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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to 8’ 2만보 걸으며 13시간 중노동
[단비현장] 과로사 계속되는 우편집배원 동행취재
2019년 12월 16일 (월) 15:44:18 권성진 기자 sungjin1312@naver.com

지난 5월 13일 서른 네 살의 건장한 우편집배원 이아무개 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올 한 해 집배원 12명이 과로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2010년 이후 작년말까지 세상을 떠난 집배원은 331명이고, 이중 과로사로 추정되는 뇌 심혈관 질환 사망자가 82명에 이른다. 정부는 2017년 8월 ‘집배원노동조건개선 기획추진단’을 만들어 집배원 2000명 증원 등 7가지 권고안을 제출받았으나 제대로 이행된 것이 없는 가운데 집배원 과로사는 계속되고 있다. <단비뉴스>가 집배원의 과중한 업무 부담 등 열악한 근무여건을 살펴보기 위해 한 집배원을 동행취재했다. (편집자)

두 시간 일찍 출근에 두 시간 늦게 퇴근

집배원 최승묵(46) 씨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난다. 40분 정도 준비해서 차로 20분 걸리는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시흥우체국으로 출근한다. 아침은 사정에 따라 먹기도 하고 거르기도 한다.

기자가 동행한 지난 6일 금요일. 최 씨는 오전 일곱 시 우체국에 도착하자 동료 집배원 110명과 함께 우편물 분류실로 가서 배달 코스별로 우편물을 분류헸다. 공무원 출근시간은 오전 9시지만 우편물 분류하고 배달하는 것을 해지기 전에 마치려면 두 시간 일찍 출근하지 않을 수 없다. 최 씨와 동료 집배원들은 ‘병아리 감별사’처럼 우편물을 보자마자 한 순간도 머뭇거림 없이 우편물을 분류함으로 던져 넣는다. 집배원들은 분류한 우편물을 물류센터, 공단 등 지역 단위로 표기된 대 분류함으로 모은다.

   
▲ 지난 6일 오전 8시 경기도 시흥우체국 우편물분류실. 집배원들이 배달할 우편물을 분류하고 있다. © 권성진

여기까지는 ‘취급주의’ 표시가 없는 우편물이나 소포들이다. '취급주의’ 표시가 붙은 소포나 택배우편물은 내용을 확인한 뒤 별도로 분류해 놓아야 한다. 우편번호에 따라 우편물은 넓은 범위로 1차 자동분류가 되기도 하지만 배달지역별로는 일일이 수작업으로 분류해야 한다. 분류작업이 끝나자 시계가 오전 10시를 가리킨다.

“세 시간 정도 정신없이 분류작업을 하고 나면 땀이 나고 팔이 뻐근해집니다. 배달 나가기도 전에 진이 빠지는 것 같아요.”

최 씨는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담배 한 개피를 피면서 십오분 정도 휴식을 취한다. 오전 10시가 조금 지나면 집배원들이 일제히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나간다. 최 씨가 담당하는 지역은 시흥시 배곧동 전역이다. 소래포구 밑에 있는 신도시 지역으로 가로 1km 세로 4km정도 되는, 길쭉하게 생긴 동네다. 2만5천400여 가구 6만8천여명 주민들에게 오는 우편물을 그가 배달한다.

최 씨가 하루 배달하는 분량은 평균 1000통 우편물과 150여건의 등기∙소포∙택배물건이다. 그는 배달을 쉽게 하기 위해 배달하는 역순으로 우편물을 오토바이 적재함에 차곡차곡 싣는다. 소포나 택배는 부피가 커 적재함 바깥에 쌓아 올리고 그래도 남는 것은 옆에 매단다. 이렇게 해서 한번에 70~ 80kg 정도 되는 우편물을 싣고 배달에 나선다.

“건장한 체격의 남자 한 사람을 뒤에 태운 것처럼 무겁습니다. 오토바이 타는 데 익숙해 운전은 문제가 없지만 비나 눈이 오는 날은 위험할 때가 많습니다.”

