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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사회의 모럴해저드
[글케치북]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
2018년 05월 08일 (화) 12:50:41 박지영 기자 bing831@naver.com
   
▲박지영 기자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가 미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했다. 8천7백만 명에 이르는 페이스북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정치 컨설팅 업체로 유출됐고, 이 정보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 선거 캠프로 전달돼 대선에 이용됐다는 의혹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업계 1위인 삼성증권에서 ‘유령주식’ 사태가 불거져 논란이 되고 있다. 주식을 잘못 배당받은 직원 16명이 이를 그냥 매도해 수백억대 이익을 챙긴 것이다. 그 결과 400명이 넘는 투자자들은 금전적 손실을 입었다.

   
▲ 지난 4월 6일 삼성증권이 우리사주에 지급하려던 배당금을 주식으로 지급하는 전산 실수가 발생했다. 한 주당 1000원을 지급할 것을 1000주를 지급한 것이다. 삼성증권이 개인투자자 피해 보상안을 발표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 SBS 8뉴스

정보화시대를 맞아 많은 전문가들이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모럴해저드로 볼 것인가, 범죄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다. 개인 정보를 무단으로 선거에 이용하고, 시스템 오류를 인지했으면서도 증권시장을 교란한 이들의 행위는 단순한 ‘모럴 해저드’일까? 사태의 당사자들만 바뀌면 이 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까?

모럴 해저드란 비대칭적 정보를 이용해 대리인이 주인의 이익에 반하지만, 자신의 이해에 부합하는 행동을 할 때 쓰는 말이다. 삼성증권 사태의 경우, 주인은 주주이고 대리인은 회사와 직원이다. 이 정의에 비춰보면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사태는 모럴 해저드로 보인다. 투자자의 자산 운용과 주식배당 시스템을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삼성증권 직원들이 주인인 주주의 손해를 예상하면서도 자기 이익을 위해 이를 그냥 매도했기 때문이다. 만약 회사가 이를 방조했거나 관리를 부실하게 했다면 회사도 대리인이라는 법인격으로서 이익을 편취한 것이 된다.

이들은 있지도 않은 주식을 매도함으로써 증권시장을 교란했고 400명이 넘는 투자자가피해를 입었다. 앞으로 발생할 추가적 손실은 집계마저 어렵다. 더구나 이들은 이런 결과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유령주식을 매도한 삼성증권 직원은 ‘자유시장경제’라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페이스북의 정보유출은 어떨까? 사건 초기 정보유출은 페이스북과 무관하다는 태도였던 마크 저커버그는 ‘선거 개입’이나 ‘민주주의 가치 훼손’이라는 비판에 못 이겨 미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사과했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 유럽연합, 캐나다도 조사에 나서면서 파문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페이스북은 이번 정보유출로 주주들로부터 집단소송도 당했다. 페이스북은 현재 범죄 피의자 신분이다.

정보통신 사회에 개인의 정보는 기업들에게 핵심적인 생산요소다. 정부와 공공기관 또한 국민들의 정보를 데이터화해 국정 운영의 효율성을 도모한다. 하지만 기업과 정부, 공공기관은 시스템을 독자적, 독점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소비자, 국민을 배제한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기업과 소비자, 정부와 국민의 불평등한 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다.

특정 세력의 청탁을 받아 뉴스를 리스트에서 삭제하거나 불법 댓글 조작을 방조한 네이버. 보험규정을 일방적으로 수정해 보험금 미지급 사태가 속출했던 삼성생명 등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들 대부분은 정보와 시스템을 독점하고 있는 대리자, 즉 기업의 모럴 해저드로 발생했다. 그 결과 우리는 언론 생태계와 민주주의 그리고 자유시장 경제 가치의 훼손이라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모럴 해저드가 방치될 경우 개별 기업은 물론, 사회와 경제 전반에 위기가 닥칠 것은 명백하다. 각 분야 1인자였던 삼성증권과 페이스북의 주가는 계속 하락하고 있고, 고객과 이용자들은 집단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법체계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한 모럴해저드를 규제할 수 있는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다. 모럴 해저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도 이들에게 명쾌한 법적 처벌을 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보통신 사회에 맞게 관련 법규를 더욱 세세하게 규정해야 한다. 대리자가 도덕성을 회복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체계적인 법적 규제를 갖추는 것은 우리 사회가 신뢰도를 유지하고 발전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편집 : 장현석 기자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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