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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 칼럼 > <제12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
     
사과했다고 실패한 건 아니다
[상상사전] ‘갈등’
2018년 09월 30일 (일) 15:52:11 박환의 danbi@danbinews.com
   
▲ 박환의

2019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결정됐다. 노동계는 문재인 정부의 1만 원 정책 기조에 상응하지 못하는 인상률이라며 반발했다. 보수 언론은 민주노총으로 대변되는 노동계의 주장이 과하고 표현 방식도 과격하다고 지적한다. 나도 노동계의 주장이 과하다고 생각한다. 최저임금 인상의 목적이 최저생계비를 걱정하는 최하층 노동자를 위한 것인 만큼 민주노총의 산입범위 개정 관련 주장에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언론을 비롯한 권력은 그들의 주장이 과격하다느니, 자신들의 이익만 생각한다느니, 그렇게 치부해서는 안 된다. 역사적으로 한국의 권력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들 편에서 그들을 이해하려고 시도하지 않은 채 자기들 신변을 보호하기 바빴다. 5.18 청문회 때는 진상규명을 위한 유가족의 절규를 이해해보려는 시도는커녕 ‘어쩔 수 없는 자위권 발동이라는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기무사 문건도 나왔다. 생존권을 걸고 시위하거나 파업하는 노동자들을 향한 ‘종북’ 프레임이 유효하던 시기가 지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세월호 문제를 혈세 낭비로 몰던 행태는 말해 무엇 하랴. 권력을 가진 이들은 기득권이 조금이라도 뺏길까 두려워 억울함을 호소하는 당사자들을 만나보지도 않은 채 상황을 모면하려는 프레임을 짜기에 급급했다. 국민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권력이 아픔에 공감하는 태도로 설득하는 모습을 본 경험이 너무 적다. 권력을 쥔 자들의 발표를 불신하는 트라우마가 생긴 것은 그 때문이다. 권력은 자신들의 업보로 생긴 국민들의 트라우마를 이해해야 한다. 그런 겸허한 마음을 깔고 설득에 나서야 한다.

갈등 해결의 열쇠는 권력이 쥐고 있다. 아쿠아리움에서 청소한 적이 있다. 일이 힘든 편은 아니었지만, 관리자인 주임의 행태가 우리를 힘들게 했다. 그는 우리를 마구 닦달했고 툭하면 해고라는 무기를 휘둘렀다. 나는 1년을 버티다가 그만뒀다. 하지만 친한 동갑내기를 그 주임이 자르자 아르바이트노조 활동을 하던 친구의 도움으로 고용노동부에 신고하여 친구의 월급을 받아냈다.

잘린 친구를 대신해서 필요한 서류들을 주임한테 받다가 그와 속을 터놓고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알고 봤더니 그도 계약직이었고 시급으로 따지면 아르바이트생들보다 급여가 낮다는 사실을 알았다. 청소업체는 아쿠아리움의 하청업체여서 아쿠아리움의 대리가 청소업체의 주임에게 일을 시키는 구조였다. 대리는 청소업체 아르바이트생들이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주임을 닦달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이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주임은 대리에게 불려가 시달려야 했다. 그런 압력 때문에 아르바이트생들을 자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 부끄럽더라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다. ⓒ Pixabay

남의 자식 문제점은 눈에 잘 들어온다 했던가? 아쿠아리움이 직접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인 티켓팅이나 안내 부서는 직원 교체가 쉽지 않았다. 주임은 항상 아르바이트생들 때문에 그 대리에게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 사정을 알고 나니 주임에게 동정심이 생겼다. 성실하지 못한 아르바이트생들이 생각나서 오히려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끝까지 “우리를 옹호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니 주임은 “너희들은 언제든지 그만둘 알바생일 뿐이잖아, 나는 여기서 버텨야 해”라고 말했다. 주임은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가지 않았다. 안 해본 일이 없었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월급 대부분을 어머니에게 드렸다.

세상만사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이루어진다. 권력자들은 현재 상황을 온전히 내보여야 한다, 그것이 부끄러울지라도. 솔직하게 자기들 상황을 말하는 것이 치부를 들킬까 작당하는 것보다 낫다. 박근혜 정부는 솔직하지 못했다. 치부가 들춰질 때마다 문건유출자가 누구인지로 초점을 돌리고 개헌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솔직하게 말했으면 지금처럼 보수가 답도 없이 몰락하는 사태는 면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못 지켜 미안하다고 했다. 언론은 이에 맞춰 정책 실패라며 비판하기 바쁘다. 하지만 나는 정책의 실패 여부는 그만두고라도 대통령이 자신의 시행착오를 인정한 건 바람직한 태도라고 본다. 청와대 경제수석이 방송에 출연해 정책의 진행 상황을 설명하는 모습도 보기 좋다. 솔직하게 얘기하며 설득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갈등의 끝에서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할 문제는 없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다. 끊임없이 방송과 연설을 통해 소통하려 했다. 하지만 언론은 ‘전시작전권 회수’ 연설 때처럼 ‘대통령이 품격에 맞지 않는 언행을 일삼는다’며 사안의 본질을 호도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대통령의 진지한 설득 과정이 사회적 갈등 해소에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하게 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그런 측면에서 잘하고 있다고 보는 데 문제는 언론이다. 언론에 의해 사안의 본질이 호도되는 일이 없어야 할 터이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 제12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에서 우수작으로 뽑힌 이 글을 쓴 이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재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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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박지영 기자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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