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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내고 판 벌인 ‘월경선수’들의 축제
[단비현장] 제2회 월경박람회
2019년 05월 28일 (화) 18:44:38 정소희 PD ubersophie@gmail.com

‘선수’들의 판이 벌어졌다. 나의 몸과 건강에 관한 권리를 배우고, 주장하는 ‘월경 선수’들이 만든 ’축제판’이다. 5월 28일인 ‘세계 월경의 날’을 맞아 지난 25~26일 서울숲 갤러리아포레에서 열린 제2회 월경박람회를 찾았다. 월경박람회는 주식회사 이지앤모어가 주최하고, 서울시, 세이브앤코, 질경이, <여성신문>이 후원한다.

이번 박람회는 ‘월경 플레이어를 위한 새 판이 시작된다. Run for YOU, Learn for ME’라는 주제로 열렸다. 박람회 참가자와 월경에 관한 권리를 향상시킨 시민단체 등은 ‘월경 플레이어’라는 이름으로 박람회라는 ‘판’을 함께 만드는 선수가 된다. 월경을 아는 것이 나의 몸에 관한 이해뿐 아니라 다음 세대 여성을 위한 사회적 토대(판)를 만든다는 의미다.

   
자기 이름과 사용하는 월경용품을 모바일로 입력하면 플레이어 캐릭터가 자동생성돼 박람회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 정소희

전시장 한 가운데 놓인 거대한 포궁(자궁)나무

박람회는 전시, 강연, 판매부스로 구성됐다. 참가자는 전시를 통해 월경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월경을 둘러싼 사회 논의를 이해할 수 있다. 전시공간 벽면에는 월경용품 광고의 역사, 월경정보, 월경정책브리핑, 월경문제 해결에 참여한 여성단체 소개와 일회용 생리대 파동 이후 등장한 대안 생리용품에 관한 정보가 빼곡히 적혀있다.

1890년부터 시작된 월경용품 광고는 월경에 관한 사회적 인식에 따라 광고 메시지도 달라져왔다. 전시기획에 참여한 스태프 이수연(27)씨가 월경광고 전시에서 다루지 못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전시공간의 제약으로 뺀 내용이 있는데요. 97년 외환위기 전의 우리나라 광고에는 주로 전문직 여성들이 월경용품을 쓴다는 이미지가 많이 등장해요. 그런데 외환위기가 지나고 여성들이 대량해고되니까 생리대 광고 대상이 비전문직, 평범한 여성으로 확대됐다고 하네요.”

전시 초반, 거대한 조형물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활동명 ‘위클리 제이’로 활동하는 이경진 작가가 실이나 끈을 매듭지어 여러가지 모양을 내는 마크라메 기법으로 만든 수공예품인데, 여성의 포궁(자궁)을 나무 모양으로 형상화한 설치미술작품 ‘Womb Tree’였다. ‘포궁은 때로는 여성을 아프게 하지만, 건강지표이자 생명의 나무라는 점에서 우리 삶을 닮았다’는 기획의도가 적혀있다.

   
▲ 꽃으로 꾸며진 ‘포궁 나무’가 신기한 듯 참가자들은 연신 휴대전화를 꺼내 작품을 촬영했다. © 정소희

박람회의 스토리텔링인 ‘월경 플레이어들의 달리기’는 여성 참가자의 연대의식 고취와 임파워링(empowering, 힘 돋우기)에 유효해 보인다. 월경과 월경용품에 관한 정책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다른 플레이어, 여성단체의 활동내용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캠페인을 통해 2004년 생리대 부가세 면제를 이끌어낸 한국여성민우회. 2017년 일회용 생리대 유해성 논란을 사회적 의제로 이끌어내 ‘생리대 전성분 표시제’ 도입에 앞장선 여성환경연대 등이 소개돼 있다. 이들 모두가 여성의 확장된 권리를 위해 판을 벌이는 플레이어로 박람회 현장에 자리잡고 있다.

부작용 때문에 시술한다고? 피임기구 정확히 알자!

박람회 마지막 날인 26일, ‘미레나 토크쇼’와 ‘월경컵 수다회’ 행사가 열렸다. 산부인과 전문의 박슬기(38)씨와 <닷페이스> 대표 조소담(28)씨가 ‘미레나 토크쇼’ 패널로 참여했다. 미레나는 피임기구의 하나로, 몇 년 전부터 국내에서는 미레나 시술로 월경 중단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화제가 됐다.

미레나 시술 전문정보 전달을 맡은 박 씨는 “한국은 미레나가 피임, 월경통, 월경과다에 쓰이도록 허용된 나라이고, 통계에 의하면 피임장치 중 가장 높은 효과와 안전성을 보인다”고 말했다. 미레나를 정확하게 사용했을 때 첫 1년간 피임 성공률은 99.9%로 여성 불임술(99.5%), 루프(99.4%), 먹는 피임약(99.7%)에 비해 높다. 미레나의 피임 효과는 시술 후 5년간 지속되며, 장치를 빼면 가임력은 바로 복원된다. 일반적으로는 마취없이 시술만으로도 미레나를 사용할 수 있다.

