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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소망 담는 영혼의 중개자 솟대
[김문환의 유물로 읽는 풍속문화사] ㉗ 솟대
2019년 01월 01일 (화) 13:55:57 김문환 kimunan2724@hanmail.net

서울 용산의 국립중앙 박물관 청동기 시대 전시실로 가보자. 대전시 괴정동에서 1969년 입수한 길이 7.4cm 짜리 작은 청동 유물(B.C4세기 추정)이 눈길을 끈다. 반쯤 훼손된 기와집 모양 한쪽 면에 농기구로 추정되는 물건을 잡은 채 성기를 노출한 남자, 반대쪽에는 나뭇가지(장대) 위에 새가 새겨졌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출토된 가장 오래된 새 관련 유물이다. 무대를 서울 경복궁 내 국립 민속박물관으로 옮기자.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장승과 함께 서 있는 장대 위 새가 중앙 박물관 청동유물의 새와 겹쳐진다. ‘솟대’다. 2019년 기해년(己亥年), 노란(己) 돼지(亥)해가 밝았다. 우리 민속에서는 섣달인 구랍(舊臘)에서 설날인 원단(元旦)을 지나 정월 대보름까지 무병장수와 풍년의 복을 비는 제(祭)를 올리거나 솟대를 세웠다. 요즘 도로나 하천변에 세우는 솟대. 새해를 맞아 저마다의 소망을 담는 의미로 솟대 문화사와 새 관련 신앙의 기원을 따라가 본다.

   
▲ 새가 새겨진 청동 유물. B.C4세기. 국립중앙박물관. ⓒ 김문환
   
▲ 솟대. 국립민속 박물관. ⓒ 김문환

삼한 시대 소도의 유습으로 솟대 신앙

서울 송파구 올림픽 공원 내 한성백제 박물관으로 가보자. 삼한 시대 풍습을 묘사한 모형이 관심을 모은다. 언덕 위 큼직한 나무 신단수(神檀樹)아래 샤먼(제사장)이 두 팔 벌려 서 있고, 그 아래 사람들이 무릎 꿇고 샤먼의 말에 귀 기울인다. 제사 현장 주위에 빙 둘러 세운 솟대가 보인다. 무슨 근거로 솟대 모형을 박물관에 만들었을까?

한국 민속박물관이 펴낸 『한국민속신앙사전』에서 솟대를 찾아보자. “나무나 돌로 만든 새를 장대나 돌기둥 위에 앉혀 마을 수호신으로 믿는 상징물. 삼한시대의 소도(蘇塗) 유풍으로서 ‘솟아 있는 대’로 인식하기도 한다... 마을의 액막이와 풍농·풍어 등을 기원하여... 솟대는 대체로 마을 어귀에 세워진다. 장승과 탑이 있는 곳에 함께 세워지기도 한다...”

   
▲ 소도 모형. 주변에 솟대를 둘렀다. 한성백제박물관. ⓒ 김문환

<삼국지> 「동이전」 '소도에 큰 나무 세워'

『한국민속신앙사전』에 언급한 삼한 시대 소도(蘇塗)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중국 진(晉)나라의 학자 진수가 280년-289년 사이에 쓴 위(30권),오(20권),촉(15권) 3나라의 역사책 『삼국지(三國志)』 65권 가운데 「위서(魏書)」 30권의 30권 째가 「오환선비동이전(烏丸鮮卑東夷傳)」이다. 이 가운데 「동이전(東夷傳)」은 부여·고구려·동옥저·읍루·예·한(韓)·왜인(倭人)열전으로 구성됐다. 한(韓)은 마한, 진한, 변한의 삼한을 가리킨다.