   
▲ 시흥우체국 집배원 최승묵 씨가 오토바이에 우편물을 가득 싣고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고 있다. © 권성진


아파트 단지 한 곳 배달에 4~5시간

이 물량이 전부가 아니다. 그의 하루 배달물량은 한 번에 오토바이에 다 싣지 못한다. 처음 싣고 나간 우편물 배달을 마치고 나면 우체국에서 차로 실어다 주는 나머지 우편물을 다시 받아 싣고 배달을 계속한다.

최 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6분쯤 달려서 도착한 첫 배달지는 배곧 R&D연구단지이다. 진입로가 좁고 주차공간도 충분하지 않은 곳이어서 이럴 때 오토바이가 빛을 발한다. 단지내 빌딩들을 돌면서 우편함에 숙달된 동작으로 우편물을 착착 집어넣고 다른 건물로 이동한다. 신도시인 배곧의 공장과 사무실들은 우편함들이 설치돼 있어 일반 우편물은 우편함에 넣어 두면 되지만, 등기나 소포 같은 특수우편물은 직접 사무실로 올라가거나 전화로 수취인을 불러내 직접 전달해야 한다. 수취인이 없거나 연락이 안 되면 우편물배달 알림을 출입문에 붙여 놓고 나와야 한다. 이런 일을 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잔손질이 많이 간다.

소포는 수취인이 지정한 장소에 두고 오지만 가끔 분실사고가 나면 일이 복잡해진다. 아파트 단지는 무인택배함이 설치된 곳이 많아 분실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데 주택가와 공장 지대는 ‘면대면’ 방식으로 직접 전달하지 않으면 배달사고가 종종 일어난다. 그래서 수취인이 없을 때는 재방문하겠다는 메모를 붙여 놓고 다음 날 다시 간다. 특히 법원 등에서 오는 출석요구서나 신용카드 배달 등은 반드시 수취인을 만나 배달해야 하는데 이게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30분쯤 걸려 연구단지 배달을 끝낸 최 씨는 오토바이로 10분쯤 달려 한라비발디 아파트에 도착했다. 그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면서 어딘가 전화를 했다. 어제 법원에서 온 등기 우편물을 수취인이 집에 없어 배달을 못 하고 오늘 다시 가져 가면서 수취인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그가 아파트 단지 입구에 도착하자 수취인이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급한 우편물인데 이렇게 연락 주어 고맙다”며 캔커피를 건넸다. 바빠 점심 끼니를 거르는 경우가 대부분인 최 씨지만, 이럴 때면 배가 고파도 힘이 생겨 일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오토바이에서 내리자마자 종종걸음으로 아파트 단지 정문 가까운 동부터 배달을 시작했다. 이 아파트 단지가 그의 배달 구역 중 가장 세대수가 많고 우편물이 많은 곳이다. 1∙2∙3차 세 단지 30개동에 6700세대가 입주해 있는 대단지다. 34층에서 40층까지 있는 고층아파트라서 등기나 특수우편물 배달을 위해 직접 방문할 때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최 씨는 아파트로 들어가면서 인터폰부터 했다. 직접 배달해야 할 등기나 특수우편물 수취인에게 먼저 연락부터 해놓고 우편함에 30개 정도 일반우편물을 빠른 손놀림으로 꽂아 넣었다. 택배 물건은 직접 배달하기도 하고 수취인이 경비실에 맡겨 달라고 하면 택배 도착 대장에 호수와 배달시간을 기입하고 물건을 내려 둔다. 우편함에 우편물을 꽂아 넣고 한 곳은 직접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직접 방문해 택배를 배달하고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20분’이었다. 이곳은 좀 많이 걸린 편이고 다른 동에서는 우편물만 우편함에 넣고 나오면 5분 전후, 직접 배달 우편물이나 택배 소포가 있는 곳은 10분에서 15분 정도 걸린다. 그렇게 해서 30개 동을 돌며 배달을 다 마치고 나자 오후 네 시가 훌쩍 넘었다. 우편물이 많은 날은 아파트 배달을 마치고 나면 해가 저문다고 한다.