   
▲ 여성단체 ‘언니들의 병원놀이’에서 활동하는 박슬기 전문의가 미레나에 관한 정보를 강의하고 있다. © 정소희

그는 “심장약으로 개발된 비아그라처럼, (많은 이들의 시술이유로 알려진) 무월경도 미레나의 부작용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의도된 작용이 아니라는 점에서 단순히 부정적인 의미의 부작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미레나는 월경과다와 월경통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데, 많은 여성들이 이 증상을 당연하게 여겨 선뜻 치료에 나서지 않는다. 박 씨는 “생리는 나의 건강지표이자 하나의 선택지이기도 하다”며 “건강한 월경권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확한 통계치는 없으나 임상경험으로 무월경에 이르는 여성은 10명 중 3~4명 정도이며, 30% 가까운 여성들은 수개월간 지속되는 부정출혈이라는 부작용을 겪기도 한다”며 “미레나 시술은 무서운 것도 아니지만 만능도 아니므로 스스로에게 필요한 선택지인지 잘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미디어 <닷페이스> 조소담 대표는 지난 3월 미레나 시술기를 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렸다. 미레나 시술과정과 시술 후 한 달 반을 담은 2개 영상은 각각 조회수 15만회, 22만회를 기록했다.

   
▲ <닷페이스>에 실린 영상에서 조소담 대표가 미레나 시술 전 의사와 시술방법에 관해 상의하고 있는 장면. © 닷페이스

그는 주변인의 권유로 미레나에 관심을 가져 월경통과 피임, 월경중단의 목적을 갖고 미레나 시술을 선택했다. 심한 월경통으로 월경을 멈추고 싶다는 생각에 미레나 시술에 도전했지만, 월경중단까지 6개월정도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조 씨는 영상에서 “(시술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다”며 시술 후 느낀 점을 털어놨다.

“월경에 관한 광고를 보면 깨끗함, 자신감만 보여주지 왜 월경을 하는지, 의학의 도움을 어디까지 받을 수 있는지, 정확히 교육받은 적이 없습니다. 출산도 여성이 결정할 수 있어야 하고 생리도 여성이 자기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떤 의학적 조치를 통해 조절할 수 있다면 이 방법들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토크쇼에서 조 씨는 “피임과 월경중단의 목적으로 미레나를 시술받으면 보험적용이 안된다는 점에 관해서도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영상에서 전문의는 “건강보험의 범위를 정하는 것은 결국 그 국가가 합의한 수준만큼 수준이 결정되는데 여성 건강은 출산 말고는 큰 이슈가 안 되어왔다”고 말한다. 그는 “월경통 치료, 피임, 운동을 쉬지 않고 하겠다는 목적이 있었고, (월경이)생활 전반을 지배하는 건강요소”였다며 “여성 건강권이 확장되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표했다.

강의를 들은 허현재(28)씨는 “지금까지 월경은 자연스러운 것, 그래서 참고 견뎌야 하는 것으로 인식됐는데 강의를 통해 여성들이 선택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할 것 같다”며 “박람회가 월경에 관한 권리를 적극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익숙한 생리대 기업 찾아볼 수 없는 판매부스

박람회 한 켠에는 생리대를 분해할 수 있는 체험부스가 자리잡고 있다. 체험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성교육 업체 유니콘(YOUNiiCON) 오지연 대표(25)는 아이들에게도 생리가 무엇인지 설명하기 위해 생리대 교육을 한다고 밝혔다.

“여러분 집에서 생리대 이렇게 못 잘라 보실 거예요, 비싸서. 그래도 한 달에 한 번 계속 마주하는 아이들(생리대)인데,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이게 내 몸에 어떤지도 살펴보실 기회가 없었을 거예요. 마음껏 분해해보고, (색소를) 뿌려 보셔도 됩니다.”

생리대 표면에 식용색소를 뿌리고 단면을 자르자, 고분자흡수체(SAP, Super Absorbent Polymer) 알갱이가 색소와 반응해 눈에 보였다. 고분자흡수체는 많은 생리대에 사용되는 합성화학물질로 자기 부피의 수백배에서 수천배의 물을 흡수할 수 있어 생리대, 기저귀, 제습제 등에 쓰인다. 오 대표는 “고분자흡수체가 인체에 유해한지, 무해한지에 관해서는 갑론을박 중이다”며 이번 실험을 통해 자신이 사용하는 월경용품을 뜯어보는 데 의의가 있음을 강조했다.

   
▲ 한 참가자가 생리대 단면을 자르며 분해된 생리대의 SAP 알갱이를 관찰하고 있다. © 정소희

생리대 분해 실험에 참여한 이혜리(25)씨는 “SAP에 관한 설명을 들었는데 아직까지 인체에 유해한지 무해한지 실험이 덜 되었다고 해서 놀랍다, 인공지능이 사람도 이겼는데...”라며 체험소감을 밝혔다.

