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이 학교 다니는 학생입니다”지난 5월 21일 오전 10시, 영남에 있는 A대학 한 강의실. 수업이 시작되자, 갑자기 담당 교수가 쪽지시험을 치겠다고 했다. 여기 저기서 원망 섞인 학생들의 탄식이 흘러 나왔다. 교수는 웅성대는 학생들을 진정시키며, “나눠주는 텍스트를 읽고 간단히 답만 써내면 된다”고 했다. 잠시 뒤 잠잠해진 학생들은 교수가 제시해 준 텍스트를 읽으면서 답안지를 쓰기 시작했다.“교수님!” 강의실 뒤쪽에서 한 여학생이 교수를 불렀다. 강의실 맨 뒤편 출입문 옆에 앉은 서연주(가명·20) 씨다.“어머, 어머, 미안
정부가 청년 취업난 해소를 위해 취업 대상자들에게 우수 중소기업을 추천하는 ‘청년친화 강소기업’ 인증제도가 선정된 기업들의 실제 근무여건이 추천 내용과 다른 곳이 많아 청년취업 활성화라는 원래 목적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용노동부가 지난 2016년 기업과 구직자간 일자리 불일치 문제를 해소하려고 ‘임금, 일-생활균형, 고용안정 부문에서 우수한 ‘청년친화 강소기업’ 인증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지만, 실제 근무여건이나 임금수준 등이 달라 되레 청년들을 달아나게 하고 있는 것이다. ‘09시~18시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인터넷 모임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미대촉)'가 주최한 집회가 시민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힘찬 구호와 함께 집회가 시작됐다.“미세먼지 해결 없이 대한민국 미래 없다.”“미래 없다! 미래 없다! 미래 없다!”‘취약계층 위한 실질적 대책’ 요구지난 2016년 6월 시작된 미대촉 집회는 이번이 8차인데, 취약계층을 위해 정부가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마련하라는 요구가 많았다. 이미옥(40) 미대촉 대표는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미세먼지가 하루 만에 개선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기질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청년들은 수많은 기대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놓고 봤을 때 아직까지 정부가 청년 문제를 인식하는 방식은 대개 단편적이라서 청년의 삶 전반을 진중하게 고려하는 모습은 찾아 보기 힘든 것 같습니다. 저는 대통령께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인천공항을 방문하셨던 걸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규직 청년들의 반대라는 현상에······(말을 멈추고 울먹임) 가슴이 아팠던 기억이 있습니다. 청년들이 과소대표 되어서 발생하는·····(울먹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대통령 앞에서 울어야 잠깐 조명받는 청년의 현
“이러다간 졸업 못 한다. 사라진 수업 복구해라.”“수업 듣고 싶어, 수업 하고 싶어.”토요일인 23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프리미어 플레이스 빌딩 앞에서 열린 ‘강사구조조정 저지와 학습권 보장 결의대회’에는 강사 말고도 연세대 고려대 중앙대 경희대 등 대학생 20여명이 참석해 '강사구조조정으로 수강과목수가 줄어 학생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수업과목 원상복구’를 요구하고 나섰다.‘강사제도 개선과 대학 연구교육 공공성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강사공대위)가 개최한 이날 집회에 학생들도 합세해 '시간강사 대량 해고로 학생들
“버스 시간이 아직 한참 남았는데 뭔 놈 매진이야. 서서라도 갈 테니까 표 좀 줘.”지난 17일 경기광주버스터미널 매표소에서 한 할머니가 직원과 실랑이를 벌였다. 창구 직원들은 모두 난감한 기색이었다. 주변 사람들도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할머니를 도울 사람은 없었다. 그 와중에도 젊은이들은 무인발매기에 카드를 긁고 앱으로 예매한 버스표를 쉽게 손에 쥐었다. 할머니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무형의 불평등은 삶의 기회와 자유를 획득하기 위한 기회의 제공 여부로 평가된다. 심리적 디
"아이 씨X, 아가씨 이거 어떻게 해야 돼."지난 4일 밤 10시쯤 서울 광진구 자양동 ㅇㅇ편의점.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오른 50대 남성 취객이 욕을 섞어 투덜대며 연신 씩씩거렸다. 구입한 플라스틱 얼음컵 밑 부분이 깨져 안에 있던 음료수가 바닥에 흘렀다는 것이다. 편의점 계산대를 혼자 지키던 아르바이트생이 "바꿔드리겠다"며 걸레로 바닥을 훔쳤다. 한밤중 휘청대는 취객과 여성 아르바이트생 단둘만 있는 편의점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나도 표적 될 수 있다’ 알바생들의 위태한 하루"무슨 일을 당할까
여학생 학교폭력이 SNS 등을 통한 사이버 폭력 형태로 교묘하게 이뤄지면서 피해학생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학교에서도 여학생들의 학교폭력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피해학생들의 자살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학교와 교육당국은 여학생 학교폭력에 젠더 차이를 간과한 채 대응해 실효성 있는 방지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잇따르는 ‘학교폭력’ 여학생 자살사건지난달 2일 충북 제천에서 한 여고생이 개학을 하루 앞두고 4층 상가 옥상에서 투신해 숨졌다. 최근까지 경찰 조사 결과 숨진 여학생은 학교