그 「한전(韓傳)」에 다음과 같이 소도를 그려낸다. “국읍(國邑)에서는 각기 한 사람을 뽑아 천신에 대한 제사를 주관했는데, 이 사람을 천군(天君)이라 부른다. 또 이들 여러 나라에는 각각 별읍(別邑)이 있는데 이를 소도(蘇塗)라 한다. 큰 나무를 세우고 거기에 방울과 북을 매달아 놓고 귀신을 섬긴다...” 제사장 천군(天君)이 소도에 세운다는 큰 나무가 솟대의 기원임을 추정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새’ 붙인 철판 미늘쇠, ‘새’ 모양 토기... 신의 세계와 소통

가야의 터전이던 경남 김해 국립박물관으로 가보자. 새나 오리 형상을 빙 둘러 붙인 기다란 철판, ‘미늘쇠’라는 유물이 다수 전시돼 탐방객을 맞는다. 주요 출토지는 함안 도항리, 밀양 귀명리, 고령 지산리, 김해 양동리, 합천 등지다. 경주 국립박물관으로 가도 경주 구어리에서 출토한 미늘쇠를 전시중이다. 그러니까, 새를 붙인 신비한 철기 미늘쇠는 『삼국지(三國志)』에서 말하는 삼한 가운데서도 가야지역인 변한과 신라의 진한 지역 무덤에서 발굴된다. 종교적 의미를 담았을 미늘쇠가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철판 둘레의 새다.

   
▲ 미늘쇠. 철판 주변에 새 모양 조각을 달았다. 4-5세기. 김해 국립박물관. ⓒ 김문환

미늘쇠의 새(오리)는 무슨 뜻일까? 새는 땅에서 걸으며 물에도 살고 하늘을 난다. 하늘과 통하는 것은 죽음의 세계와도 통한다는 의미다. 인간의 유한한 현실세계와 하늘의 영원한 저승세계를 연결해주는 중개자로서 새의 역할을 가늠할 잣대가 보인다. 국립 중앙 박물관은 물론, 경주 국립박물관, 김해 국립박물관, 부산 복천 박물관 등에는 삼한 시대 무덤에서 출토한 새나 오리 모양 토기와 인형이 다수 소장돼, 솟대와 함께 고대 민속 신앙의 편린을 들여다보게 해준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신성한 존재로서 새의 역할을 말이다.

   
▲ 새와 오리 모양 토기. 경주 덕첨리 출토. 4-5세기. 국립중앙박물관. ⓒ 김문환

일본에도 솟대와 새 신앙...솟대가 변한 도리이(鳥居)

일본 고대 역사 도시 오사카 남부의 나라(奈良)현 카시하라(橿原) 고고학 자료관으로 가보자. 여기에 뜻밖에 한성백제 박물관서 보던 소도 풍경과 닮은꼴 모형을 만난다. 양손을 번쩍 치켜들고 하늘을 향한 샤먼 아래로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빈다. 특이한 것은 샤먼이 새로 분장한 모습이다. 새 분장을 한 샤먼과 무릎 꿇은 사람들 주변으로 눈을 돌리자. 꼭대기에 새가 조각된 장대, 즉 솟대가 빙 둘러 세워졌다. 이 모형 옆에 토기 유물 한 점이 고개를 내민다. 토기 표면에 새로 분장한 샤먼이 새겨졌다. 우리 역사유물보다 더 분명하게 새 관련 민속신앙의 면모를 보여준다.

   
▲ 새 분장 샤먼과 사람들. 솟대. 소도 풍경과 판박이다. 카시하라 고고학 자료관. ⓒ 김문환
   
▲ 새 분장 샤먼을 새긴 토기. 카시하라 고고학자료관. ⓒ 김문환

새를 통해 신에게 다가서려는 고대인의 갈망이 그대로 담긴 유물로 손색없는 토기 옆으로 눈길을 돌리자. 놀랍다. 일본의 고분시대인 5세기 경 솟대 유물을 전시중이다. 오리 형상에 가깝다. 일본에서의 솟대 전통을 보여준다. 일본의 신사나 신궁에 가면 입구에 높다랗게 나무 기둥을 양쪽에 박고 가로 기둥을 댄 문을 지난다. 이 문을 ‘도리이(鳥居)’라고 부른다. 한자로 풀면 새가 사는 집이다. 새가 올라앉은 솟대의 변형이라는 설이 나오는 이유다. 새를 신성시하는 문화를 찾아 대륙으로 들어가 보자.