하루 20여곳 돌며 1100여건 배달

최 씨가 아파트 단지를 지나 공장과 일반 주택가를 돌며 배달을 마치고 우체국에 복귀한 시간은 오후 5시 30분. 점심도 거른 채 꼬박 7시간 남짓 배달을 한 것이다. 이날 하루 배달 거점별로 대략 18~20곳을 들러 1시간에 160개쯤 우편물이나 소포 등을 배달한 것이다. 요일별로는 그 전 주말에 주문한 인터넷과 우편 주문 물건 등이 몰리는 화요일과 수요일이 배달량이 많다. 그때는 하루 배달 우편물이 1000통을 넘고 특히 소포나 택배가 많아 직접 방문해야 할 집이 늘어나 배달이 끝나면 저녁 여섯 시가 넘을 때도 있다.

이렇게 하루 배달을 하려면 오토바이를 타고 가더라도 직접 뛰다시피 종종걸음으로 이곳 저곳을 오가느라 하루 2만 보 이상 걷는다. 그것도 그냥 걷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손을 놀리고 물건을 올리고 내리느라 엄청난 체력소모가 뒤따른다. 최 씨도 그렇지만 집배원들은 등산화나 걷기 좋은 운동화를 신는다.

   
▲ 시흥우체국 집배원 최승묵 씨가 배달을 마치고 들어오면서 거리의 우편함에서 보내는 우편물을 수거하고 있다. © 권성진

주 단위로는 매달 3주차가 가장 바쁘다. 아파트 관리비와 통신비, 카드 청구서 등을 비롯한 고지서가 몰리기 때문이다. 우편물 자체가 많아 분류작업부터 시간이 더 걸리고 배달에도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눈이나 비가 오는 날은 오토바이 적재함 위 옆으로 실은 소포나 택배물건이 젖지 않게 비닐 덮개를 씌운다. 젖지 않게 비닐을 다시 덮어 두고 배달을 다녀오고 오토바이 속도도 줄여 시간이 더 걸린다. 우편함이 없는 주택 등에는 비나 눈에 젖지 않게 우편물을 넣어 둘 곳이 없어 애를 먹을 때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하루 배달을 마치고 들어오면서 우편함에 들러 보내는 우편물을 수거하고나면 파김치가 된다고 한다. 온몸이 쑤시고 숨쉬기가 힘들다는 느낌이 올 때도 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다. 우체국으로 돌아오면 배달 나간 사이 도착한 우편물들이 기다리고 있다. 낮에 도착한 우편물을 오늘 분류해 놓지 않으면 내일 아침 분류해야 할 우편물이 너무 많아 배달시간이 지연되고 다 배달을 할 수 없어 미리 분류를 해 놓아야 한다.

소포나 등기 택배를 제외한 일반 우편물만 분류해 놓고 나니 시계는 오후 여덟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최 씨는 만 13시간 일하고 이제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주52시간은 물론 주5일 근무제도 안 지켜져

최 씨는 이렇게 해서 주 5일 동안 65시간을 근무한다. 주 52시간제 근무시간보다 무려 13시간을 더 일한다. 격주로 한 번 토요 근무도 해야 한다. 아침부터 해질 때까지 일하는 것은 아니고 오전에만 택배 배달을 한다. 주 52시간제는 물론 주5일 근무제도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 씨는 과로로 아파도 몸 져 눕지 않는 한 결근을 할 수가 없다. 결근을 하면 누군가 내 배달 구역을 대신 배달해 주어야 하고 전체 동료들에게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그는 법적으로 보장된 휴가일이 연간 20일이 넘지만, 작년에 그가 쓴 휴가는 고작 4일이었다. 다른 집배원들의 평균적인 휴가 사용일도 고작 ‘5일’에 그쳤다. 그러다 보니 피로가 누적되고 과로로 이어지면서 과로사하는 집배원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과로사 못지않게 많이 발생하는 것이 교통사고 등 안전사고다. 우정사업본부가 국회에 제출한 ‘집배원 사망자 현황’에 따르면 근무외 교통사고를 포함한 사고 사망자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9년간 38명이었다. 매년 4명 이상이 안전사고로 숨진 것이다.

