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로그인 회원가입
2018.7.18 수
> 뉴스 > 국제 > 연재
     
왜 지금 인도네시아를 알아야 하나
[인도네시아 톺아보기] ① 아는 만큼 보인다
2018년 04월 19일 (목) 19:53:49 아로요 디다, 이창우 기자, 박경난 PD irondumy@icloud.com
충북 제천 세명대학교 학생 10여 명에게 물었다. “인도네시아를 알고 있어요?” 9명이 깊이 알지는 못한다는 식으로 답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를 혼동하는 학생도 가끔 있었다. 휴양지 발리는 알아도 발리가 인도네시아의 섬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도 있었다. 멀지 않은 이웃 인도네시아 정보에 이렇게 어두워도 되는 걸까?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에 유학 중인 인도네시아 출신 아로요 디다 기자가 인도네시아 바로 알기 기사를 연재한다. (편집자)

세계 4위 인구 대국, 세계 최대의 섬나라

“자바섬 내에서도 서자바, 중자바, 동자바 사람들의 종족과 성격, 사투리가 다 달라요. 저는 성격이 급한 동자바 마두라족 사람이라 말도 짧고 목소리도 큰 편이지만, 중자바에 사는 순다족 사람들은 배려심도 깊고 말도 곱게 쓰죠.”

자바섬 동부 수라바야시에 사는 대학생 비토 헤르마완(20·남) 씨의 고향 소개다. 자바는 인도네시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중심지로 한국의 수도권과 같다. 인도네시아 언론 <KOMPASS>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인구 2억6280만여 명 중 58%가 자바에 산다. 여러 종족이 같은 섬에 살다 보니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 비토 씨는 “수라바야 한 도시에만 아랍식 마을, 중국식 마을, 마두라식 마을이 섞여 있다”고 들려준다. 중국, 인도, 미국에 이은 세계 4위 인구 대국이니 그럴 만도 하다. 수마트라, 칼리만탄(보르네오), 자바를 비롯해 무인도까지 포함하면 섬이 1만8천여 개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세계 두 번째로 큰 섬 파푸아뉴기니는 오세아니아에 속하니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두 대륙에 걸친 나라다.

   
인도네시아는 수마트라, 보르네오, 자바, 술라웨시 등 큼직한 섬을 포함해 1만8천여 개나 되는 섬으로 이뤄진 나라다. ⓒ 구글 지도

300여 종족의 다양한 문화가 평화롭게 공존

수마트라섬에 사는 티탄 란틱크 아라비(23·남) 씨는 “수마트라 전통 음식 른당(Rendang)이 ‘CNN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며 뿌듯해한다. 른당은 쇠고기 등의 재료에 코코넛 밀크와 향신료를 넣고 푹 삶아 만든다. 요리 연구가 백종원 씨가 인도네시아 음식 중 가장 맛있다고 극찬한 요리다. 수마트라 음식은 맵고 짜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다. 한때 말레이반도를 통합했던 스리위자야 왕국이 있었던 곳이어서 이곳 사람들은 말레이시아어도 구사한다.

   
▲ 수마트라 전통 음식 른당. ⓒ 플리커

“지상에서는 네 다리만 달리면 책상 빼고 모두 먹을 수 있어요. 바다에서는 잠수함을 빼고는 모두 먹을 수 있어요. 비행기 빼고 하늘에서 나는 모든 건 먹을 수 있어요.”

수라바야 대학교 발렌티노 파몰랑오(29·남) 교수가 들려준 술라웨시섬 얘기다. 중국 음식문화를 묘사할 때 쓰는 표현과 비슷하다. 인도네시아는 무슬림이 많아서 ‘하람’(금지해야 할 것)인 돼지고기와 연체동물 등을 먹지 않는데 이런 말이 어떻게 생겼을까? 발렌티노 교수는 “술라웨시섬은 기독교인이 더 많은 주도 있어 식문화가 자유롭다”고 귀띔한다. 생김새, 언어, 종교, 문화가 다른 300여 종족이 각자 개성대로 살아가는 공존의 면모가 돋보인다.

2004년 SBS ‘발리에서 생긴 일’ 방영 뒤 널리 알려진 발리는 인도네시아에서 힌두교가 가장 깊게 뿌리내린 곳이다. 발리 출신으로 힌두교도인 피타로카 푸스파레스미(23·여)씨는 “발리에 아직도 힌두교 특유의 카스트 문화가 남아 있어 연애나 결혼에 제약이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하지만 그는 “발리에서는 어릴 때부터 어른들에게 전통춤을 꼭 배운다”며 발리 문화에 관해 자부심을 드러낸다.

다양성 속의 통합 Bhinneka Tunggal Ika

다문화 정책을 설명할 때 흔히 ‘멜팅 팟’(Melting pot)과 ‘샐러드 볼’(Salad bowl)이라는 용어를 쓴다. 여러 민족을 하나의 국민국가로 묶기 위해 획일성을 강요하는 정책이 ‘멜팅 팟’, 다양한 민족적 특성을 존중하면서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정책이 ‘샐러드 볼’이다. 인도네시아는 ‘샐러드 볼’을 지향하는 나라다. 어디를 가도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간직하고 있지만, 누구나 인도네시아 공용어를 쓰며, 인도네시아인이라는 정체성을 공유한다.

좁은 땅에서 지역감정으로 몸살을 앓거나, 단일민족 증후군에 시달리는 한국에서는 의문을 가질 법도 하다. 이토록 다양한 문화를 가진 여러 종족이 다툼 없이 조화롭게 사는 것이 가능할까? 발렌티노 교수의 얘기를 들어보자. “인도네시아는 톨레랑스가 있는 나라다. 종족, 성격, 언어, 종교가 모두 다르지만, 서로 이해하고 배려한다.”