   
▲ 솟대 유물. 5세기 고분시대. 카시하라 고고학자료관. ⓒ 김문환
   
▲ 도리이. 카시하라 신궁. ⓒ 김문환

중국 한나라 솟대, 진시황 무덤 새 모양 토기...기원은 신석기 시대

중국 황하 유역 역사 고도 서안(西安)으로 가보자. 시내 중심에서 동북쪽으로 35km 지점에 중국역사에서 가장 거대한 단일국가를 최초로 세웠던 진시황릉이 자리한다. 규모가 너무 커 일견 산처럼 보인다. B.C247년 진시황이 등극한 뒤 만들기 시작해 B.C221년 통일 뒤에는 무려 70만 명을 동원해 지었다는 무덤이다. 특기할 것은 무덤 앞 쪽 배장(配臟) 구덩이에서 다수의 새 모양 토기가 출토됐다. 진나라를 멸망시키고 들어선 한나라 7대 황제로 B.C108년 고조선을 멸망시켰던 무제(재위B.C141년-B.C87년)의 능인 서안 무릉 박물관에는 무릉 배장 구덩이에서 발굴한 새와 오리 모양 토기가 여러 점 전시돼 있다. 우리의 삼한이나 신라, 가야에 앞서 사후 세계의 안녕을 빌어주는 부장품으로 새 모양 토기를 중국에서 활용했음을 보여준다.

   
▲ 한나라 새 모양 토기. 무릉 배장구덩이 출토. B.C1세기. 서안 무릉박물관. ⓒ 김문환
   
▲ 한나라 솟대. 감숙성 무위 출토. 무위는 기마 유목민족 영역이었다. B.C1세기. 난주 감숙성박물관. ⓒ 김문환

서안에서 실크로드를 따라 내륙으로 더 들어가 보자. 황하 상류에 해당하는 감숙성의 성도 난주 감숙성 박물관에 감숙성 무위(武威)시에서 출토한 한나라 시대 솟대가 기다린다. 진나라를 멸망시키고 B.C206년 등장한 한나라 때 솟대 풍습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하지만, 아직 놀라기는 이르다. 대만의 수도 대북시 고궁박물원. 1949년 장개석 국민당정부가 공산당에 패해 패주하면서 북경 고궁 박물원의 유물을 모두 가져와 전시중이다. 2층 옥유물 전시실 맨 구석에 작은 소품이 눈길을 끈다. 내몽골 자치구 홍산문화 권역에서 발굴한 옥으로 만든 새(B.C3500년-B.C3000년)는 물론, 양자강 하류의 신석기 농사문명 양저(良渚)문화 권역의 옥으로 만든 솟대(B.C2500년-B.C2200년)가 탐방객의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 홍산문화 옥 솟대. B.C3500-B.C3000. 대북 고궁박물원. ⓒ 김문환
   
▲ 양저문화 옥 솟대. B.C2000. 대북 고궁박물원. ⓒ 김문환

솟대와 새신앙... 중앙아시아 기마민족, 페르시아, 그리스에도

유라시아 대륙 더 깊숙이 들어가 보자. 중국 서부와 닿은 카자흐스탄 알마티 근교 이식(Esik, Issyk) 쿠르간은 B.C4세기 경 스키타이족이 흑해연안에서 이주해 정착한 사카족 무덤이다. 이식 쿠르간 박물관에는 부장품 가운데 피장자의 모자를 장식하던 황금 솟대장식이 눈길을 끄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 박물관에는 이 솟대 장식과 함께 알타이 산맥 서쪽 베렐(Berel)의 무덤에서 발굴한 새 장식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금동이나 금을 입힌 새 조각을 전시해 놓았다.

   
▲ 카자흐스탄 이식 쿠르간 황금 솟대. B.C4세기.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박물관. ⓒ 김문환
   
▲ 흑해 크라스노다르 쿠반 문화 솟대 비녀. B.C1400-B.C1000. 모스크바 역사박물관. ⓒ 김문환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역사박물관의 알타이 공화국 출토 새조각(B.C6-B.C3세기)은 물론, 흑해 동쪽 연안 크라스노다르의 솟대 모습 비녀(B.C1400년-B.C1000년)는 새와 솟대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혀준다. 흑해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오늘날 이란 땅인 페르시아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 페르시아 전시실에서 만나는 솟대는 신석기 농사문명의 발상지 메소포타미아와 인접한 역사 고도 수사에서 발굴한 거다. 청동 솟대 2점, 반짝이는 알라바스터 솟대 2점의 제작연대는 B.C3300년-B.C3100년이다. 중국 홍산 문화 옥으로 만든 새조각과 비슷한 시기다. 루브르에는 또, 수사에서 출토한 B.C4200년-B.C3800년 토기도 전시중이다. 신라나 가야, 진시황릉, 한무제 경릉 배장 구덩이에서 출토되는 속이 빈 새 모양 토기와 비슷한 형태다.

