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배제된 선거] ① 인재 영입 큰소리, 청년 후보 4.7%

청년의 미래는 나라의 미래다. 정치권의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청년의 미래가 열리고 국민의 삶도 바뀐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주요과제는 상당수가 청년 문제라 할 수 있다. 취업난 청년주거 불공정타파 등 청년 문제를 해결하려면 청년인재들이 국회로 많이 진출해야 기득권에 파묻힌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다. 기성 정당들은 선거 때만 되면 ‘청년이 중요하다’며 ‘청년팔이’를 한다. 청년인재를 영입하고 청년정책을 발표하는 등 호들갑을 떨지만, 인재 영입은 말로만 끝나고 정책은 선거가 끝나면 실종되는 일이 되풀이된다.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가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정당별 청년인재 공천 실태와 청년정책을 비교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청년이 배제된 선거] 기획을 연재한다. (편집자)

“청년이 행복한 나라! 청년들의 목소리를 정치 사회제도에 반영하겠습니다.”(더불어민주당)

“청년 공정 희망! 청년이 미래, 희망을 꿈꿀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미래통합당)

▲ 여야 정당들은 작년말부터 본격적인 총선체제를 갖추고 청년표 확보를 위한 청년인재 영입에 나섰다. 12월 29일 더불어민주당이 ‘청년 정치’ ‘세대 교체’를 내세우며 영입한 청년인재 공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KBS
▲ 미래통합당은 2월 26일 국회에서 '2020 영입인사 환영식'을 열었다. ⓒ TV조선

21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당들이 경쟁적으로 ‘청년인재 영입’을 통해 ‘청년 문제’를 적극 해결하겠다고 큰소리쳤으나, 실제 총선 후보 공천 결과를 보면 공천 확정자 중 청년의 비중은 전체 공천자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7, 통합당 12, 정의당 9

<단비뉴스> 취재팀이 25일 여야 주요 3개 정당인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정의당의 지역구 공천 결과를 분석해보니, 3당의 전체 공천자 584명 중 20~30대(만18~39세) 청년후보는 28명으로 전체의 4.7%에 그쳤다. 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 공천자 253명중 청년후보가 최연소 공천자인 경기 의정부시갑 지역구 오영환(32) 후보 등 7명으로 3%에 불과하다.

미래통합당은 253명(호남 19개 미결정 지역 포함) 중 청년후보가 경기 광명시을 지역구 김용태(29) 후보 등 12명으로 5%, 정의당은 공천자를 낸 78개 지역구 공천자 중 서울 중랑구갑 지역구 김지수(26) 후보 등 9명이 청년후보로 전체의 12%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나마 청년후보 7명이 모두 30대이고 20대는 한 사람도 없고, 미래통합당도 청년후보 13명 중 1명만 20대이고 나머지는 모두 30대이다. 정의당은 청년후보 9명 중 20대가 4명, 30대가 5명이다.

▲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정의당 지역구 청년 후보 명단. ⓒ 윤상은

각 당의 비례대표 공천자 수는 연동형비례대표제에 따른 위성정당 난립으로 공식 집계하기는 어려우나 정치권에서 대체로 알려진 위성정당별 공천 결과를 보면 역시 청년비중은 높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34명 공천자 중 6명이 청년후보이고 열린민주당은 비례대표 공천자 19명 중 20-30대 청년은 한 사람도 없다.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비례대표 공천자 40명 중 청년은 4명이다. 정의당은 비례대표 공천자 26명 중 청년이 전체의 31%인 8명으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정의당 지역구 청년 후보 중 20, 30대 비율. ⓒ 윤상은

비례후보 115명 중 당선안정권은 7명

하지만 비례대표의 경우 각 당의 지지율을 토대로 추정한 당선안정권에 들어간 청년후보 숫자는 이보다 훨씬 적다. 더불어시민당의 경우 당선안정권인 20번 안에 들어간 청년후보는 신현영(39) 용혜인(29) 전용기(28) 세 후보뿐이다. 미래한국당도 비례대표 공천을 받은 청년후보는 4명이지만 당선안정권인 20번 안에 들어간 후보는 김예지(39) 지성호(39) 후보 둘뿐이다. 정의당은 류호정(28) 장혜영(33) 후보 등 두 청년후보만 당선안정권에 배치됐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3개 위성정당과 정의당의 비례대표 공천자 115명 중 당선안정권에 들어간 청년후보는 7명으로 전체 공천자의 6%에 지나지 않아 지역구의 청년후보 비율과 큰 차이가 없다. 여야 정당들이 저마다 청년후보들을 영입해 청년들의 목소리를 정치 사회 국정 전반에 반영하겠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현역의원과 기성정치권이나 기득권층 인사들을 대거 공천하고 청년후보들은 '공천을 했다'는 구색 갖추기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문 것이다.

