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사전] '난민'

▲ 김계범

2018년 대한민국에서는 혐오가 일상이다. 약자 혐오가 만연한 이곳에는 갈등 역시 어디에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갈등은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는 것과 같이,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함, 또는 그런 상태’를 말한다. 갈등은 차이에서 비롯된다. 특히 ‘힘’의 차이로부터 발생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풀기 어려운 갈등이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제주 예멘 난민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어떤 식으로 해결되느냐에 따라 한국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난민은 우리가 필요해서 받아들이는 이주노동자나 결혼이주여성과 달리 원하지 않은 사람들이기에 여론의 향배와 정책결정은 국민적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예멘 난민 사태는 이주민에 대한 배타적 태도와 다문화 정책의 부실로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는지 모른다.

‘글로벌’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던 시기가 있었다. 우리는 이제 ‘글로벌’이라는 말조차 식상한 다문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자, 유학생 등 국내 체류 외국인이 200만에 이른 다문화사회에 접어들었지만 우리의 의식은 순혈주의와 민족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한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 가운데 이민자는 한 명도 없었지만 우승한 프랑스 대표팀 23명 중에는 이민자 출신이 21명이나 됐다. 이주민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회구성원인데도 주류사회와 분리되어 그들끼리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이름 없는 존재들’이다. 글로벌 국가는 국제대회 개최나 GDP 증가로 성취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우리 의식과 국가 정책의 개선이 먼저다.

▲ 다문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지만, 그 의식은 여전히 순혈주의와 민족주의 의식에 잡혀있다. ⓒ pixabay

한국의 다문화 정책은 이주민을 우리 사회에 ‘동화’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유럽은 다문화주의 정책을 펼쳤지만 이 역시 의도와 무관하게 이주민들을 사회와 ‘분리’하는 결과를 낳으며 실패했다. 영국의 철학자 조너선 색스는 <사회의 재창조>에서 ‘사회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고향’이라고 말했다. 민족이나 국가를 넘어 사회 구성원이 함께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난민에 관한 근거 없는 두려움과 배타적 태도를 지닌 이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우리 경제는 급속도로 활력을 잃고 있다. 이번 난민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는 난민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다문화 시대에 접어든 한국 사회의 미래와 맞닿아있다. 어떤 이들은 이번 난민 문제를 두고 ‘과거에는 우리 모두 난민이었다’고 말한다. 우리 모두 외국에 나가면 타자(他者)가 될 수밖에 없다. 다문화 시대라는 말은 수많은 외부인의 유입을 뜻함과 동시에 수많은 우리 국민이 세계로 나아감을 뜻한다. 해외로 나간 우리 동포만 750만이라고 한다. 제주에 들어온 예멘 난민은 500여 명이다. 수백 만 동포가 해외에 나가 살고, 이미 수많은 이주민이 살고 있는 나라에서 그 정도 난민을 두고 싸우는 장면은 모순된다. 역지사지의 태도가 필요할 때다.

이번 제주 난민 사태는 다문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또 한번의 도전이고 숙제다. 제주로 온 예멘 난민과 국내 체류 외국인을 포함한 우리는 모두 똑같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방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12세기 스콜라 철학자 생 빅토르 후고는 이런 말을 남겼다.

“고향을 감미롭게 생각하는 것은 아직 주둥이가 노란 미숙자다. 모든 장소를 고향이라고 느낄 수 있는 자는 이미 상당한 힘을 축적한 자다. 전 세계를 타향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완벽한 인간이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 제12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에서 우수작으로 뽑힌 이 글을 쓴 이는 숭실대학교 국어국문학 졸업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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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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