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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달아나는 '청년친화 강소기업’
[현장] 청년취업 활성화하려 도입한 ‘청년강소기업’ 실태
2019년 04월 28일 (일) 23:11:30 임세웅 기자 sewoongim@naver.com

정부가 청년 취업난 해소를 위해 취업 대상자들에게 우수 중소기업을 추천하는 ‘청년친화 강소기업’ 인증제도가 선정된 기업들의 실제 근무여건이 추천 내용과 다른 곳이 많아 청년취업 활성화라는 원래 목적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016년 기업과 구직자간 일자리 불일치 문제를 해소하려고 ‘임금, 일-생활균형, 고용안정 부문에서 우수한 ‘청년친화 강소기업’ 인증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지만, 실제 근무여건이나 임금수준 등이 달라 되레 청년들을 달아나게 하고 있는 것이다.

   
▲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는 ‘청년친화 강소기업’이 부처의 주요 정책으로 올라와 있다. ‘강소기업 중에서 초임 근로시간 복지혜택이 우수해 청년들이 근무할만한 중소기업’이라고 ‘청년친화강소기업’을 소개하고 있다. © 고용노동부

‘09시~18시 주5일’…실제로는 밤 11시까지 근무에 야근수당 없어

‘초봉 최대 3000만원, 근무시간 9시~18시, 주5일 근무, 중식과 석식 제공, 기숙사 제공, 육아휴직 제도, 우리사주제도.’ 

고용노동부가 도입한 ‘청년친화 강소기업’으로 선정된 대전의 화학검사 분석장비 제조업체 K사가 내건 기업정보다. 정부가 임금, 일-생활균형, 고용안정 등 부문에서 우수하다며 청년들에게 ‘강추’(강력추천)한 이 회사의 근무조건이다.

이 정보를 보고 K사에 연구개발직으로 입사한 ㄱ(29) 씨는 최근 ‘퇴사’를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그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하고 들어가 일을 해보니 당초 공개된 정보와 달리 근무시간이 너무 길고 다른 여건도 불만스러운 것이 많기 때문이다. 

   
▲ 고용노동부가 선정한 ‘청년친화 강소기업’인 대전의 화학검사 분석장비 제조업체 K사의 기업정보 내용. © 워크넷

ㄱ 씨는 “9시 출근에 오후 6시 퇴근이라고 해놓고 실제로는 아침 아홉시 출근하면 퇴근은 밤 10시가 넘고 심한 날은 새벽 2시에 퇴근할 때도 있다”며 “자기 개발을 위한 시간은 고사하고 휴식도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초과근무를 시켜 놓고 밤 10시까지는 야근수당 자체가 없고 그 이후부터 두 시간당 1만원을 차비 명목으로 지급하는 것이 전부라고 했다.

이 회사에 엔지니어로 일하다 퇴사한 ㄴ(27) 씨는 ‘기업채용정보 사이트 <잡 플래닛>에 주 45시간 근무에 연봉 최대 3000만원이라 해놓았는데 포괄임금제로 주 52시간 일하고 초봉 2900만원’이라며 ‘재직자들은 빨리 도망치고 신입은 가지 말라’는 글을 올렸다. 

이 밖에도 잡 플래닛의 ‘기업리뷰’에 올라있는 이 회사의 문제점은 ‘톱다운 방식 업무구조인데 책임은 개인에게 전가’, ‘잦은 야근과 히스토리가 없어 맨땅에 헤딩하는 꼴’, ‘매출액은 높으나 순이익은 마이너스’, ‘무리한 야근과 무자비한 업무강도, 기숙사가 너무 멀어 차 없으면 출퇴근 불가’라는 내용이 올라와 있다. 

이 회사 인사팀 관계자는 “포괄임금제를 시행하기 때문에 밤 10시까지 일하면서도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새벽 2시까지 일을 하는 것은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불가피했던 일”이라고 했다. 

   
▲ 고용노동부가 ‘청년친화 강소기업’ 인증 제도를 도입한 지난 2016년 5월 3일 이기권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이 한 해당업체를 방문해 간담회를 하고 있다. © 유튜브 '고용노동부'

서울시 구로구에서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중소업체 E사도 고용노동부의 ‘청년친화 강소기업’으로 선정돼 ‘초봉 2800만원, 5년 후 임금 4000만원’이란 조건을 내걸고 사원모집을 했다. 하지만 이 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입사해 퇴사한 ㄷ 씨는 ‘월급이 밀리는 경우가 있고, 출장비가 다섯 달 뒤에 나오고 퇴직금도 한참 뒤에 주었다’는 글을 <잡 플래닛>에 올렸다. 

또 ‘복지혜택이 없고 일을 하지 않는 상사들 때문에 실무자가 다른 부서로부터 욕을 먹는다’는 내용과 함께 ‘아무런 교육도 없이 신입사원을 현장에 내보내고 해결이 안 되면 욕을 한다’, ‘하청업체에도 돈을 제때 주지 않는다’는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회사직원 304명 중 69명이 퇴사한 ‘청년친화 강소기업’

충북에 있는 U 제약회사는 ‘임금과 일-생활균형(워라밸)이 우수하다’고 고용노동부에서 ‘청년친화 강소기업’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이 회사 생산직 사원으로 입사했던 ㄹ 씨는 ‘기업문화가 너무 수직적’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연차를 눈치 안 보고 쓸 수 있고 출퇴근 시간은 비교적 잘 지켜지는데 회식이 많고 술자리 강요가 심하다’며 ‘체육대회, 워크샵, 단합회, 노조행사 등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야 한다’고 적었다. 기업정보 사이트 <크래딧 잡>이 국민연금의 입사 퇴사 현황을 근거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304명이 근무하는 이 회사에서 지난해 69명이 퇴사했다. 회사 관계자는 기업문화가 수직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전국에 사업장이 있고 지방 공장 등이 있어 현장마다 분위기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영업 직군은 어쩔 수 없는 부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퇴사자가 많은 이유에 대해서는 “제약 영업은 업무 강도가 높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청년친화 강소기업’이라고 인증한 기업들이 실제로는 근무여건이나 기업문화가 추천내용과 다른 곳이 많아 그만두고 나오는 청년들이 많은 것이다.