영입해 놓고 상당수 탈락시켜  

이런 현상은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등 양대 정당에서 눈에 띄게 나타난다. 두 당은 인재 영입 과정에서 영입한 청년인재들을 공천과정에서 상당수를 탈락시키거나 배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0명을 영입하면서 30대 청년 4명을 끌어들였으나, 실제 공천을 받은 사람은 경기 의왕∙과천시에 공천을 받은 이소영(35)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후보 21번을 받은 이소현(37) 둘뿐이다. 나머지 두 사람 중 국내 방위산업 분야 전문가인 최 아무개(39) 교수는 고향인 충남 천안병지역구 전략공천이 유력했으나 이 선거구가 경선지역으로 전환되면서 출마가 무산됐다. 또 조 아무개(31) 씨는 더불어민주당 취약지역인 대구 북갑 공천을 검토했으나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통합당도 인재영입을 한다고 청년인재들을 불러들여 놓고는 지역구나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당선권 밖으로 배치했다가 다시 당선권 안으로 재배치하는 등 소동을 벌였으나 끝내 비례대표 당선권 공천자는 2명에 불과했다.

청년후보들 ‘청년 대표성’도 의문      

구색 갖추기에도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여야 정당들의 청년인재 공천 결과는 그 내역을 살펴보면 진정으로 이 시대 청년들을 대변하는 후보인가에 의문을 표시할 수밖에 없는 면면들도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청년들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나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취업난, 주거 불안 해소와 주거복지 강화, 각종 불공정 타파 등이다. 이른바 ‘흙수저’들이 겪고 싸워 나가는 문제들로 직접 바닥에서 이런 과제나 문제들에 부딪히며 해결해 나가려는 인재들이 정치권으로 많이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여야 두 정당의 청년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이런 요구와는 거리가 멀다. 민주당, 통합당, 정의당의 지역구 청년 후보 28명 중 54%가 석사 재학 이상 학력 소지자다. 석사 재학중이거나 학위가 있는 사람이 11명, 박사와 박사 수료가 4명이다. 하버드, 옥스퍼드 등 외국대학을 졸업하거나 공부하고 돌아온 유학생이 2명이다. 청년 후보들의 직업도 대개 전문직과 고위직이 많고, 변호사 4명에 기업 대표들도 꽤 있다. 청년들이 바닥에서 겪고 있는 현실과 동떨어진 사람들이 주로 공천을 받은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쿠팡맨’ 택배기사로 일한 정의당 김지수(26) 후보 같은 청년은 많지 않다.

이처럼 정치권이 말로는 ‘청년’을 부르짖으면서 실제로는 청년들을 공천에서 소외시키거나 홀대하는 것은 50-60대 기성 정치인들이 청년세대의 정치권 진입을 저지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데서 비롯된 현상이라는 분석이 많다. 청년층의 향배가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기성 정당들은 청년인재 영입과 청년정책 발표 등을 경쟁적으로 내놓지만 발표 그 자체로 청년층 지지를 확보하는 효과는 거두었다고 보고 실제로는 공천 과정에서 청년후보들을 견제하거나 배제하려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정치권 진출을 위한 사회적, 경제적 자산이 기성 정치인보다 열악한 여건에 처해 있는 청년 정치인들이 기성정치인들과 대등한 경쟁을 벌이면 대다수는 정치권 진출이 저지되거나 패배하는 것으로 귀결돼 결국 청년의 정치권 진입이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년 정치가 희망의 단서처럼 얘기만 무성했을 뿐 공천이 끝나고 나니 허탈한 상황"이라며 "기존 정치권에 청년이 참여할 수 있는 정치 시스템을 만들어 젊었을 때부터 정치적 자기실현을 하며 국가적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편집: 윤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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