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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 연주자는 IT시대의 비정규직이다
[단비발언대] 박진영 기자
2016년 10월 16일 (일) 18:25:33 박진영 기자 parkbingsu@naver.com

갈수록 경제가 어려워진다. 고용난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위기를 어떻게 해결 해야하나. 돌파구로 긱 이코노미가 떠오른다. 긱 이코노미란 필요에 따라 사람을 구해 임시로 일을 맡기는 고용형태를 뜻하는 경제 현상이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긱 이코노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긱 이코노미 현상에 대해 각기 다른 세 가지 생각을 들어본다. (편집자)

① 박진영 <긱 연주자는 IT시대의 비정규직이다>

② 신혜연 <사장님 맞아?>

③ 김소영 <노동자 없는 긱 이코노미 시장?>

 

   
▲ 박진영 기자

경제가 빨간 불이다. 하긴 언제 좋았던 적이 있었냐만, 지금 우리는 IMF 때보다 더 힘든 시기를 살고 있다. 특히 고용문제가 심각하다. 8월 집계된 청년실업률은 9.3%를 기록해 1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50대 이상 장년층의 실업률도 높아, 30~50대 초반 생산가능인구 핵심 연령대를 제외한 거의 모든 국민이 실업에 허덕인다. 일자리는 한정적인데 구직자는 훨씬 많아 고용지표 개선은 당분간 요원하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임금피크제 도입 같은 노동개혁으로 해결하려 하지만 현장의 거센 반발로 논의는 멈춘 상태다. 고용문제 해결이 깊은 늪에 빠졌다. 그래서 일각에서 제의하는 ‘긱 이코노미’ 적극 도입 주장은 주목할 만하다.

‘긱 이코노미(gig economy)’란 필요에 따라 사람을 구해 임시로 일을 맡기는 고용형태에 기반한 경제 현상이다. 1920년대 미국 재즈 연주장에서 즉흥적으로 연주자를 구해 진행하던 공연, ‘긱(gig)’에서 유래했다. 수요자가 원하는 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디맨드 공유경제에서 긱 이코노미가 활발하다.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요리사, 패션 코디네이터, 파티 플래너 등을 필요에 따라 고용하는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필요할 때만 고용을 하니 인건비를 아끼고, 피고용인 역시 자신이 가진 여분의 리소스와 시간을 활용해 수입을 올릴 수 있어 서로가 좋다. 이미 긱 이코노미를 통해 우버나 에어비앤비는 대표적인 유니콘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전문가들은 긱 이코노미가 새로운 경제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 재즈 연주가들은 '긱'을 통해 마음껏 자신의 실력을 뽐낼 수 있었다. ⓒ ali kiani amin

한국 고용시장의 가장 큰 특징인 종신 고용제가 한계점을 드러내며 여러 문제를 야기하는 것을 상기한다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긱 이코노미가 고용지표 개선에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날마다 기술이 발달하는 IT산업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긱 이코노미의 장점이다. 그러나 이런 이상적인 선순환은 소수의 IT 기반 산업에만 적용된다. 특수 기술 보유자가 적고, 산업 흐름의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이 적용되지 않는 일반 산업현장에서 만약 긱 이코노미가 적용된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 것인가.

기업들은 ‘긱 이코노미’라는 근사한 용어로 그동안 가리던 비정규직, 임시직, 파견직들의 문제를 더욱 꽁꽁 싸매고 숨길 것이다. 우리나라 산업현장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식 긱 이코노미가 진행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긱 연주자’들은 미국 재즈 연주장에서처럼 연주자 개인의 창의성과 재능, 실력을 즉흥적으로 모아 새롭고 독창적인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서가 아니라, 회사의 이윤을 최대한 남기기 위해 존재했다. 대기업 중심의 성장이론은 그들이 그토록 주장하듯 이윤의 낙수가 이뤄지지 않았고, 위험한 산업현장에 비정규직을 보내는 ‘위험의 외주화’로 기업의 손실을 줄이는 식으로만 진행돼왔다. 소수의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소비할 여력이 없게 된 사람이 다수가 되어 오늘날 경제위기가 도래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지 않은 채 긱 이코노미를 적극적으로 도입한다면 전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의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한층 더 공고해질 것이 자명하다. 긱 이코노미는 우리가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고용문제, 더 나아가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앞서 말했듯 긱 이코노미는 그 자체로 효용과 가치를 지닌다. 분명 미래의 IT기반 산업현장에선 효과적인 경제체제일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산업 체제에서는 맞지 않다. 긱 이코노미의 바탕에는 기업과 노동자의 상호 존중이 있다. 비정규직이 그런 대우를 받고 있는가 반문해보자. 불안하면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 심리다. 충분히 좋은 연주를 할 수 있는 우리 긱 연주자들의 여건을 개선 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편집 : 곽호룡 기자

[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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