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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를 위한 변론
[단비발언대]
2019년 04월 04일 (목) 13:02:44 이신의 PD tion1469@naver.com
   
▲ 이신의 PD

인터넷·SNS로 유포되는 딥페이크∙가짜뉴스 등 '허위기만정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이낙연 총리가 가짜뉴스 생산자를 ‘공동체 파괴범’으로 규정하고 강력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가짜뉴스대책특위'까지 구성했다. 박광온 민주당 의원은 '가짜뉴스 유통 방지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언론 자유', 특히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충돌할 우려가 크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2009년 허위사실유포혐의로 구속된 '미네르바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검찰은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 위반으로 미네르바를 기소했다.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1심법원은 미네르바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미네르바가 허위의 사실이라고 인식하면서 글을 게재한 것이 아니고, 허위의 사실을 게시한다는 점에 대한 고의가 없었으며,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글을 게재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는 이유였다.

2010년 헌법재판소는 미네르바 기소 근거였던 '전기통신기본법 47조'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다. 47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익' 개념은 구체적인 표지를 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어떤 표현이 '공익'을 해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판단은 사람마다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판단 주체가 법전문가라 해도 마찬가지이고,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을 통해 그 의미가 객관적으로 확정될 수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헌재는 또한 허위의 통신 자체가 일반적으로 사회적 해악의 발생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님에도 '공익을 해할 목적'과 같은 모호하고 주관적인 요건을 동원하여 이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 최소성 원칙'에도 반한다고 보았다. '과잉금지원칙'도 위배한다고 보았다. 자신이 행하고자 하는 표현이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이 없는 가운데 규제를 받을 것을 우려하여 스스로 표현행위를 억제하도록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헌재는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원칙'으로 '명확성 원칙, 기본권 침해 최소성 원칙, 과잉금지원칙'을 제시했다. '허위기만정보 규제' 역시 헌재의 판결과 함께 가야 한다.

   
▲ 원칙을 벗어난 법안은 10년 전 미네르바 사건을 반복해서 만들 것이다. © pixabay

미네르바 사건 후 10년이 흘렀다. 작년 10월 5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가짜뉴스 방지법' 도입에 63.5%가 찬성하고, 반대는 20.7%에 그쳤다. 10월 21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국민 90%는 '허위조작정보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했으며, 81%가 '엄정한 대응'에 공감했다.

이미 작년 4월, 박광온 민주당 의원은 포털사이트 등에 가짜뉴스 삭제 의무를 규정한 '가짜정보 유통 방지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포털 등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명백히 위법한 가짜정보에 대한 삭제요청이 들어올 경우 24시간 이내 삭제해야 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박 의원은 가짜정보를 '법원 판결로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된 정보', '언론사가 정정보도 등을 통해 사실이 아니라고 인정한 정보',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결정한 정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삭제 요청한 정보' 등 4가지 유형으로 한정했다. 위 4개 유형에 해당하는 정보가 계속 유통될 경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의무적으로 삭제하도록 한 법안이다.

하지만 언론사가 정정보도 등을 통해 사실이 아니라고 인정한 정보에는 '과장된 표현'이나 '일부 내용만 사실과 다른 경우', '인용 자료가 잘못된 경우' 등이 포함되기 때문에 이를 모두 가짜정보로 규정하는 것은 과잉규제일 수 있다. 언론중재위원회에서 그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결정한 정보도 이후 소송을 통해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언론중재위원회의 결정이 객관적 사실의 판단이 아니라 당사자 간 합의에 근거한 결정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법원 판결 역시 1심 판결인지 대법원 판결인지 '사회적 합의'가 우선되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가짜정보 유통 방지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명확성의 원칙, 기본권 침해 최소성 원칙,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는 법안이다. 원칙을 벗어난 법안은 10년 전 미네르바 사건을 반복해서 만들 것이다.

박광온 의원은 독일법 사례와 유사한 제정법을 발의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지난해 독일은 '소셜네트워크에서의 법 집행 개선법'을 제정해 플랫폼 사업자의 ‘혐오 발언 삭제 의무’에 초점을 맞춘 법안을 명문화했다. 가짜뉴스도 ‘혐오 관련 허위정보’로 규제한다. 가짜뉴스보다 혐오관련 뉴스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 정도 법도 입법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의 일부 정당과 인권단체들이 악용을 우려해 반대를 표명했고, 논란은 지금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개인의 인격과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불가결한 요소로 다른 기본권에 비해 중요하다. 그만큼 신중해야 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칙에 근거한 공동체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말이 칼이 될 때’의 저자 홍성수 교수는 “가짜뉴스 개념에 대한 합의는 최대한 좁게 가져가야 한다”며, “모든 것을 섞어서 가짜는 다 나쁘다고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표현’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형사적으로’ 불법이 될 수 있는 최소한의 규제 입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규제 입법보다 우선해야 할 것이 있다.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확대와 가짜뉴스 감시 시민 활동 활성화가 그것이다.


편집 : 이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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