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사전] '삶'

▲ 윤연정 기자

고대 그리스어에는 '시간, 때'를 나타내는 두 단어가 있다. 크로노스(cronus)와 카이로스(kairos)다.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로 흘러가는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시간을 크로노스라고 한다. 반면, 카이로스는 인간의 목적의식이 들어간 주관적, 정성적 시간이다. 카이로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기회와 행운의 신'이라고도 불리는데, '결정적 순간, 기회'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삶이 항상 기회가 가득한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채워지지는 않는다. 쉬지 않고 흘러가는 크로노스 시간 속에서 이따금 찾아오는 카이로스 시간이 더 소중한 이유다. 붙잡을 수 없는 크로노스 시간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흘러가는 삶에 의미가 부여될 때 시간은 영원해진다.

▲ 흘러가는 시간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시간 속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다. ⓒ flickr

개인의 삶에 중요한 순간과 기회들이 고르게 제공되려면 공정한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당연히 누려야 하는 소중한 기회가 극심한 양극화와 사회적 불평등으로 박탈당한다면 사회의 다수는 수동적인 크로노스의 삶밖에 살 수 없다. <재정학연구> 최근호에 실린 '한국의 소득 기회 불평등에 대한 연구' 논문은 기회 불평등도를 측정하는 '개천용불평등지수'가 2001년 10%대에서 2014년 40%대까지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런 불평등 속에서도 한국 사회가 역동적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희망의 실마리를 잡은 걸까? 지금 우리나라는 카이로스적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할 수 있다. 지난해 촛불 혁명은 한국 사회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 연장선에서 다가오는 지방선거와 개헌도 앞으로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시민 개개인이 자기 삶의 주체가 되기 위해, 스스로 카이로스적 시간을 지켜내기 위해, 어떤 나라가 되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사회가 더 많은 사람에게 공정한 발판이 되어줄 때,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들도 주체가 되어, 흘러가는 삶이 아닌 영원한 시간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 제11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에서 우수작으로 뽑힌 이 글을 쓴 이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졸업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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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박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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