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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해운대역사, 보존과 철거를 넘어서
[기획] 기로에 선 공간들 ①
2020년 06월 13일 (토) 16:11:49 이정헌 권영지 기자 93jhun@gmail.com

[앵커멘트]

우리 주변에는 오랜 역사와 공공의 기억을 담고 있지만, 존폐 논란에 직면한 공간들이 있습니다.

공간의 역사적 가치를 둘러싼 논란, 효율과 이권을 좇는 개발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해법도 간단치가 않습니다.

저희 단비뉴스 취재팀은 그런 공간을 찾아 갈등을 조명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보존과 철거, 기로에 선 공간들>, 그 첫번째 장소로  "옛 해운대역 팔각정”을 이정헌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국내 제일의 백사장을 자랑하는 해운대 해수욕장입니다.

지난 해 여름 개장 시기에 1천99만명의 피서객이 방문했을 만큼, 대표적인 관광명소입니다.

이곳에서 북서 방향으로 나있는 구남로를 따라 550여 미터 떨어진 곳에 ‘기로에 서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부산 지하철 해운대역에 있는 ‘팔각정 지붕을 가진 옛 해운대 역사’입니다.

역사를 포함한 대지면적만 4,631㎡ - 1,400여 평에 이릅니다.

일제강점기 시절인 1934년 동해남부선 개통과 함께 건립된 뒤, 1987년 지금의 형태로 다시 지어졌습니다.

옛 해운대역은 현재 열차와 사람이 찾지 않는 폐역입니다.

2013년 철로를 복선화하면서, 해운대역이 북쪽 2.5km 떨어진 지점으로 이전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지하철 해운대역과 카페 거리인 해리단 길을 오가는 주민과 관광객들만이, 잠시 지나치는 장소가 됐습니다.

[인터뷰: 최문철(51∙해운대구 중동)]

"젊은 사람들이나 외국인이 뒤쪽의 해리단 길을 굉장히 많이와요. 요즘에 굉장히 많이 오고, 대부분 해운대역으로 와서 가기 때문에 대부분 여기서 찾는 거죠 어디로 가냐고 물어보죠."

[인터뷰: 김대원(23∙부산 민락동), 김수빈(23∙부산 민락동)]

"(해리단 길에) 뭐 먹으러 왔어요 … 옛날 해운대 역사 자리였던 걸로 알고 있어요."

폐역이 된 지 햇수로는 7년이지만, 그 동안 역사 터의 용도와 팔각정 역사의 존폐를 두고 시민과 지자체 간의 줄다리기가 이어져왔습니다.

해운대구청은 지난 해 옛 해운대 역사 터를 ‘문화공원’으로 변경하고, 시민 공원 조성과 함께 팔각정을 철거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시민단체의 반발에 직면했습니다.

[이지후 / 옛 해운대역사 보존 시민공원화추진연대 대표]

"동해남부선 중에서 유일하게 현재 하나 남은 팔각정 형상의 지붕 모양. 철거냐 보존이냐를 결정하기보다는 훗날 다음 세대인 우리 후손들이 이 가치를 결정할 수 있도록 다음 후손들에게 결정권을 주기 위해서는 꼭 보존을..."

철거보다는 보존을 택해 후속 세대가 건물의 존폐를 결정하도록 하자는 겁니다.

역사와 인접한 우1동 주민자치회에선 옛 해운대 역사를 철거까진 아니더라도 다른 위치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임순연 / 우1동 지역사회 보장협의체 위원장]

"철거가 아니라 이전을 한다고. 이전을. 광장으로 쓸 수 있는 자리가 그 자리 밖에 없기…"

그러나 부산시 도시공원위원회가 시민공원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팔각정을 철거하는 방안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놓았고, 해운대구도 ‘팔각정 철거 방침’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해운대구청 관계자(음성변조)]

“지금은 철거하겠다는 이야기는 앞으로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공원 조성이 우선이지 역사 건물을 뜯어내고 철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자체적으로 결정했습니다."

[홍순헌 / 해운대구 구청장]

"어떤 방향이든 서로 보존 방안에 대해 논의하자고 하면, 그 보존 방안에 대한 논의도 우리는 충분히 수용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철거 방침에 대한 시민 사회의 반발이 거세자, 해운대구청은 팔각정을 2분의1 크기로 다시 짓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철거’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김민정 / 부산시의회 의원]

”1/2로 축소하는 것은 없애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보존하는 방안 안에서 역사적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시민)공원 설계를 다시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한거죠."

전문가들은 보존과 철거 사이의 선택 문제를 떠나, 과거와 미래를 폭넓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김기수 / 동아대 건축학과 교수]

"무조건 없앤다. 아니면 남긴다고 이야기할 문제는 아니라는 거죠. 현존하는 건물들은 과거와 미래를 같이 생각해야 하는 의미가 있는 것이잖아요. … 과거와 미래의 가능성들을 많은 아이디어, 고민을 통해서 그 방법을 찾아야죠.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 같아요."

지난 해 11월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0% 이상이 “옛 해운대 역사를 보존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해운대구청도 ‘팔각정 역사’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논의의 중심이 ‘존폐 여부’에서 ‘보존 형태’로 옮겨가는 것은 다행스러워 보입니다.

하지만 옛 해운대 역사 터를 감싸고 있는 ‘폐선 부지’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철로가 있던 27,191㎡ - 8,200여 평에 이르는 땅을 시민공원화 하라는 게 시민들의 요구지만, 이 땅을 관리하고 있는 철도시설공단은 상업 개발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비뉴스 이정헌입니다.

(영상취재, 편집 : 권영지, 이정헌 / 앵커 : 권영지) 


편집 : 김성진 기자

[이정헌 기자]
단비뉴스 기획탐사팀장, 환경부, TV 뉴스부, 전략기획팀, 단비서재 관리위원회 이정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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