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 조한주 기자

많은 기업들이 공개 채용 지원자들에게 SNS 주소를 제출하라고 했던 적이 있다. 그 사람이 평소에 어떤 말을 하는지 등을 살펴보면 어떤 사람인지, 일을 어떻게 할 건지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사생활 문제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어떤 사람인지 판단할 때 언행이 중요한 기준이라는 점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국회의원을 볼 때에도 그렇다. 4년이라는 짧은 임기지만 그 자리의 중요도는 비교할 수 없이 크기 때문에 일반 회사원보다도 더 말의 중요성을 따져봐야 한다. 초선이든, 5선이든 국회에서는 같은 권한의 지엄한 헌법기관인데 초선이라고 막말을 실수로 봐줄 수는 없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제20대 국회 평가’ 조사에 따르면, 20대 국회가 가장 잘못한 일은 ‘막말 논란 등 수준 낮은 처신’이었다. 국회의원이라는 고위 공직자에게 바라는 만큼의 품위는커녕 일반인보다도 못한 ‘막말’이 20대 국회에게 가장 실망스러운 점이었다는 것이다. “종북 좌파가 만든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이라고 했던 김순례 미래통합당 의원이나 “문재인 대통령은 건망증과 치매 초기 증상”이라고 했던 김승희 미래한국당 의원 같은 초선 의원들은 이름을 알리려는 듯 상식을 벗어난 막말을 내뱉었다. ‘용감한’ 초선 의원의 언행은 매 국회 임기 초반마다 나온다. 호기롭게 나섰다가, 맞지 않아도 될 매를 맞는다.

▲ 2019년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었던 김순례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 KBS

정치판에서 초선의원은 좋게 말하면 장비, 나쁘게 말하면 화웅이 되기 쉽다.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관우가 “술이 식기 전에 상대를 처리하고 돌아오겠다”고 말한 뒤 바로 목이 날아갔던 그 비운의 인물이다. 화웅은 관우 이전에 많은 장수들을 처치했던 수준급 장수였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엔 주제도 모르고 날뛰다 관우라는 신장에게 순식간에 처리당한 멍청한 장수로 남았다. 우리 국회에서는, 노회한 정치인들이 무게를 잡으며 실리를 챙기는 동안, 많은 초선 의원이 때와 장소를 모르고 ‘열정적’으로 나서다 다음 국회에서 아무도 모르게 사라졌다. 일반 공무원이었으면 실수해도 끝까지 버티며 경험을 차곡차곡 쌓았겠지만, 이미 국민에게 밉보인 국회의원은 노련해지기도 전에 스스로 질려서 떠나거나, 강제로 여의도를 떠난다.

모처럼 초선 의원 수가 국회 절반을 넘겼다. 초선 의원이 이렇게 많은 건 역대 두 번째다. 과반의 초선의원 존재 때문에 ‘이번에야말로’ 국회가 바뀌길 바라는 국민이 많다. 보통 초선의원에게는 초심을 잃지 말라는 조언을 많이 하는데, 국회의원으로서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면 일단 국회에 남아 있어야 한다. 초선으로 끝나면 ‘초심’을 유지할 길이 사라진다. 지역구든 비례든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을 때는 자신이 국회에 들어가 해내고 싶은 정치적 목적이 있을 터.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내면서 국민의 신뢰를 먼저 쌓는 게 필요하다. 혹시라도 명성이 아니라 오명을 뒤집어쓸 수 있는 ‘막말’을 하라고 당이 종용한다 해도, 미래를 생각하며 고사했으면 좋겠다. 초선이지만 노련한 국회의원처럼, 국회의원으로서의 기본적인 품위는 가꿔가길 바란다.


편집 : 방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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