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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에 가린 보석 같은 섬들에 가고 싶다
[인도네시아 톺아보기] ② 아는 만큼 즐긴다
2018년 06월 09일 (토) 21:35:55 박경민 아로요 디다 기자 bkminrudals@naver.com

아프리카나 인도에만 있는 것으로 여기는 열대초원 사바나, 세상에서 가장 크고 사나운 도마뱀과 섬뜩한 데이트를 즐기는 국립공원, 유황 연기 피어오르는 세계 최대 유황광산과 활화산, 에메랄드 물감을 풀어놓은 듯 옅은 하늘색으로 넘실대는 바다, 그 아래 수많은 열대어가 노니는 산호초...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발리에서 생긴 일>의 발리섬에 가려진 인도네시아의 보석 같은 섬들 얘기다. 틀에 박힌 해안 리조트형 신혼여행지 발리의 진부한 여행에 물린 요즘, 천혜의 경치에 신비한 지질 현상, 다양한 식생이 살아 숨 쉬는 인도네시아 섬들의 감춰진 매력을 현지인들의 입을 통해 톺아본다.

터키옥색 유황물과 푸른 불꽃의 이젠 화산

“인도네시아 제2의 수도라고 불리는 수라바야에서 차로 7시간을 달렸고요. 쉬지도 못한 채 새벽에 2시간을 등산해 피곤했지만요. 정상에 오른 순간, 검은 암벽 아래로 펼쳐진 터키옥색 물결의 화산 정경에 할 말을 잊었어요.” 아파프 사트야(20·남·수라바야)

자바섬 동부 바뉴왕이 시에 자리한 이젠(Ijen) 화산은 세계 최대 유황광산이자 활화산이지만, 사람들의 접근을 허용할 만큼 안전하다. 이젠 화산 분화구인 카와 이젠(Kawa Ijen)은 지질현상이 빚어낸 경이로운 선물로 불린다. 터키옥색의 칼데라 호수와 200℃ 유황물이 펄펄 끓으면서 내뿜는 연기 기둥의 장관은 모두의 탄성을 자아낸다. 이젠 화산 최고 명물은 블루 파이어(Blue Fire). 아파프는 신나게 여행정보를 풀어놓았다.

   
▲ 이젠 화산의 터키옥색 산성호수와 유황가스. © 인도네시아관광청(VITO Busan)

“기온이 36도 이상 되면 유황 가스가 타오르면서 푸른 불길이 나타나요. 파란 불꽃이 최고 5m까지 치솟아 세계에서 가장 큰 블루 파이어로 이름 높지요. 새벽 3시에서 5시 사이에 볼 수 있어요. 이젠 화산을 찾기 가장 좋은 시기는 건기인 7월과 9월 사이예요. 우기에는 길이 미끄러워 매우 위험해요.”

   
▲ 짙은 유황 연기 사이로 블루 파이어가 위용을 뽐낸다. © Muhammad Iqbal Prima

위험한 화산에서 유황을 캐 생계를 꾸린다

“하지만, 위험한 산성 호수임을 잊어선 안 돼요. 이젠 화산 칼데라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산성 호수로 산도가 ph0에 가까워요. 이젠 화산은 오전 3시부터 입산이 가능한데 정오가 되면 내려와야 해요. 바람이 강해지고 유황 가스 농도가 짙어져 위험하기 때문이지요.”

유황가스 성분 중 하나인 황화수소는 인체에 매우 해롭다. 공기에 포함된 농도가 100∼300ppm이면 기관지염이나 폐렴에 걸린다. 7000ppm 이상일 때는 몇 차례 호흡만으로도 쓰러져 심장이 멎는다. 하지만, 유황이 인간을 먹여 살리기도 한다.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는 사이, 남루한 옷차림의 현지 주민이 분주히 오간다. 이르마다나 디타(23·여·수라바야)의 설명에 숙연해진다.

“이곳에서 일하는 300여 명 광부들은 유황을 채취해 생계를 유지해요. 매일 70kg의 유황을 어깨에 짊어지고 2시간 이상 산을 오르내리지요. 하루에 두세 번 반복하면 1~2만 원 정도 벌어요. 무거운 유황을 운반하는 광부들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어요. 산을 오르느라 피곤했지만, 제 피곤은 그들 앞에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거든요.” 

   
▲ 70kg 유황을 어깨에 짊어지고 하루에 산을 두세 번 오르는 광부. © Irmadhana Dita Widya

이르마다나의 마음을 고쳐먹게 해준 광부들은 유황을 캐 나르는 일 외에 새로운 돈벌이 수단을 찾아냈다. 관광객 실어 나르기다. 유황을 싣던 수레에 관광객을 태워 분화구까지 데려다주는 서비스로 80만 루피아, 우리 돈으로 약 6만2천원을 받는다.