   
▲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소개돼 있는 ‘청년친화 강소기업현황’. © 워크넷 

고용노동부가 2019년 현재 인증한 ‘청년친화 강소기업’은 모두 1127개로, 이들 기업의 평균 초임은 월 249만원이며, 평균 연봉은 2996만원이다. 고용노동부는 ‘작지만 강한’ 강소기업들 중 △임금 △일-생활균형 △고용안정 부문에서 일정 수준 이상 요건을 충족한 기업들을 골라,  세 가지 부문 중 뛰어난 것을 부각해 ‘임금우수’ ‘일-생활균형우수’ ‘고용안정우수’ 기업으로 분류해 ‘청년친화 강소기업’을 선정했다.

작년 말 고용노동부 김덕호 청년여성고용정책관(현 대변인)은 2019년 청년친화 강소기업 선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청년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들에게 좋은 기업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청년층이 우수 중소기업 정보를 더 많이 접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고 기업 인센티브도 늘려 나가겠다”고 했다. 

‘청년친화 강소기업’ 1127개, 80개 평가해보니 5.0 만점에 2.76

하지만 <단비뉴스> 취재팀이 이런 ‘청년친화 강소기업’ 1127개사 중 <잡 플래닛> '기업리뷰’에 평가 글이 올라와 있는 80개사를 무작위 추출해 평점을 조사해 보니 조사대상 기업의 평균평점은 5점 만점에 2.76점에 불과했다. <잡 플래닛>이 리뷰 기업들을 대상으로 △승진기회 및 가능성 △복지 및 급여 △업무와 삶의 균형 △사내문화 △경영진 등 다섯 부문으로 나눠 평가한 것을 보니 <단비뉴스>가 무작위 추출한 80개 회사 중 평점이 3.0 이상인 기업은 40개였고 나머지 절반은 평점이 3.0에 못 미쳤다. 

앞에서 예를 든 K사는 평점이 2.40였고, E사는 2.30, U사는 2,40로 모두 조사대상 기업의 평균 평점보다 낮았다. 정부가 ‘강소기업 중에서 임금, 일-생활균형, 고용안정이 우수하여 청년들이 근무할만한 중소기업’이라고 추천한 기업의 절반 이상이 입사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청년들이 달아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인증한 ‘청년친화 강소기업’이 청년 친화적이지 못한 것은 정부의 대상 기업 선정방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임금체불 △고용유지율 △사망사고만인율 △신용평가등급 △10인 미만 기업 등 7가지 결격요건이 없는 강소기업 중에서 △임금 △일생활균형 △고용안정 △청년고용실적 △혁신역량 등의 항목에 점수를 매겨 ‘청년친화 강소기업’을 선정한다. 고용노동부 청년취업지원과 이동현 사무관은 “보통 심사대상 기업을 고득점 순서로 분야별로 700개 정도 선정한다”며 “형식적인 최저점수나 커트라인은 없지만 평균 점수가 60점~70점 미만인 기업은 탈락한다”고 말했다.

인정기업 절반 이상이 서류심사로만 선정, 실제 현실은 반영 못해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이런 선정과정은 기업들이 제출한 신청서 기재내용만 보고 현장 실태 확인 조사는 제대로 하지 않고 서류심사 위주로 진행된다. 회사의 문제점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청년친화 강소기업’이 선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취업지원과 박경희 사무관은 “모든 대상 기업을 조사하기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하고 “임금을 기준으로 400~500개 기업만 실태조사를 하고, 복지제도를 점검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기업들을 다 잡아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청년친화 강소기업 선정 기준 © 고용노동부 보도자료

고용노동부의 현행 선정방식으로는 신청기업이 구내식당을 갖추고 교육비 지원과 자기개발 휴가제도를 갖추고 있으면 9시에 출근해 새벽 2시에 야근을 해도 ‘일-생활균형’이 우수한 ‘청년친화 강소기업’으로 선정될 수 있다. 연장 야간근로 등 시간외 근로 수당을 급여에 포함해 지급하는 포괄임금제를 실시해도 평균연봉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청년친화 강소기업’으로 선정될 수 있고, 임금이 체불되고 출장비가 제때 지급되지 않는 것들은 선정과정에서 걸러낼 방법이 없는 것이다.

제대로 조사해 인증하고, 선정 기업 인센티브 등 관리 필요

청년 취업준비생들은 ‘청년친화 강소기업’이 청년취업난 해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려면 제대로 된 조사를 통해 인증기업이 선정되고 인증된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사후 관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석 달 전까지 ‘청년친화 강소기업’을 알아 보다 다른 제약회사에 취업한 ㅁ(31) 씨는 “기업정보 사이트를 통해 ‘청년친화 강소기업’의 실상을 알고 나니 지원할 생각이 없어졌다”며 “정부가 이런 식으로 청년정책을 펴니 청년실업이 해결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친화 강소기업’에서 얼마 전 퇴사한 ㅇ(30) 씨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부가 제대로 조사해 확실한 기업만 인증하고 인증받은 기업에는 청년친화적 기업문화를 유지해 나갈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사후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편집 :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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