“오늘 다루고자 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장애, 성적지향 등 여러 이유로 교육과 직업 훈련 등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법입니다. 유엔(UN)에서 여러 차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권고했지만 우리나라 국회에서는 2007년, 2010년, 2012년 세 차례 발의했을 뿐 입법화하지 못했습니다.”성별·장애·성적지향 등 포괄적 대응 필요26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관에서 ‘혐오와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하여 차별금지법 제정’ 학술대회가 열렸다. 행사를 주최한 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의 유니
쌍용자동차 노사가 지난달 14일 해고자 전원 복직에 합의하면서 남은 해고자 119명이 9년여 만에 자기들 일자리로 돌아간다. 이들은 모두 복직하지만 돌아올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엄인섭, 황대원, 임무창, 이윤영, 김주중……2009년 6월 대량해고로 일터에서 쫓겨난 뒤 생활고와 후유증 등으로 극한적 선택을 하거나 병마 등으로 세상을 떠난 스물여섯 쌍용차 해고자들.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쫓겨나 복직과 재취업을 위해 몸부림치다 죽음의 길로 가버린 그들을 떠올리며, 조금만 더 빨리 해법을 찾았다면 희생을 줄일 수 있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위수령 폐지면 위수지역 폐지도 당연(히) 해야 한다. 나라를 위해 복무하는 군인의 인권보다 지역경제를 생각하는 것은 범주에 어긋난다. 턱없이 비싼 물가를 유지하고 있는 지역경제를 위해 군 장병이 희생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상위법이 폐지된 이상 하위법도 개정해야 한다. (중략) 이에 위수지역도 폐지해야 함을 청원한다.’ “위수령 폐지면 외출∙외박 지역 제한도 폐지해야”지난 9월 11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위수령 폐지령안이 의결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위수지역 폐지 청원이 올라왔다. 지난 2월 국방부가
국회 “의원 재산정보는 개인정보라 가공 막아놓았다” 한 중앙일간지에서 데이터 분석기법으로 뉴스를 제작하는 ㄱ 차장은 지난 3월 국회의원 재산공개 내역을 국회 홈페이지에서 내려 받아 분석하려다 울화통이 치밀었다. 300명 국회의원이 공개한 700 페이지에 이르는 재산 변동 내역을 보니 파일 형식이 이미지형 pdf파일로 돼있어 분석작업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개인별 재산 변동 내역을 작년과 비교하고 의원 개인별 증감내역과 증감폭이 큰 의원들을 순서대로 분석하려면, 내려 받은 자료를 엑셀 같은 프로그램으로 돌려야 하는데 그게 불가
‘지·옥·고’를 아시나요. 지옥고(地獄苦)? 지옥에 가면 받게 된다는 극심한 고통을 말하는 걸까. 견디기 힘들기로는 지옥의 고통만 한데 뜻은 다르다. 최저 주거기준에 미달하는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을 축약한 말로, ‘지옥고(地屋考)’다. 집없는 많은 청년들이 방세를 아끼려고 전전하는 곳이다. 그런 ‘지·옥·고’ 출신 청년들이 서울시장에 출마했다. 올해 서른세살 무주택자인 우인철(33·우리미래당) 후보와 ‘여성 1인 가구’ 신지예(27·녹색당) 후보.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등에서 ‘1인 가구’로 살아가는 청년들이 직접 청년 주거문제
“TV에서 보면 정부에서 (청년 일자리 정책을) 한다, 했다고 하는데 체감은 잘 안 됩니다. 일자리를 찾는 청년 입장에서 솔직히 와 닿는 게 없어요.”청주지역 기업들의 원활한 인력수급을 위해 지난 24일 청주시 국민생활관에서 열린 ‘2018 청주 채용박람회’에서 만난 구직자 박범서(27·충북 청주시)씨는 “솔직히 뭐가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박람회에는 SK하이닉스 시스템 아이씨, 메타바이오메드 등 지역기업 63개가 참여하고, 사람들이 박람회장을 거의 채우다시피 했다. 그러나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행사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 실태 폭로로 시작된 우리 사회의 ‘미투 운동’이 흐지부지되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세상에 제대로 알리지도 못하고 관심권 밖에 내팽개쳐진 외로운 ‘미투’가 있다.“잊고 살았던 기억이 다시 살아납니다. 다시는 생각도 하기 싫었는데…. 꿈에도 나타나 악몽에 시달려야 했고, 뒤돌아서면 눈물이 치솟고… 자라나는 내 아이들 모습을 보면 눈물이 흘러내리면서 서러움이 북받쳐 오릅니다. 장애 여성이라서, 약자여서, 힘이 없어서“초등학교 때 병을 앓고 나서 지체 장애 1급의 장애를 안고 사는 서울장애여성인권연대 대표이
‘최저임금’도 없고 ‘노동시간단축’ 혜택도 없다. 나오라면 나오고, 들어가라 할 때까지 있어야 한다. 무보수에 자리라도 주면 감사하게 생각하고 페이는 열정으로 대신해야 한다. 진보도 보수도, 여당도 야당도 돌아 보지 않는 사각지대. 일부 전문직 수습생들의 현주소다.올해 스물한살의 송영헌씨(대구)는 클럽이나 축제 등에서 음악을 골라 틀어 주는 DJ(디스크 자키 disk jockey)가 꿈이었다. 여덟 살 때 아버지 차에서 DVD로 공연실황을 본 네덜란드의 아민 반 뷰렌이란 DJ에게 빠져 들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개막식 때 티
시각장애인 ㄱ씨는 목이 말라 음료수를 마시고 싶어도 음료 자판기를 사용할 수 없다. 자판기에는 점자가 없어 작동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작동방법을 안다 해도 소용이 없다. 무슨 음료인지 구분할 방법이 없다.편의점에 가도 혼자 계산대에 서서 바쁘게 움직이는 점원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고 스스로 음료수 냉장고로 가지만 좋아하는 음료를 골라 살 수 없다. 음료수 캔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표시를 해 놓은 것이 많지 않고, 해 놓은 것도 콜라나 주스 같은 자세한 이름 없이 ‘음료’로만 표시돼 있기 때문이다.요즘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