   
▲ 유황을 수레에 싣는 광부, 여기에 관광객을 태워주고 돈을 받는다. © Irmadhana Dita Widya

1억년 전 출현한 세계에서 가장 큰 도마뱀, 코모도 드래곤

“수도 자카르타에서 2시간 20분 비행기를 타고 동쪽으로 날아 라부안바조에 도착했어요. 여기서 작은 배를 빌려 코모도섬에 왔는데요.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나 봤던 광경이 제 눈앞에 펼쳐진다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자로틴 니사(23·여·자카르타)

   
▲ 3m에 이르는 코모도 드래곤은 인도네시아 코모도섬에서만 서식한다. © Pinterest

코모도섬은 지구촌에서 가장 크고 사나운 도마뱀 ‘코모도 드래곤’에서 이름을 따왔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코모도 국립공원에는 1억년 전 지구에 출연한 것으로 추정되는 길이 2~3m의 코모도 드래곤이 긴 혀를 내밀며 탐방객을 맞는다. 자로틴은 “갑옷처럼 두꺼운 가죽, 기다란 꼬리, 매서운 눈초리를 가진 도마뱀이 두 갈래의 긴 혀를 날름거릴 때는 정말 무서웠다”면서도 “이런 신비한 체험을 어디 가서 할 수 있겠느냐”라며 신기해했다.

코모도 도마뱀은 후각이 무척 발달해 10km 떨어진 곳에서도 피 냄새를 맡는다. 따라서 몸에 상처가 있거나 생리중인 여성은 트래킹이 금지되고, 레인저 하우스에서 코모도를 지켜보기만 해야 한다. 코모도섬에서는 안전을 위해 항상 안내인과 함께 다니지만, 관광객 스스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아프리아 누르 리즈키(23·여·자카르타)는 주의사항을 누누이 강조했다.

“쥬라기 공원 촬영장에 놀러온 것 같았어요. 너무 무서워서 규칙을 잘 따르려고 노력했죠. 코모도 드래곤은 먹이를 먹고 나서 6시간 정도 잠을 자는데 이때, 사람들이 다가가도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깨어 있을 때는 1m 이내로 접근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해서 자극하지 않기 위해 공원 입구에서 향수 뿌린 옷을 갈아입었어요.”

호주에서 화석으로 발견된 코모도 드래곤이 인도네시아 외딴 섬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호랑이 같은 맹수들이 바다를 건너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위험한 도마뱀 바로 옆, 핑크 비치의 바다

“코모도 드래곤을 보고 배를 탔어요. 불과 몇 분을 이동했을 뿐인데요. 핑크빛 모래가 펼쳐진 해변 핑크 비치에 에메랄드빛 물결이 잔잔하게 유혹하는 아름다운 바다가 기다리는 거예요. 너무나 놀라운 급반전이죠.”

   
▲ 분홍 모래와 에메랄드빛 해변이 아름다운 핑크 비치. © Felkiza Vinanda

핑크 비치(Pink beach)는 오염되지 않은 맑은 물에다 수심이 얕아 해수욕을 즐기기에 적격이다. 코모도섬 주변의 맑은 바다 리앙 포구는 스쿠버다이빙 포인트로도 이름 높다. 보트를 대여하고 투어 가이드를 고용해 코모도 일대에서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도마뱀이 나오는 원시 지구 체험에서 낙원 같은 바다휴양을 덤으로 누리는 코스다.

사바나 지형의 열대초원이 기다리는 린차섬

“사람들은 코모도 드래곤을 보기 위해 보통 코모도섬 국립공원에 가지만, 린차섬은 코모도 드래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진짜 명소예요.” 아틴 니사(23·남·자카르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코모도섬에서 배로 3시간 거리에 있는 린차섬은 숲이 우거진 열대우림이 아니라 황량한 초원 형태의 사바나 지형이다. 코모도 드래곤이 숨을 곳이 없다. 골로 코드라고 불리는 린차섬 언덕 위에 올라가면 이런 사바나 지형이 눈에 잘 들어온다. 린차섬의 코모도 드래곤 700여 마리는 공격적이지만, 때로 건물 아래 그늘에서 몇 마리씩 무리 지어 자기 때문에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린차섬에는 사슴 멧돼지 원숭이 뱀 등 다양한 동물들이 모여 산다. 모두 코모도 드래곤의 사냥감이다.

   
▲ 린차 섬 가옥 그늘에서 코모도가 떼를 지어 휴식을 취한다. © Attinnisa

황량한 화산지대 아래 코발트 빛 바다, 파다르 섬

“오르막길을 트래킹하기는 정말 힘들었지만 일출을 보는 순간 고생의 보상을 받는 느낌이었어요. 넋이 나갈 만큼 아름다운 지질 현상의 예술품이라고 할까요?” 펠키자 비난다(27·여·덴파사르 발리)

파다르 섬은 건조해서 잡풀 가득한 사바나 지형이라 사람이 살지 않는다. 코모도섬과 린차섬 사이에 자리하는데, 라부안바조에서 3시간 30분 정도 배를 타고 간다. 파다르 섬은 수심이 매우 낮아 중간에 작은 배로 갈아탄다. 섬을 찾기 가장 좋은 시간은 동틀 때와 해질 녘이다. 화산지대 바위 지형, 가파른 언덕, 굽이치는 만(灣)의 윤곽이 붉은 햇빛과 어울려 장관을 연출한다. 인도네시아에 보석처럼 숨어 있는 섬들이 내미는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다. ‘언젠가는 나도....’라고 누구나 생각하게 될 테니 말이다.

   

▲ 언덕을 오르면 아름다운 만과 사바나지형이 눈앞에 펼쳐진다. © Felkiza Vinanda


편집: 조승진 기자

[박경민 기자]
단비뉴스 국제부 박경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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