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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모든 순간 책임을 다하는 게 기자”
[단비현장]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제20기 예비언론인 캠프
2020년 01월 12일 (일) 18:08:20 윤종훈 최유진 임지윤 김현균 기자 gksmf2333@gmail.com

영하 4.3도까지 내려간 수은주에 외투깃을 꽁꽁 여며야 했던 지난 10일, 기자·프로듀서(PD)·아나운서 등을 지망하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50여명이 충북 제천시 신월동 세명대 문화관에 속속 도착했다. 이 대학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의 ‘제20기 예비언론인 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에서 모인 것이다.

“우리 언론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고 ‘기레기’라는 말까지 나도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정의롭고 실력 있는 언론인이 부족한 탓도 크지 않을까요? 여러분이 현업에 들어가서 판을 바꿔주길 바랍니다.”

정의롭고 실력 있는 언론인이 되는 첫걸음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의 ‘제20기 예비언론인 캠프’에 참가한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들이 다양한 강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 윤종훈 임지윤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은 오후 1시 10분쯤 시작된 개소식에서 “실력이 있다는 것은 기자·PD에게 필요한 기획력, 취재력, 전달력 등을 제대로 갖췄다는 것이고 정의롭다는 것은 권력을 감시하고 약자를 대변하는 언론의 사명에 충실하다는 것”이라며 언론인에게 필요한 자질과 역량을 강조했다. 그는 “이런 언론인이 되기 위해서는 취재제작의 실무능력 외에 폭넓은 인문사회교양, 시사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투철한 언론윤리의식을 함께 갖춰야 한다”며 “캠프의 모든 강의도 이 방향에 맞춰져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진 첫 강의에서 <조선일보>와 <한겨레> 기자를 지낸 이봉수 교수는 ‘무엇이 우리 가슴을 뛰게 만드나’라는 제목으로 세계 일류 언론 현황을 소개하고 한국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LA타임스> 등 미국 유력지들은 ‘객관주의’를 내세우지만 유대(이스라엘) 자본의 영향으로 중동 문제 등에서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가디언> <르몽드> 등 유럽 일류 신문들은 분명한 시각을 제시하는 ‘의견 저널리즘’으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언론 보도와 관련 “낮은 목소리를 듣지 않고 취재도 충분히 하지 않은 채 정부, 검찰 입에 의존해 기사를 쓰는 일이 많다”고 비판했다.

한국방송(KBS) PD 출신인 이상요 교수는 ‘영상제작의 핵심’ 강의에서 “정보통신기술에 능숙한 계급인 ‘테크놀로주아지(technologeois)’가 등장하고 ‘스크린 민주주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최신 미디어흐름을 설명했다. 테크놀로주아지는 기술로 세계를 주도하는 세력이고, 스크린 민주주의는 영상언어를 통해 정보가 유통되고 사회와 주변 환경을 바꿔가는 현대사회의 특징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영상의 힘’은 감성을 표현할 때 더 강하게 발휘되며 ‘영상 스토리’의 호소력은 ‘공감’에 있고 디지털 시대에는 유튜브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다양한 플랫폼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청자 마음 흔들지 못하는 리포팅은 시간낭비”

 
1박 2일간의 다채로운 수업에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진과 안수찬 한겨레 미디어랩부장 심석태 SBS 논설위원 등 현직 언론인들이 열강하고 있다. ⓒ 윤종훈 임지윤

저녁 식사 후 ‘언시에 붙는 논술과 작문’ 강의에서 안수찬 <한겨레> 미디어랩부장은 “삶의 모든 순간 자기의 책임을 다해야 하는 직종이 기자”라고 말했다. 그는 “정해진 시간 안에 맡은 일을 해내려면 기자는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며 “일할 때도 쉴 때도 기자는 특정 이슈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등 뉴스를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언론사 시험에 대해 “지원자가 평생 기자로 살 마음가짐을 가졌는지를 확인하는 자리”라고 정의했다. 서류전형, 상식, 논술·작문, 실무평가, 면접 등 복잡한 언론사 공채 과정은 지원자의 기자정신을 보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원자들은 먼저 기자의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며 “면접관에게 어떻게 호감을 살지, 어떻게 합격 점수를 따낼지 보다 내가 어떤 뉴스를 생산하고 싶은지를 고민하라”고 주문했다. 

