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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님비’ 사회
[상상사전] ‘갈등’
2018년 10월 07일 (일) 11:54:35 천재상 danbi@danbinews.com
   
▲ 천재상

Not In My Back Yard. ‘혐오 시설은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자신의 근처로 오는 것을 꺼리는 이기주의’. 이는 난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한국 사회를 꼭 닮았다. 3년 전, 어린 난민 알란 쿠르디가 터키 해변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을 때 태도와 지금 제주도에 들어와 있는 500여 난민을 대하는 태도가 상반되는 것이 그렇다.

한국은 전형적인 ‘난민 님비’ 사회다. ‘난민 구호’를 외치지만 그들을 다른 나라로 보내려 한다. 이것이 문제되는 것은 형평성과 정의라는 가치를 정면으로 위배하며, 사회 전체 수준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많은 한국인이 난민이었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의 정의와 형평성을 더욱 훼손한다. 항일 투쟁 시기에 만주 등지로 피신해 독립운동을 한 역사가 있으며, 6·25전쟁으로 600만이 넘는 피란민이 발생한 적도 있다. 이때 한국은 국제사회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 나라 중에는 현재 내전으로 가장 많은 난민이 생기고 있는 시리아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500여 난민을 보고 ‘가짜 난민’이라며 한국을 떠날 것을 요구한다. 이는 역사를 잊은 행동이며, 한국 사회의 정의를 훼손할 따름이다.

‘우리나라는 난민을 받을 책임이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오늘날 내가 왜 난민을 책임져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눈부신 경제 성장에는 무기 수출도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15번 째 무기 수출국이며, 지금 내전으로 고통받는 중동지역은 우리나라 무기 수출시장 규모에서 2위를 차지한다. 내전 지역에 무기를 판 행위는 전쟁으로 발생한 난민에게 도의적 책임이 있다. 법적 책임 역시 존재한다. 한국은 1992년 유엔난민협약에 가입한 데 이어 2013년에는 난민법을 시행했다. 협약에 가입하고 관련법을 만든 이상,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난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한국 사회는 난민과 무관하지 않다.

   
▲ 우리는 난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 pixabay

우리는 난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을 지기 위해 시급한 것은 의식을 개선하는 것이다. ‘우리 일자리를 빼앗고 테러를 일으키는 가짜 난민’이라는 과대 공포가 지배하는 환경에서는 제대로 논의가 이뤄질 수 없다. 심지어 며칠 전 난민 반대파가 난민을 돕고 있는 제주도민 집에 찾아가 협박하고 폭력을 휘두르기까지 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애초 난민과 자국민은 일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없으며, 이슬람이 정착한 지 20년이 지난 한국사회에서 ‘이슬람 테러’를 우려하는 것도 기우에 가깝다. 특히 이들 난민은 근본주의자들이 일으킨 전쟁으로 아이를 잃고, 생명의 위협을 받은 사람들이다. 근본주의자에게 삶을 잃은 사람들이 근본주의를 퍼뜨릴 것이라는 주장은 억측에 불과하다. 난민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바꾸고 인도적 차원에서 난민을 받아들이려는 논의를 지금 시작해야 한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보고서에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난민 관련 역할을 한 비율은 0%’라고 단언했다. 문자 그대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거 난민으로 국제사회에 도움을 받고, 관련법을 만들고, 협약에 가입하고, 심지어 전쟁을 이용해 돈을 벌었으면서도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한국 사회의 도덕 수준을 의심케 한다. 겉으로는 난민 구호를 외치지만 곁에 있는 난민을 혐오하는 한국의 ‘난민 님비’ 해소가 시급하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 제12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에서 우수작으로 뽑힌 이 글을 쓴 이는 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졸업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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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임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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