   
인도네시아 국장(왼쪽)과 인도네시아 6종교의 공존을 상징하는 그림(오른쪽). 국장의 새는 힌두교의 신인 가루다이며, 발에 쥐고 있는 종이에는 ‘다양성 속의 통합’이라는 슬로건이 적혀 있다. ⓒ 위키피디아, 픽사베이

‘Bhineka Tunggal Ika.’ 인도네시아에서 자주 듣고 보는 슬로건이다. ‘다양성 속의 통합‘이란 뜻이다. 14세기 마자파히트 왕국 시인 음푸 탄튤라가 집필한 산스크리트어 문학 ‘수마소타 왕 이야기’의 한 구절에 기원을 둔다. 마자파히트 왕국은 불교와 힌두교가 함께 융성했는데 그 조화와 관용 정신이 현대까지 이어졌다.

국민 88% 이슬람교도지만, 국교 없이 종교의 자유 보장 

인도네시아는 국민 88%가 무슬림이다. 세계에서 가장 무슬림이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슬람교가 국교는 아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슬람교 말고도 개신교, 가톨릭, 힌두교, 불교, 유교, 모두 6개 종교를 공식 인정하고 헌법에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 종교 분포는 서쪽 수마트라섬에 가까울수록 이슬람교도들이 많고 동쪽 파푸아뉴기니 섬으로 다가갈수록 가톨릭교도와 개신교도가 많다. 힌두교도는 발리섬에 집중되어 있고 불교도는 자바섬을 중심으로 흩어져 있다. 유교는 인도네시아 화교 사회에서 신봉된다.

“마나도는 기독교가 급속히 퍼져 ‘1000개 교회의 도시’라는 별칭이 붙었지요. 무슬림과 기독교도의 공존이 돋보이는 곳입니다. 교회에서 크리스마스 행사를 하면 주위에 사는 무슬림은 교회를 지키고 배려합니다. 반대로 이슬람 금식기인 ‘라마단’이 진행될 때는 기독교들이 정숙을 유지하고 조심하죠.”

발렌티노 교수가 들려주는 슬라웨시섬 북쪽 마도나라는 도시의 면모다. 인도네시아의 관용 정신을 잘 드러내 준다. 하지만 발렌티노 교수는 “최근 인도네시아 동부에서 종교 갈등이 증가하고 있다”고 걱정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K팝, 한류 열기

“K팝을 즐겨 들어요. 특히 방탄소년단은 최고예요. 한국음식도 즐겨 먹는데 최근에 한국 음식점이 늘어서 행복합니다.”

유교를 믿는 수라바야 출신 대학생 도냐 카르티까 사리(24·여) 씨 얘기다.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에  관심이 대단하다”고 덧붙인다. 자바섬 반둥시에 거주하는 무슬림 아궁 프라코사타마(24·남) 씨 역시 “고등학교 때부터 한국 드라마를 즐겨 봤다”며 “2015년에는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패션이 유행하기도 했다”고 말한다. 인도네시아 젊은 층이 한국에 본격적인 관심을 보인 건 2000년대 초반부터다.

   
▲ K팝 걸그룹 ‘모모랜드’의 댄스곡을 커버하는 인도네시아 소녀들. ⓒ 유튜브 채널 'EXRAL PRODUCTION'

한국 걸그룹 콘셉트로 데뷔하는 인도네시아 가수들도 많아졌다. 한국 아이돌 그룹의 댄스를 그대로 따라 한 플래시몹 영상이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K팝 관심은 한국 화장품과 한글로 연결됐다. 걸그룹의 화장을 따라 하다 보니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인기를 끈다. 노래 가사를 알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한다. 대학교와 문화원뿐 아니라 여러 비공식 모임에서 한국어 강의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은 인도네시아를 모르지만, 인도네시아는 한국을 안다

부산외국어대학교 박광우 교수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한국을 좋아한다”며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은 가보고 싶은 나라 중 한 곳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인도네시아의 관심을 끄는 요소가 단순히 문화적인 부분만은 아니다”라며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비슷한 시기에 독립했으면서도 어떻게 한국은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는가’라는 경제적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인도네시아를 모르지만 인도네시아는 한국을 안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더 이상 먼 나라가 아니다. 3월 31일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중 인도네시아인은 7번째로 많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월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신(新) 남방정책’을 선언하고 양국 관계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경제적 잠재력도 크다. 현재 세계 16위 경제규모지만,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는 2012년 “인도네시아가 현재 속도로 경제성장을 지속한다면 2030년 영국과 독일을 제치고 G7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젠 한국도 인도네시아를 알아야 할 때다.


편집 : 유선희 기자

[이창우 기자]
단비뉴스 국제부장, 청년부 이창우입니다.
의미있는 질문을 던지겠습니다.
     관련기사
· 추리소설보다 강렬한 ‘두 여경’ 분투기
· 공공임대 내쫓고 '부촌' 만드는 재개발
· 무너지는 IS 뒤에 남은 ‘소년 전사들’
· ‘우버식’ 동물돌보미 규제해야 할까
· “치약은 이미 튜브 밖으로 나왔다”
아로요 디다, 이창우 기자, 박경난 PD의 다른기사 보기  
ⓒ 단비뉴스(http://www.danbi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의견나누기(0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Follow danbi_news on Twitter

단비뉴스소개기사제보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7136)충청북도 제천시 세명로 65(신월동 579)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 413호|Tel 043)649-1557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김문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환
Copyright 2009 단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nbi@danb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