박람회 뒤편에는 판매 부스가 자리잡고 있다. 40개 부스 중 마트에서 흔히 보이는 생리대 제조판매 기업은 없다. 대부분이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 기업이고, 대안 생리용품과 여성용품을 개발하고 제조하는 업체다.

행사를 후원한 서울시도 ‘여성건강을 위한 비상용생리대 비치문화 확산사업’ 홍보를 위해 부스를 운영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시는 3개월간 청소년∙여성이 이용하는 11개 공공기관에 비상용 생리대 자판기를 설치해 시범사업을 했다. 갑자기 생리를 하거나 생리대를 준비하기 어려운 사람을 위한 것으로, 기관 안내데스크에 비치된 코인을 넣거나 레버를 돌리면 생리대를 무료로 쓸 수 있다. 서울시는 1곳당 하루 평균 생리대 3.68개를 사용해 남용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공재(公共財)로서의 생리대팀 위창희(52) 팀장은 “만족도가 높아 올해부터 서울시 공공기관 200곳으로 설치를 확대하기로 했다”며 사업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현장에서 설문조사를 받고 있는데, 여전히 남용의 염려는 있어요. 그런데 저는 남용의 의미를 다시 한번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 사람이 10개를 가져가는 것, 이것을 우리는 남용으로 보지만 저소득층이 아니어도 일시적으로 수입이 단절될 경우에 그 여성에게는 사회적으로 구조받는 기구는 사실 없잖아요. 그랬을 때 이런 공공기관에 생리대가 있다면 그 기회를 이용해 그 달에 며칠간 생리를 해결할 수 있다면 이 사업의 취지도 그와 맞지 않나 생각해요. 생리는 안 한다고 안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들에게 도움된다면 공공재의 역할을 하지 않나...”

   
▲ 서울시는 월경박람회 부스를 차리고 참가자들로부터 비상 생리대 확대설치 방안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 정소희

박람회 현장에는 가족 단위, 연인 등 연령과 성별이 다양한 방문객이 많았다. 12살 딸, 6살 아들과 박람회를 찾은 이지원(45)씨는 “딸 친구들 중 생리를 하는 아이들이 있지만 서로 터놓고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며 박람회를 찾은 이유를 밝혔다.

“저도 여성이지만, 여기 이 친구(딸)도 여성이고 나중에 경험할 일이니까 와보면 좋겠다 싶었어요. 말해주는 것보다 함께 보면서 이야기하면 아이가 좀 더 쉽고 재밌게 이해할 테니까요.”

월경 이야기하는 새 판 만들고 싶었다”

박람회를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이지앤모어 안지혜 대표(33)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올해로 2회째인 월경박람회 개최 소감을 물었다.

“세상에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걸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큰 변화가 있지 않으면 여성들의 월경 문제나 필요성에 관한 큰 메시지를 못 던지겠다는 판단이 들었거든요. 전시 스토리텔링, 포궁 설치 등 과감한 시도로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웬만하면 오프라인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대형기업보다 온라인에서 제품에 애정을 가진 분들을 모아 소개하고 싶었어요. 또 (참가자가) 부스를 통해 나에게 맞는 월경용품을 선택해서 써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월경(문제)의 부조리나 터부시된 걸 깨서 새 판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 제2회 월경박람회를 개최한 ㈜이지앤모어 안지혜 대표가 포토존 앞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 정소희

그는 “스타트업, 소셜벤처, 사회적기업 등 월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브랜드를 모으려 했는데 참가자가 마켓존에 기본 2시간 정도 머물다 보니 참가자 반응도 좋고, 기업도 핵심고객을 만나 산업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지앤모어에서 제품을 구입하면 일정 포인트가 기부포인트로 적립돼 저소득층 여학생에게 월경용품이 지원된다.

안 대표는 2016년 크라우드 펀딩으로 저소득층 청소년에 생리대 기부 프로젝트를 시작한 뒤, 정기 후원의 필요성을 느껴 사회적기업을 만들었다. 일회용 생리대 유해성 논란 이후 월경컵에 관한 여성들 관심이 높아지자 매달 국내외 50여종의 월경컵을 만져볼 수 있는 ‘월경컵 수다회’를 열었다. 논란 당시 우리나라는 월경컵의 제조·판매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라 많은 여성들이 해외구매로 월경컵을 이용했다. 2017년 12월 식약처로부터 미국의 여성 전문의가 만든 월경컵 ‘페미사이클’의 품목허가를 국내 최초로 획득했다.

안 대표는 “뷰티콘 등 뷰티와 관련해 체계화한 행사장은 많지만 월경에 대한 장은 없지 않았냐”며 “세계 최초로 월경을 주제로 큰 전시를 열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월경박람회가 사회적 논의의 중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편집 : 이자영 기자

[정소희 PD]
단비뉴스 미디어콘텐츠부, 지역농촌부 정소희입니다.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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