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환경의 운명이 순전히 시장 메커니즘 하나에 좌우된다면, 결국 사회는 완전히 폐허가 될 것이다.’ 1944년 경제인류학자 칼 폴라니(Karl Polanyi, 1886~1964)는 그의 저서 <거대한 전환>에서 시장주의를 이렇게 진단했다. 70년이 지난 지금, 세계는 그의 진단에 수렴하고 있다. 자국의 경제적 이익과 시장 효율성을 우선하는 미국 트럼프 정부와 영국 브렉시트를 폴라니는 이미 예견한 셈이다.세명대 저널리즘스쿨 2017년 1학기 ‘사회교양특강’ 첫 번째 시간,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은 ‘왜 다시 칼 폴라
근육이 서서히 굳어가는 루게릭병은 루 게릭 이라는 야구선수가 처음 이 병으로 사망하면서 붙은 이름이다. 천체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역시 루게릭병 환자다. 그는 상태가 좋은 편이지만, 일반적으로 루게릭병이 진행되면 신체 마비 증상이 오고, 2~3년 안에 호흡기를 달아야 목숨을 이어간다. 의사소통은 눈동자로 가능하다. 루게릭병이라 불리는 ALS(운동 근육 신경 질환·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환우들을 돕기 위한 모임이 닻을 올렸다. 한국 ALS 사회적 협동조합 준비위원회가 그 주역이다. 협회를 찾아 루게릭병
드라마 속 인물들에게 시청자는 자신을 투사한다. 인물들 간의 권력 관계가 설득력 있게 제시될수록, 시청자는 권력의 정점에 있는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2014년부터 미국 ABC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하우 투 겟 어웨이 위드 머더>에는 권력의 정점에 애널리스라는 히로인이 나온다. 그는 뉴욕 미들턴 대학 법과 교수다. 그는 살인죄로 재판에 가게 된 형사 피고인들을 배심원판결에서 무죄로 뒤집어버리는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다. 그의 비결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1. 의심하게 하라 2. 증거를 뒤집어라 3. 용의자를 만들어라.’ 매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다세대 주택에 사는 김정환(가명·60)씨는 2년 전부터 아랫집 개 짖는 소리에 밤낮으로 시달렸다. 집주인에게 수차례 찾아갔지만, 말도 꺼내기 전 문전박대당하기 일쑤였다. 이웃사촌은 남의 일이고, 갈수록 감정이 나빠졌다. 이웃 간 법에 호소하기도 그렇고, 고민하던 김 씨는 서울 이웃 분쟁 조정 센터를 찾았다. 직접 대화가 불가능한 상황을 하소연했고, 며칠 뒤, 조정센터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랫집 개 주인이 조정에 응한다는 연락이었다. 2년 만에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나눈 끝에 개한테 성대 수술을 시키겠다는 약속
최순실 게이트가 막 터지고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율이 4%일 즈음이었다. 야당은 촛불시민의 요구를 당 차원에서 어떻게 끌고 나갈지를 논의했다. 국민들의 요구는 하야였다. 그때 문재인 전 대표가 원로 학자들과의 자리를 마련했다.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은 “국민 감정으로는 (박근혜 대통령) 하야가 맞지만, 우리 정치 진행 과정에서는 성급하다"며 "혁명적 사태를 반혁명적으로 해결하는 게 순리"라고 문재인 전 대표에게 조언했다.시간을 들여 충분히 법적인 절차를 진행한 다음에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게 요지였다. 검찰 조사나 특검
1987년 6·10 민주화 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은 10월의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끌어내는 원동력이었다. 12월, 1972년 10월 유신 이후 처음으로 국민은 직접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했다. 선거인단에 의한 대통령 간선제는 이때 끝났다. 우리는 이를 ‘87년 체제’라고 부른다. ‘87년 체제’라는 명명에는 이때 형성된 정치적·사회경제적 구조 또는 구도가 현재까지 이어져 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이때 주조된 체제는 어떤 모습인가? 87년 대선은 박정희에서 전두환으로 이어진 장기간의 군사독재를 청산하고 ‘민주화’라는 시대적 과제를 진
대학생 네이선 로(23).그가 입법의원이 된 계기는 2014년 일어난 홍콩의 민주화 시위다. ‘우산혁명’으로 불리는 2년 전 홍콩 민주화 시위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14년 8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내놓은 홍콩 행정장관 선거 기준이 불에 기름을 부었다. 친중국계로 구성된 후보 추천위원회의 과반 지지를 얻은 인사 2∼3명으로 행정장관 입후보 자격을 제한한 것이다.홍콩 행정장관 선거 앞두고 ‘우산혁명’이 법안에 반발하는 대학생들이 행동에 나섰다. 학생들은 2014년 9월 홍콩 중문대에서 집회를 하고 일주일간의 동맹휴업을
먼저 ‘여성청년’이라 명명한 이유는 청년이라는 단어가 여성을 지우고, 여성이라는 단어는 청년이나 다른 사회인을 지우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언어적으로 여성이나 청년 모두를 살리는 방법은 어색한 조어밖에 없다.광장에서 여성청년은 자신을 지운다. 인파 속에 묻히거나 여성임이 드러나는 시위 현장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얼굴을 가린다. 일제강점기 3.1운동도 그렇지는 않았다. 민중총궐기는 여성집회를 청년집회나 다른 집회와 구별해 구역을 나눴다. 여성문제와 청년 문제는 다르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혹자는 여성청년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