한때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자동차를 이용한 배달을 추진한 적이 있었지만 좁은 골목 등이 많은 배달 여건으로 기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오토바이 배달체제를 도입하면서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내놓은 '우체국 집배원의 근로환경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집배원 산재 발생률은 1.62%로 전체 산업 평균(0.49%)보다 4배가량 높았다. 위험노출도가 높은 소방관(1.08%)보다 훨씬 더 높다.

   
▲ 시흥우체국에 붙어 있는 ‘무사고 365운동’ 추진현황판. ‘2019년 7월 25일부터 현재 120일째 무사고입니다’란 내용이 7월 25일 직전에 안전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 권성진

우편물량 늘어나는데 인력충원은 감감

최 씨는 “작년에 비해 올해가 더 힘들고 해가 갈수록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산하 집배노조 조사결과를 보면 우편배달 물량은 매년 20%씩 증가하고 있다. 전자우편이나 온라인 청구서 이용이 늘어나면서 일반적인 우편물은 줄어들고 있지만 쇼핑몰 등 온라인 유통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택배물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업무량은 급증하는데도 집배원들은 주 65시간 이상 근무하면서도 공무원은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이 아니라 주52시간 근무제에서도 배제된다. 이런 상황에서 초과근무수당도 하루 2시간만 인정해주고 있어 최 씨는 매일 두 시간 일찍 나와 두 시간 늦게 퇴근하는데도 초과근무한 네 시간 중 두 시간밖에 수당을 받지 못해 두 시간은 무료 봉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집배노조는 집배원 과로사를 방지하기 위해 인력충원 등 과로사 대책을 요구하며 지난 6월 25알 우정 135년 역사상 첫 파업을 결의했다. 이후 노사협상을 통해 지난 7월 초 토요업무를 대신할 위탁택배원 750명 등 988명 증원에 합의했으나, 평일 집배인력 증원은 230여명에 불과해 집배원들의 과도한 업무량을 줄이기에는 미진하다는 것이다.

‘2000명’ 요구에 집배원 증원 230명

택배노조가 요구하는 인력충원 규모는 2000명 선이다. 지난 2017년 안양우체국 앞에서 분신한 고 원영호 집배원 사망 후 정부가 만든 사회적 합의기구인 ‘집배원노동조건개선 기획추진단’이 권고한 충원규모는 2천명 이상이었다. 집배노조측은 “추진단에서 권고한 2000명 증원안은 주 52 시간 기준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 인원”이라며 “집배원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은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집배원들의 이런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지난 9월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우정사업 운영에 관한 특례법’을 대표발의했지만 지금까지 이 법안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집배원은 ‘9급 공무원’ 수준 연봉을 받지만, 일반 행정직보다 진급이 느리다는 특성과 업무 시간이 많아 시간당 임금 수준은 더 열악한 게 현실이다. 2018년 우정사업본부가 조사한 집배원 1년 업무 시간은 평균 2,745시간이다. 국내 평균 근로자 근무시간인 2052시간보다 693시간이나 더 많아 8시간 근무 기준으로 볼 때 1년에 87일을 더 일하는 셈이다. 집배원들이 최 씨처럼 주 65시간 이상 일하고 평균 3천만원 정도 연봉을 받는데 견주어, 대기업 노조원들은 주52시간제를 지키면서 평균 9천만원 넘는 연봉을 받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 지난 6월말 서울 경복궁역 3번 출구 앞 우체통에 산업재해로 숨진 집배원을 추모하는 글이 남겨져 있다. © 권성진

편집 : 최유진 기자

[권성진 기자]
단비뉴스 청년부 권성진입니다.
이념이 사실보다 앞설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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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lzxchvpx07 (38.XXX.XXX.181)
2019-12-17 09: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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