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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 출발은 인간주의부터
[단비발언대]
2020년 06월 30일 (화) 21:00:30 김성진 기자 ksj949773@gmail.com
   
▲ 김성진 기자

시위대를 ‘폭도’라고 비난한 톰 코튼 미 상원의원의 칼럼을 뉴욕타임즈는 결국 지면에 싣지 않기로 했다. 아무 의견이나 게재하는 게 언론의 기능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의견 가운데는 최소한의 인간주의도 지키지 않는 것들이 있다. 시위대를 ‘테러리스트’라 비난한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공론장’은 민주사회가 허용하는 ‘범위 안’의 의견만 수렴할 때 가치가 있다. 시위대에게 ‘폭도’니 ‘테러리스트’니 하며 기본적 인간주의도 지키지 못한 의견은 대화의 불씨만 꺼트릴 뿐이다. 사람들이 진지하게 대화하려면 이런 의견은 과감히 걸러야 한다.  공론장이 형성되면서 평화 시위를 촉구하는 조지 플로이드 동생의 목소리는 시위 양상을 차츰 바꿔나갔다.

이태원 클럽의 코로나 집단 감염을 보도할 때 한국 언론도 인간주의를 지키지 못했다. 클럽 앞에 수식어 ‘게이’를 꼭 붙여야 했나? 언론은 동성애자를 그저 분노의 대상으로 소비했다. 클럽이 동생애자 전용인지는 방역의 본질에서 벗어난 얘기다. 밀접한 접촉이 있었던 건 그 클럽이 ‘동성애자 전용’이기 때문이 아니다. 이성애자 클럽에서도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바 있다. 그들보다 동성애자가 더 큰 비난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동성애자 혐오 행위가 공공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 사회의 최소한 조건인 ‘차별하지 않는’ 인간주의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태원 감염’ 직후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적대감은 클럽을 출입했던 이들이 동선 공개·자발적인 코로나 검사에 선뜻 나서지 않은 악재로 작용했다. 일부 언론은 뒤늦게 오피니언 면에 ‘사실을 전했을 뿐’이라는 해명을 하며 여론의 비판을 피해갔다. 하지만 언론은 ‘사실’이라고 해서 무엇이라도 보도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바가 없다. 오히려 언론보도에 관한 법과 윤리는 사실이라고 해서 아무것이나 공개하다 인격과 명예를 해치는 행위에 대해 제한선을 그어놓고 있다. 당시 보도의 초점이 ‘동성애자’로 빗겨가면서 우리 언론은 방역 강화를 위한 공론장 형성에 한계를 드러냈다.

   
▲ 영국에선 지난 7일 일부 시위대가 흑인 8만여 명을 노예로 팔아넘긴 것으로 알려진 에드워드 콜스턴의 동상을 쓰러뜨렸다. Ⓒ KBS

인간주의는 인류 보편의 가치다. 조지 플로이드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밖 세계 전역으로 퍼진 것도 그 때문이다. 영국에선 시민들이 과거 노예상이었던 한 철학자 동상의 목에 밧줄을 걸고 넘어뜨렸다. ‘흑인의 삶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더 나아가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주의에 기초하지 않은 의견은 진실한 대화의 불씨를 꺼뜨리는 악재로 작용한다. 가령 우리 사회가 5.18 민주화운동 진실 규명에 힘쓰고 있는데 대뜸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일부 세력의 주장은 진실을 가리고 대화 불씨만 꺼뜨릴 뿐이다. 인간주의에 기초한 공론장 회복은 우리 사회에서 시급한 과제다.

미국 사회는 흑인 인종차별 문제를 공론장에서 해결하지 못했다. 흑인 사회만 별도로 인종차별 극복을 위한 대화의 공간을 꾸려나갔다. 흑인들끼리 쓰는 깜둥이(Nigger)가 대표적이다. 전 프로미식축구선수 임마누엘 아초는 “인종간 대화가 단절되니 흑인들끼리 ‘Nigger’를 애정의 표현으로 승화했다”고 말했다. 공론장이 닫힌 사회는 인종·종교 등에 따라 대화의 영역이 파편화한다. 진정한 사회 통합을 이루려면 모두가 최소한 인간주의는 갖추고 공론장에 임해야 한다.


편집 : 이정헌 기자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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