대만은 신입사원 초봉이 20년 동안 거의 오르지 않았지만,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대만의 청년실업률은 지난 20년간 3배 이상 늘었다. 청년층의 월평균 임금이 2만2000대만 달러(약 80만8720원) 수준에 머문다. 높은 실업률에 고물가, 그리고 낮은 임금. 대만 청년의 고통은 한국 청년이 겪는 어려움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동아시아의 기적이라고 불릴 만큼 국가 주도 고도성장을 단기간에 이뤘지만, 사회 여건도 급작스럽게 바뀌었다. 산업 성장기에 어렵지 않게 취직했던 중장년 세대와 달리 고도로 자동화된 산업구조에서 청년 세대 취업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거라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나는 어디선가 그것을 들었다. 대지가 흔들렸다. 손에 가득 쥔 씨앗을 뿌렸다. 그리고 씨앗이 점점 커졌다. 그날 나는 그 소리를 들었다. 싸움은 시작됐다. 씨앗이 생명으로 싹트기 시작했다. 씨앗을 뿌리려 한다. 혼자서라도.”스와하라 타케시(24)는 일본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긴급행동(Students Emergency Action for Liberal Democracy-s‧SEALDs)’의 활동가다. 그가 영상을 통해 보여준 나레이션. 혼자서라도 씨를 뿌려야
조지 오웰, 어니스트 헤밍웨이, 마크 트웨인은 소설가로 알려졌지만 기자로도 활동했다. 그들은 사회의 부조리를 보여주기 위해 밑바닥 계층의 삶, 전쟁에 휘말리는 개인의 비극적 삶을 소재로 삼았다. 지어낸 이야기지만, 이를 통해 독자들은 당대 현실과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알 수 있다. 그 후 기자가 전문 직업군이 되면서 저널리즘이란 영역이 생겼다. 소설가와 달리, 기자는 객관적 입장에서 사실을 보도하는 ‘객관주의’ 입장을 견지했다. 각자의 가치관과 선입관을 버리고 확인된 객관적 사실만 보도하는 자세가 뉴스의 가치를 지키고,
이명박 정부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깎아줬다.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성장분이 저소득층에게도 흘러간다는 적하효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7% 성장률을 장담했던 이명박 정부의 성장률은 3%대에 머물렀다. 적하효과도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소득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저소득층의 소비 축소로 경제성장의 기반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가 우리 경제의 화두가 되었다.저소득층의 소득을 올려주려는 방안으로 흔히 일자리 창출이나 최저임금 인상이 논의된다. 이런 방식은 4차 산업혁명의 진전과 자본 측의 견제로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그렇
한국의 대통령제는 실패한 제도다. 최순실-박근혜 스캔들이 터진 뒤 이제 국민은 대통령이 한국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거라 믿지 않는다. 지지율 5%와 민중총궐기가 이를 입증한다. 제도화한 권력질서, 곧 권력구조를 바꾸는 개헌이 필요하다.원래 대통령제의 특징은 권력분립주의다. 행정부와 입법부는 조직과 기능에서 서로 분리되어 최대한 독립성을 유지하도록 되어있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입법부와 행정부는 서로 견제하고 두 권력주체간 균형을 유지하면서 어느 한 부의 독주를 방지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제왕적 대통령을 견제하기에는
“낙태권을 각 주에 돌려줄 판사를 임명할 계획이다. 동성결혼은 이미 정착되었으므로 괜찮다고 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일요일 13일 저녁 방영된 미국 지상파 TV CBS의 '60Minutes'에 출연해 들려준 일성이다.CBS의 여성 앵커 레슬리 스탈은 이날 '60Minutes'에서 트럼프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1973년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뒤엎을 판사를 임명할 것인가?”‘로 대 웨이드’ 판결이란 낙태권을 합법화한 1973년 미국 대법원 판결을 가리킨다. 연방
CNN, "범죄소탕전에 5살 여아 희생"지난 8월 27일 CNN 보도. “5살 여자 어린이가 자경단이 쏜 것으로 보이는 총에 맞아 숨진 사실을 국제 인권 감시 단체가 확인했다.”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72)이 벌이는 ‘마약과의 전쟁’에서 발생한 민간인 피해다. 이에 대해 두테르테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갖고 있을까. 지난 17일자 영국 가디언지가 답을 들려준다. “두테르테는 미국이 적군을 죽이기 위해 마을에 폭탄을 터뜨릴 때 그곳 아이들도 죽입니다. 왜 서양에서는 이를 부수적인 피해라고 하면서 우리가 범죄전쟁에서 발생하는 같은 사
2011년 정신질환 실태조사를 보면 한국인 4명 중 1명(24.7%)이 한 번 이상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담·치료 등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한 경우는 11%에 그쳤고, 그나마도 첫 치료가 이뤄지기까지 84주(1.61년)가 걸렸다.상담을 받기로 결심하기까지 누구나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정보의 창구는 미디어다. 특히 포털 사이트 네이버 지식인등 다양한 익명 게시판 기능은 쉽게 고민과 상담을 할 수 있는 통로다. 그럼 미디어는 상담 기능을 어느 정도로 수행할 수 있을까. 나아가
부산시의 <다이빙 벨> 상영금지 압력과 그를 둘러싼 갈등을 딛고, 부산영화제가 영화인과 시민의 힘으로 다시 열린다. 21회를 맞은 올해 영화제의 컨셉은 ‘산 속 바위 틈 사이에서 뿌리를 깊게 내린, 홀로 선 소나무'. 그동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 강인한 뿌리를 내리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2014년 세월호 미스테리를 주제로 한 영화 <다이빙 벨>을 비롯해 도발적인 영화와 개성 넘치는 영화를 소개해왔다. 아시아와 한국의 새로운 재능을 발굴해온 영화제의 풍성함은 여기서 나온다.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