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단편영화 <삼천포 가는 길>을 시작으로 영화·웹드라마를 꾸준히 만들어 온 윤성호 감독(40). 그에게 스토리는 일생의 화두다.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국정농단에 시민들이 반응하게 만든 것 역시 ‘대통령과 최순실의 은밀한 관계’라는 스토리였다. 드라마나 소설이 아니더라도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스토리는 큰 힘을 발휘한다.사람들에게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혹자는 페이스북 동영상의 길이가 1분 20초를 넘기면 사람들이 외면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미국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업체 ‘넷플릭스’는 자체 제
나는 비염 환자다. 내 코는 공기에 민감해 자동차 매연이 심하거나 미세먼지가 가득한 날은 종일 휴지를 들고 다녀야 한다. 지난여름 제천에 처음 왔을 때, 나는 공기가 맑은 데 감탄했다. 조그마한 나라에 지역마다 공기의 질이 확연히 차이 난다는 게 신기했다. 몇 달 동안 한적하고 여유로운 제천 풍경을 보며, 소도시에 살면 건강하게 잘 살 수 있을 거란 막연한 생각을 했다.최근 뉴스는 그 생각이 순진했음을 말한다. 서울의대 연구팀이 건강보험 가입자의 빅데이터를 분석했는데, 서울 서초구 상위 20% 고소득자의 기대수명이 강원 화천군민보다
<앵커>지난달 대구 서문시장에 큰불이 났죠. 사고가 난 지 3주가 지났는데요, 피해 수습은커녕 피해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상인들이 많아 보상받을 방법이 막막하기 때문입니다, 박진영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서문시장 내부 모습평일 오후 서문시장을 찾았습니다. 시장에 들어오자마자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불이 난 사고현장은 임시 가림막으로 통제했을 뿐 복구는 손도 못대는 상황입니다. 위에서 바라보니, 마치 폭격을 맞은 듯 건물이 폭삭 내려앉았습니다.인터뷰> 이신화 피해 상인"몽땅 1억
11월 12일 백만 개의 촛불이 타올랐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그 현장이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 느꼈다. 거대한 광화문광장이 팔을 펼 수도 없을 만큼 비좁아졌지만,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모두의 얼굴에 희망이 담겨 있었다. 내 함성이 옆 사람 함성과 합쳐지자 땅이 흔들렸다. 모두가 전율했고, 대통령이 하야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순진했다. 대통령은 예상을 뛰어넘는 상대였다. 11월 19일 집회를 거치면서 퇴진을 외치는 함성은 더욱 커졌지만, 대통령은 그럴수록 청와대 문을 더 굳게 잠갔다. “5천만이 외쳐도 하야하지 않을
충북 제천시 세명대학교 디자인관 4층. 철 지난 지 한참인데 시원한 파도 소리가 울려 퍼진다. 파도가 밀려오는 곳으로 가보니 이번에는 바다 내음 대신 숲 속 나무 향이 은은히 감겨온다. 학생 손에 쥐어진 대패가 위아래로 움직일 때마다 “샤아악-샤아악” 비집고 나오는 대팻밥이 빚어낸 소리와 향이다. “이렇게 대패질을 잘해야 나무 본연의 결이 살아나요.” 목수처럼 익숙한 손놀림으로 대패질하던 학생이 땀을 훔치며 건네는 말이다. 과연 대패가 지나간 자리에는 파도 무늬의 결이 금방이라도 포말을 일으킬 듯 선명한 무늬를 드러낸다. 기자를 힐
경제가 빨간 불이다. 하긴 언제 좋았던 적이 있었냐만, 지금 우리는 IMF 때보다 더 힘든 시기를 살고 있다. 특히 고용문제가 심각하다. 8월 집계된 청년실업률은 9.3%를 기록해 1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50대 이상 장년층의 실업률도 높아, 30~50대 초반 생산가능인구 핵심 연령대를 제외한 거의 모든 국민이 실업에 허덕인다. 일자리는 한정적인데 구직자는 훨씬 많아 고용지표 개선은 당분간 요원하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임금피크제 도입 같은 노동개혁으로 해결하려 하지만 현장의 거센 반발로 논의는 멈춘 상태다. 고용문제 해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