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장은미 기자

우리나라 교육은 순위 경쟁에 매달리는 스포츠가 됐다. 1등부터 꼴등까지 아이들을 성적으로 줄 세운다. ‘변별력’을 높인다며 ‘뭘 이런 걸 다 묻나’ 싶은 요상한 문제도 낸다. 내신, 수능 등 각종 시험은 삶에 필요한 지식이나 독창적 관점을 묻는 대신 ‘누가 더 많이 외웠나’를 파악하는데 열을 올린다. 이렇게 측정한 ‘차이’는 ‘차별’로 이어진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에게는 교내 경시대회 상 몰아주기, 집중 진로상담 등 노골적인 특혜를 주어 명문대 진학을 돕는다. 공부 못하는 아이들은 외면당하고 학교생활의 ‘들러리’가 된다. 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딸 ‘유망주’에게 목을 매는 ‘엘리트 스포츠’가 전국 교실에서 재연되고 있는 셈이다.

소수를 위한 엘리트 스포츠가 된 교육은 아이들의 균형 잡힌 성장을 방해한다. 국어·영어·수학 등 입시 비중이 큰 과목이 아니면 흥미를 느껴도 충분히 배울 기회를 갖기 어렵다. 음악·미술·체육 등 예능과목은 아예 수업편성에서 빠지기 일쑤다. ‘튼튼한 몸’과 ‘풍요로운 정서 함양’은 성적 경쟁에 내몰린 한국 학생들에게 사치다. 부모들은 부모들대로 사교육비에 돈을 쏟아 붓느라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국내 사교육비 시장은 19조 4800억원 규모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교육비 지출이 세계 1위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학벌 경쟁 피라미드에서 좀 더 높은 칸에 올라야 더 나은 삶이 보장된다는 강박관념이 부모와 아이들을 짓누른다.

▲ 우리나라 교육은 순위 경쟁에 매달리는 스포츠다.  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딸 ‘유망주’에게 목을 매는 ‘엘리트 스포츠’가 전국 교실에서 재연되고 있다.ⓒ IOC

이런 순위경쟁 스포츠에서 사람들은 경기장 구조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경기 규칙이 얼마나 공정한가만 따진다. 비싼 사교육을 시키고 전문 입시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고소득층은 어떤 방식의 입시에도 유리하다는 사실을 외면한 채 ‘수시와 정시 비율’ 같은 규칙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인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대학 서열구조와 이중적 노동시장구조에서는 어떤 입시규칙도 공정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현재의 대입제도에서는 수시든, 정시든 ‘개천에서 용 나기’가 어렵다. 명문대로 꼽히는 ‘스카이(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학생 대다수가 고소득 가정 출신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교육이 엘리트 스포츠가 아닌 ‘모두를 위한 생활체육’의 성격으로 바뀌려면 먼저 입시경쟁을 부추기는 대학 서열구조를 깨야한다. 이를 위해 ‘국공립대 네트워크’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 대학이 파리 1대학, 파리 2대학 등으로 수평 네트워크를 만든 것처럼 전국의 국공립대를 하나로 묶어 상향평준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이 대학들 간에 학점 교류, 인적 교류를 활발히 하고 지역별 특성학과를 키우면 교육 수준을 높일 수 있다. 나아가 정부의 재정지원을 늘리면서 학교 운영의 공공성을 높이는 ‘공영형 사립대’를 국공립대 네트워크와 연결하면 대학 서열구조와 학벌에 대한 집착, 입시경쟁이 모두 완화할 것이다.

동시에 초중고에서는 학생 개개인의 적성을 발견하고 잠재력을 키워주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소수 엘리트를 위해 다수 학생을 들러리로 만드는 교육은 사라져야 한다. 교육부 홈페이지에 나오는 구호처럼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가 되어야 한다. 모든 학교와 교실에서 어떤 아이도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 ‘승자독식의 정글법칙’이 아니라 ‘협력과 연대를 통해 함께 살아가는 법’을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편집 :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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