   
▲ 페르시아 수사 청동솟대. B.C3300-B.C3100. 루브르박물관. ⓒ 김문환
   
▲ 페르시아 새 모양 토기. B.C4200-B.C3800. 루브르박물관. ⓒ 김문환
   
▲ 미케네 문명 새와 신전 황금 조각. B.C16세기. 아테네 고고학박물관. ⓒ 김문환
   
▲ 미케네 문명 새와 인간 황금 조각. B.C16세기. 아테네 고고학박물관. ⓒ 김문환

그리스 수도 아테네 고고학 박물관으로 가보자. B.C16세기 미케네 문명권의 황금 새 조각이 환한 빛을 발한다. 신성한 신전 제단을 양쪽에서 호위하듯 날개를 활짝 편 새는 받침 위에 올라서 있어 솟대를 연상시킨다. 사람 머리와 양팔에 새가 앉아 소통하는 모습은 인간과 새, 영혼과 새의 관계를 보여준다. 새를 종교의례와 연결시켰음을 알 수 있다.

페니키아, 이집트...새가 된 영혼이 영생 얻어 저승으로

그리스에서 지중해 건너 북아프리카 한가운데 튀니지 카르타고로 가보자. B.C814년 오늘날 레바논 땅의 알파벳 창시자 페니키아의 도시국가 티레(Tyre)에 살던 공주 디도가 남동생과 갈등 끝에 고국을 탈출해 세운 나라가 카르타고다. 시내 한가운데 비르사(Byrsa) 언덕에 B.C 146년 로마와의 3차 포에니 전쟁에서 패한 뒤, 초토화된 당시 시가지 일부와 무덤이 발굴돼 있다. 카르타고에서는 무덤을 '카브르'라고 불렀다. 시신을 석관에 담거나 화장해 유골함에 넣어 묻었다.

카르타고인들은 영혼의 영생을 믿었다. '루아'라고 부른 영혼은 '살아 숨 쉬는 숨결'의 의미다. 이 영혼 루아를 날개로 표현했다. 날아가야 하니까 그렇다. 어디로 날아갈까? 영혼의 도시, 영혼이 머무는 저승으로 말이다. 장례의식을 잘 치러줘야 루아가 편히 떠날 수 있다고 여겼다. 비르사 언덕 카르타고 박물관은 여신 조각과 함께 새 모양 토기를 무덤에서 발굴해 전시중이다. 카르타고의 내세관은 이미 페니키아 본국에서부터 싹텄다. 페니키아 본국은 이집트와 교역하며 오래전부터 이집트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장례의식도 마찬가지다.

   
▲ 카르타고의 무덤 부장품. 여신과 새 모양 토기. B.C5세기 카르타고박물관. ⓒ 김문환
   
▲ 이집트의 새 모양 영혼 바. 주인공은 실존인물 아니, 그의 부인이다. B.C13세기. 런던 대영박물관. ⓒ 김문환

고대 이집트 장례식에서는 미라를 만든 뒤 개구의식(開口儀式)을 치렀다. 영혼이 살아 있을 때와 똑같이 입을 열어 먹고 말하라는 기원을 담는다. 미라 육신에서 영혼은 둘로 갈리는데,  하나는 새가 돼 미라를 지킨다. ‘바(Ba)’라고 한다. 하나는 살아생전 모습으로 저승의 오시리스 신에게 심판을 받으러 간다. ‘카(Ka)'라고 부른다. 죽어서 새의 형상을 띠는 이집트의 영혼 바. 죽어서 새가 돼 하늘과 소통한다고 믿던 삼한의 영혼 사상. B.C4000년대부터 이집트, 페르시아, 흑해,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국과 한반도, 일본까지 유구한 문화의 흐름이 새삼 놀랍다.


편집 : 윤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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