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다가 본 한국과 아시아] 음주문화

▲ 아르요노 디다 PD

회식은 유학 와서 경험한 첫 번째 신기한 한국 문화다. 인도네시아에서도 회식은 하지만, 한국처럼 자주 하지는 않는다. 회식을 하면 꼭 따라붙는 게 술이다. 교수님과 같이 회식을 해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는 이를 당연하게 여긴다. 친구나 회사원끼리 회식할 때 술을 마시면 자유롭게 대화를 많이 하니까 금세 친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손윗사람이 술을 따라주면 받는 이는 꼭 두 손으로 받거나, 한 손으로 받고 다른 손은 가슴에 댄다.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인데, 한국 문화에서 ‘존경한다’는 뜻을 가진 행동이라고 한다. 작은 행동이지만 의미는 어마어마한 것이어서 아직도 인상적인 느낌을 준다.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한국 문화는 ‘K팝’만 있는 게 아니다. 한국 음주문화도 유명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술이 무엇인지 아는가? 잭 대니얼스(Jack Daniels)나 스미르노프(Smirnoff) 아니면 바카디(Bacardi)를 떠올렸을지 모르겠다. 세계 브랜드별, 종류별 주류 판매 순위를 게시하는 'vinepair.com'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가장 유명한 브랜드라 여기는 스미르노프가 판매순위로는 5위에 머문다. 챔피언은 한국 술 ‘진로소주’다. 진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많이 팔리는 술이다. ‘처음처럼’도 4위에 올랐다. 

‘소주’는 멋진 술이지만 만성 간질환을 유발해 간암을 일으킬 수도 있다. 또한 심혈관계 질환, 특히 고혈압을 유발한다. 중동 전역을 커버하는 <알자지라> 방송은 ‘101 East Series’ 에피소드로 ‘한국의 숙취 문화'를 다룬 적이 있다. 이 프로그램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평균 음주량은 일주일에 3샷, 러시아인은 6샷인데 반해, 한국인은 14샷이나 된다. 공중보건 전문가에 따르면 위험한 주량이다.

▲ 한국 회식문화에서는 술이 따라붙는다. ⓒ pixabay

몇 가지 경험은 정말 문화충격이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주류 생산, 유통, 소매(라이센스가 있는 점포에서만 주류를 팔 수 있다)에 이르는 전 과정이 통제된다. 한국에서는 언제 어디서든 술을 살 수 있다. 소주 값이 너무 싼 데다 19세 미만 청소년은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지만 잘 확인하지도 않는다. 유럽 ‘주류법’은 공공장소 음주를 금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길거리에서도 술을 마실 수 있다. 아시아에서 한국은 ‘술꾼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인의 엄청난 술 소비는 자주 폭력으로 이어진다. 영국 신문 <가디언>에 재미있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한국, 술에 의한 폭력의 단속을 강화한다’는 제목이었다. 올해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5년간의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 범죄 중 3분의 1이 만취 상태에서 저지른 것이었다. 음주는 공공질서 위반의 76%, 가정폭력의 44%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 관련 환자 비율도 1980년 1.5%에서 1993년 24%로 급증했다. 한국 남성 간암 환자의 84%가 과음자인 반면, 여성 환자 대부분은 상습적 음주자가 아니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한국인은 음주 문화도 한국 문화 중 하나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들은 이 문화를 멈추지 않을 것 같고, 누군가 그만두게 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문화도 바꿀 것은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한국인은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인도네시아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으로 유학 온 아르요노 디다(22·본명 Aryono Afridha Putri) 씨가 동남아시아인의 시각으로 한국과 아시아 문화를 관찰하고 재해석하는 기획기사를 <단비>에 연재합니다. (편집자)

편집 ; 황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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