둘째 날 아침 제정임 원장의 ‘시사현안 집중토론’에서는 ‘기후위기’를 주제로 토론과 강의가 진행됐다. 제 원장은 토론에 앞서 “기자, PD가 시의성 있는 기획을 하고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려면 시사현안에 대해 깊이 이해해야 한다”며 ‘집중적으로 읽기’ ‘토론과 숙고’ ‘글쓰기와 피드백’ 등 3단계 공부법을 소개했다. 그는 특히 “사회문제를 머리로만 생각하지 말고 심장으로 끌고 와 고민하라”고 강조했다. 제 원장은 이어 “우리 시대가 직면한 최대 난제는 소득불평등과 기후위기인데, 기후재난의 피해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집중된다는 점에서 이 둘은 얽혀있다”며 “우리 언론이 긴박한 기후위기를 제대로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연말까지 SBS 보도본부장을 맡았던 심석태 논설위원은 ‘실전에 강한 방송리포트’ 강의에서 “좋은 리포팅은 말이 귀에 쏙쏙 들어오게 전달하는 것과 시청자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처럼 목소리를 높여 소리치듯 리포팅하는 것은 점점 올드패션이 되고 있다”며 “장황하지 않게 핵심을 짚어주면서 자연스럽고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심 위원은 특히 “방송을 하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설득하기 위한 것이며 리포팅이란 시청자의 마음을 건드려주는 것”이라며 “내가 갖고 있는 스토리를 전달하고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어줘야 하는데 그게 안 되면 시간 낭비”라고 말했다.

언론사 공채, 갈수록 실무능력 중시

 
마지막 강좌인 튜토리얼 시간에는 기자반, PD반 등 담당 교수들이 학생들의 질문을 받고 진로선택과 공부방법 등에 대해 조언했다. ⓒ 윤종훈 임지윤

점심 후에 이어진 ‘흡인력 있는 글쓰기’ 수업에서 이봉수 교수는 “입사하고 나면 분위기에 휩쓸리고 마치 대단한 일을 하게 된 것처럼 착각해서 책을 멀리 한다”며 취업을 준비하는 지금부터 책을 많이 읽는 습관을 들일 것을 당부했다. 그는 “기사를 ‘발로 썼다’는 말이 일견 맞지만 사실은 머리로 쓰는 것”이라며 “열심히 취재도 해야겠지만 무엇보다 책을 많이 읽고 나만의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서 실력 있는 지식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문과 방송기사 등을 자료로 개인DB 만드는 방법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조선일보> 인사담당 편집부국장을 지낸 이종원 교수는 ‘메이저언론이 인재를 뽑는 방식’ 강의에서 신규 공채를 줄이고 경력 채용을 늘리는 언론계 동향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조선일보도 5~6년 전 12명 정도 기자를 뽑을 땐 인턴보다 공채를 더 많이 선발했지만 지금은 공채를 줄이고 채용형 인턴을 뽑으면서 수시 경력 채용을 병행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기존 공채 시스템으로는 좋은 인력을 확보하는 게 어렵다고 판단해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검증된 인력’을 뽑겠다는 것이 채용방식 변화의 이유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논술·작문이나 상식 시험을 통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론사는 결국 일 잘하는 사람을 원하기 때문에 실무테스트에 대비하는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BS PD 출신으로 교육방송(EBS) 사장을 지낸 장해랑 교수는 ‘멀티플랫폼 시대의 기획안 작성’ 수업에서 “신문과 방송의 경계가 무너진 지 오래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신문사든 방송사든 여러분 같은 새로운 세대들이 들어와 레거시 미디어(전통언론)가 못하는 디지털 멀티 플랫폼을 시도해 시청자, 독자를 끌어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기획은 세상읽기에서 시작 된다”며 “콘텐츠에는 시대정신, 트렌드, 코드, 키워드, 사람들의 니즈(Needs), 기술의 변화, 자체 변신, 진화 등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11일 저녁 수료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예비언론인 캠프 참가자들과 교수진. ⓒ 임지윤

신문기자를 지망하는 나선길(26·조선대 정치외교학)씨는 “안수찬 기자가 '입사 시험에 통과하기 위한 글쓰기가 아니라 평소에도 기자 마인드로 살면서 세상에 촉각을 곤두세우라'고 말한 게 특히 인상 깊었다”며 “내가 공부하는 방식이 맞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어떤 부분을 고쳐나가야 할지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PD를 지망하는 임혜림(23·대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씨는 “학교 선배 추천으로 캠프에 참가했는데 올지 말지 주저한 게 후회될 정도로 만족스러웠다”며 “PD가 쓰는 용어부터 어떻게 준비해나가면 좋을지까지, 현업에서 일했거나 일하는 분들께 정보를 얻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매년 여름과 겨울에 캠프를 열고 있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은 2008년 개교 후 언론인 200여명을 배출한 국내 유일의 실무중심 언론대학원으로, 재학생 전원에게 기숙사 무료 숙식 등 다양한 장학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오는 14일까지 2020년 전기2차 신(편)입생을 모집한다.


편집 : 최유진 기자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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