부입법지원센터

KBS는 ‘KBS의 주권은 시민과 시청자에 있고, 모든 권력은 시민과 시청자로부터 나온다’는 공영방송 철학을 'KBS를 시민의 품으로'라는 슬로건으로 정리한다. KBS를 정치의 품에서 시민의 품으로 옮기는 일은 공영방송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정준희 교수는 한국 공영방송을 둘러싼 갈등의 중심에는 ‘저널리즘의 독립성’ 논란이 자리하고 있으며,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이 “공영방송 제도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안정성 확보를 가능케 하는 민주적 공고화 측면에서도 가장 중요한 가치 지향으로서 존재한다"고 말한다.

지난 20대 국회는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여러 안을 발의하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여야가 처리 기한까지 합의했지만 무산됐다. <미디어오늘> 보도는 현 정부의 남은 임기를 고려하면 지금이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변화시킬 마지막 시기라고 지적한다. 이번 국회는 정치적 이해득실을 넘어 KBS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줄 수 있을까? KBS의 주인인 우리가 모두 주목할 사안이다.


편집 : 강주영 기자

[신현우 PD]
단비뉴스 미디어콘텐츠부, 시사현안팀 신현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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