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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비평] 미디어 상담이 효과가 있으려면
2016년 10월 30일 (일) 14:24:58 박찬이 기자 8808082@gmail.com

2011년 정신질환 실태조사를 보면 한국인 4명 중 1명(24.7%)이 한 번 이상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담·치료 등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한 경우는 11%에 그쳤고, 그나마도 첫 치료가 이뤄지기까지 84주(1.61년)가 걸렸다.

상담을 받기로 결심하기까지 누구나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정보의 창구는 미디어다. 특히 포털 사이트 네이버 지식인등 다양한 익명 게시판 기능은 쉽게 고민과 상담을 할 수 있는 통로다. 그럼 미디어는 상담 기능을 어느 정도로 수행할 수 있을까. 나아가 미디어가 정신과나 심리 상담센터와 같은 전문가와의 상담문턱을 넘도록 돕는 징검다리역할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사연 없는 무덤 없다고 했나, 네이트 커뮤니티 사이트 <네이트판(pann.nate.com)>과 다음 사이트의 <아고라> 게시판은 조회 수 수십만을 기록,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문제는 ‘소름 돋는 새언니’, ‘박지영 대리 이야기’, ‘오빠의 여친은 25살 아기입니다’ 등 흥미있는 이야기 거리로만 소비되었다는 것이다. 자극적이지 않은 이야기는 주목도가 낮았다. 이곳에서 미디어 상담은 이뤄지기 어려워 보인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네이버 지식인'에서 제공하는 의사의 답변도 아쉬웠다. 하이닥과 제휴해 의사들이 기부하는 식으로 답변을 달고 있다. 일부 소개한다. 편의상 질문은 Q로 답변은 A로 달았다. 

Q : 폭식증 치료 받아야될까요?

A : 남겨주신 글을 읽어보니 폭식증 증상이 맞습니다. 전문가와의 체계적인 치료과정을 통해서 폭식증을 적극적으로 극복해나가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Q :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요. 남들보다 스트레스를 받아들이는 양이 현저히 적은 느낌. 이럴 땐 어떻게 하죠, 정신과나 신경과라도 가볼까요?

A: 자신의 감정을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 스트레스나 갈등이 여러 가지 신체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번 정신과 가볼까'식의 마음가짐이라면 치료 효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 최근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온 상담 요청 글이다. © 네이버 지식인
   
▲ 답변은 짧았고, 구체적이지도 않았다. © 네이버 지식인

질문자는 익명의 힘을 빌어 비교적 솔직하게 자신의 상황이나 감정을 표현했지만, 전문가인 정신과 의사는 지식을 나열하고는 직접 병원으로 찾아오라고 권유하고 있다. 상담을 마음먹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기사도 마찬가지로 제한된 형식이 상담을 가로막고 있었다. 건강전문 매체 <헬스조선>과 <중앙일보>에 연재되고 있는 정신과 칼럼, <크리스천 투데이> 의 종교인 필자가 쓴 칼럼은 일반인에게 정신질환에 대해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상담 기사는 어떤 형식이 필요할까. “알만한 내용을 지루하게 설명하는 사람이 설명충인데, 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리스티클과 같은 뉴스형태를 선호”한다고 최서윤 <월간 잉여> 발행인은 말했다. (<미디어오늘> 칼럼) 그에 비춰보면, 상담자가 원하는 기사는 상담자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내용을 담은 기사들이다. 그는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충돌을 야기하는 뉴스, 자신과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포기하지 않게 돕는 언론에 대해 나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스티클(Listicle)’은 목록(List)과 기사(Article)의 합성어로, 한 가지 명제 당 두세 문장의 간결한 설명을 덧붙여 나열하는 형식이다. 독자를 구체화해서 조언 내용을 리스티클로 적은 기사, <허핑턴 포스트> 가 시도하는 번역기사들이 그 예이다.

상담의 모범이 될만한 기사들을 외국 사이트에서 찾아보았다. 영어 기사들은 내담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만큼 다양했고 답변에 대한 전문성도 풍부했다. <구글> 사이트  'Psychological advice(심리적 조언)' 검색 결과는 '심리학 오늘에 관하여', '듣기위해 왔다', '정신의 중심에 관하여' 등 전문지들에서 제공하는 ‘심리학의 가장 훌륭한 조언’, ‘제이 박사의 무료 심리학 조언’, ‘테라피스트에게 물어보세요’로 다양했다. 전문지들은 대게 사회적 관계망 서비스로 상담도 제공하고 있었다. 100개정도의 심리조언 저널글이 있었는데, 상담자가 상담 받을 내용에 대한 제목을 구체화해서 검색하면 나에게 맞는 조언을 바로 얻을 확률도 높아진다. 저널 제목에 직접적으로 주제를 문장형태로 적어놓았기 때문이다.

   
▲ 심리적 조언에 대한 검색 결과 첫번째 뜬 ‘심리학 오늘’은 7가지 심리학적 조언이란 글을 제공한다. © Phychology Today 사이트
   
▲ 위는 ‘죄책감 없애는 법’을 검색해서 나온 결과다. © 구글 사이트

건강 전문지가 <헬스조선>, <데일리 푸드 앤 메드> 등 소수 매체에 불과해 정신 건강은 부분적으로 제공하는 한국에 비해, 미국은 정신 건강 전문지가 수십 개에 이른다. 정신 건강 관련 정보를 어떤 식으로 제공하는 게 적합한가는 대중이 더 많이 선택한 기사가 기준이 되었을 것이다. 그 결과가 보다 쉽고, 직접적으로, 구어체로 전달하면서 거부감도 적은 리스티클 형식이 채택되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한 정신과 의사는 지금 한국에 심리 관련 저널이 더 필요하지 않냐는 기자의 물음에, “꽤 많은 지식이 제공되고 있다. 정신과 협회지라던가 일간지에서도 좋은 기사가 많아 스크랩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그의 말대로 한국에서 마음 다스리는 데 필요한 지식은 많지만, 정보는 없다. 헬조선에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훨씬 구체적이고 친절한, 맞춤형 기사들이 필요하다. 한국 언론, 포털사이트가 지향해야 할 지점이다.


편집 :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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