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업이슈] 김천혁신도시의 한계

김천혁신도시가 들어선 지 5년째다. 김천혁신도시에는 한국도로공사 등 12개 공공기관이 이전했고 2019년 11월 기준 2만 1,783명이 거주한다. 김천혁신도시 계획인구는 2만7,000명으로 계획의 80%를 달성했다. 전국 혁신도시 평균 계획인구 달성률이 72%임을 감안할 때 나쁘지 않다. 그럼에도 김천시민은 혁신도시에 문제가 많다고 말한다. 

구도심 인구 블랙홀 혁신도시

김천혁신도시는 혁신도시 정책 취지와 다르게 도시가 형성됐다. 수도권 등 타지에서 이주한 인구는 적고, 구도심에서 혁신도시로 이동한 인구가 많다. 혁신도시가 들어서기 전인 2014년 김천시 인구는 13만 5,456명이었다. 2019년 11월 김천시 인구는 14만 1,320명이다. 2만 명이 넘는 도시가 생겼지만 김천시 인구 증가는 6,000명에 불과하다. 이 마저도 2017년 9월 14만 3,195명 이후 1,800명 가량 줄었다. 김천시 인구는 줄지만 혁신도시 인구는 늘고 있다. <시사IN>에서 혁신도시 이주민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출신 이주민 비율은 17%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구도심과 인근 시에서 유입됐다. 

▲ 김천구미역(KTX) 맞은 편의 빈 상가로 가득한 율곡스퀘어 KTX점. ⓒ 박두호

2만명이 넘는 도시가 형성됐는데도 혁신도시에는 빈 가게가 많다. 김천구미역 맞은 편에 자리잡은 율곡스퀘어 KTX점은 상가 공실률이 약 80%다. 스타벅스가 있는 건물 역시 빈 상가가 더 많다. CGV 건물에도 상가가 비어있다. 역세권, 스세권(스타벅스+역세권)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아파트도 빈 곳이 많다. 혁신도시 아파트 분양률은 52%다. 혁신도시 내 한 아파트는 2017년 준공하고도 80% 가까이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생각보다 혁신도시에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혁신도시에 공공기관도 많이 들어서고 사람도 많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그렇게 효과가 없어요.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등에 구내식당이 있다 보니까 나와서 밥을 잘 안 사 먹어요. 주말이면 다 수도권으로 가버려서 주말에 문 닫는 곳도 많아요.”

부동산 중개업자 이병윤(53세) 씨는 김천혁신도시의 고질적인 문제로 도심에서 동떨어진 위치를 꼽았다. 김천구미역에서 구도심인 신음동 이마트까지 도로로 9.2km 떨어져 있다. 자동차를 이용하면 15분, 버스를 타면 40분이 걸린다. 정주 여건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혁신도시 내에 공공병원은 없다. 유치원은 5개가 있고 그중 병설유치원이 2개다. 문화시설, 쇼핑센터도 없어 주민들은 불편을 겪는다. 차가 없으면 생활에 어려운 점이 많다. 수도권에서 내려온 시민은 혁신도시 내에 교육 인프라가 없어 완전히 이사 오기를 꺼려한다.

▲ 민망한 스세권. 스타벅스와 이디야를 빼면 빈 건물이다. ⓒ 박두호

“구도심은 주민, 외부인, 직장인까지 다 와요. 혁신도시는 주민들만 가지고 장사를 하는거야. 여기서 공공기관 다니는 사람들은 주말이면 수도권으로 올라가고 평일에도 혁신도시에 갈 곳이 없어서 김천시내나 구미로 빠지기도 한다고. 구도심 사람들은 혁신도시까지 안 와. 이걸 붙여 지었으면 서로 왔다 갔다 했을 텐데...”

구도심도 활기 잃어

김천시의 구도심인 평화남산동은 조용하다. 김천역 앞에는 주말 저녁인데도 거리가 휑하다. 혁신도시가 생기기 전에는 영화관, 식당, 프렌차이즈점, 옷가게 등을 찾는 시민이 많았다. 지금은 많은 건물이 임대를 내놓았고 프렌차이즈점도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 역 맞은 편에 있는 평화시장은 과거에 사람들로 북적거렸지만 지금은 지나가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2014년 1월 평화남산동 인구는 10,343명이었으나 2019년 11월 현재 8,053명이다. 혁신도시가 생기고 2,000명 가량 줄었다. 혁신도시가 구도심 인구를 빨아들이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평화시장에서 20년 넘게 과일가게를 운영해온 변덕한(64세) 씨는 혁신도시에 불만을 토로했다.

“혁신도시 생기고 평화시장이 확 죽었어요. 이렇게 조그만 시를 왜 쪼개는 거에요? 하루 50명도 안 다녀. 심할 때는 10명도 안 다녀. 그렇게 많은 돈을 넣어서 이 작은 도시에 왜 KTX를 세우는 거예요. 그 돈으로 이 주변을 발전시켜야지.”

▲ 주말 저녁인데도 한산한 김천역 맞은편 거리. ⓒ 박두호

김천역 맞은편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상인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역 앞에서 장사를 해도 사람이 없어요. 김천구미역 생기고 나서 김천역 이용객이 많이 줄었어요. 그 전이랑 비교하면 반도 안 돼, 여기 주변에 보면 빈 상가가 많아졌고 장사가 안 돼.”

정책 변화가 필요한 김천시

김천시는 2018년 혁신도시에서 289억 9700만원의 지방세 수입을 얻었다. 12개 공공기관과 함께 26개 기업을 입주시킨 실적도 거뒀다. 하지만 김천시내에 사는 인구가 7~8만 명임을 감안하면 구도심에 대한 투자는 미진하다. 김천시에서는 평화시장에 2021년까지 15억원을 들여 청년몰 조성사업을 추진중이다. 시장 내 빈 점포를 재건축해 젊은 상인을 유치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 내 상인들은 이는 실질적인 해결책이 아니고 공공기관이나 기업이 들어서야 해결된다고 주장한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혁신도시 시즌2 계획을 발표하기로 했다. 김천시는 혁신도시 시즌2에서 이전되는 공공기관 중 일부를 구도심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만명 넘는 인구가 사는 혁신도시는 김천시의 일부분이다. 구도심 민심은 혁신도시와 함께 성장하기를 바란다. 구도심과 혁신도시를 연결해야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혁신도시와 구도심을 오가는 직행버스를 신설하고 이를 무료로 운영하는 등 시민이 생각하는 공간적·심리적 거리를 좁혀야 한다. 혁신도시 시즌2에서 정책 변화가 없다면 혁신도시는 김천을 더욱 분열시킬 것 같다.


[지역∙농업이슈]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기자·PD 지망생들에게 지역∙농업문제에 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개설한 [농업농촌문제세미나] 강좌의 산물입니다. 대산농촌재단과 연계된 이 강좌는 농업경제학·농촌사회학 분야 학자, 농사꾼, 지역사회활동가 등이 참여해서 강의와 농촌현장실습 또는 탐사여행을 하고 이를 취재보도로 연결하는 신개념의 저널리즘스쿨 강좌입니다. 동행하는 지도교수는 기사의 틀을 함께 짜고 취재기법을 가르치고 데스크 구실을 합니다. <단비뉴스>는 이 기사들을 실어 지역∙농업문제의 인식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편집 : 박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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