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인터뷰] 윤수현 미디어오늘 기자
언론사는 정부와 기업 등 권력을 감시한다. 그런 언론사를 감시하는 것은 누구일까? <미디어오늘>, <미디어스>, <기자협회보>, <PD저널> 등 미디어 전문지가 그 역할을 한다. 그 가운데서도 미디어오늘은 독자적인 미디어 비평 전문 매체다.
미디어오늘은 전국언론노동조합 산하 기관지인 <언론노보>라는 이름으로 1989년 창간했다. 그 제호를 미디어오늘로 바꾼 것은 1995년이다. 1999년엔 언론노조로부터 완전히 독립했다. 2000년 인터넷 뉴스 서비스를 시작했고, 2003년 매일 새로운 뉴스와 논평을 내놓는 종합 미디어 전문 매체가 됐다.
2025년 4월 현재, 미디어오늘 편집국에 소속된 기자는 13명이다. 윤수현(33) 기자도 그들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초년 기자 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곧 미디어 전문지에서만 일했다. 아직 젊지만, 어느덧 ‘미디어 전문기자’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 2월 14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에 있는 미디어오늘 사옥에서 윤 기자를 만났다.
집요한 청년이 품은 꿈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윤 기자는 대학 시절부터 의심이나 궁금증이 생기면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2010년, 학교 근처 편의점은 1000원 이하의 금액을 현금으로만 받았다. 카드로 결제하려 해도 거절했다. 대학생이던 그는 편의점 사장에게 이유를 물었다. ‘수수료 때문에 그렇다’고 사장은 답했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그는 여신금융협회와 편의점 본사에 신고했다. 그 뒤로 편의점에서도 1천 원 이하 금액에 대한 카드 결제가 가능해졌다. 문제를 발견하고, 지적하고, 개선하는 일에 매력을 느꼈다. 그런 일을 평생 하는 게 기자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기자의 꿈을 꾸었다. 군 복무 중에도 휴가를 나간 동료에게 부탁해 시사 월간지를 받아보며 꿈을 키웠다. 전역 후 본격적으로 언론사 입사를 준비했다.
2017년 6월 8일, 경남 양산의 15층 아파트에서 외벽 보수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떨어져 숨진 사건이 있었다. 윤 기자는 2017년 7월부터 8월까지 약 6주 동안 <한겨레21> 교육 연수생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그는 사고 이후 외벽 노동 현장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확인하려고 서울 성동구의 아파트에서 외벽 청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작업 현장에는 옥상이나 지상에서 감독하며 노동자를 보호하는 사람이 없었다. 언론의 단신 보도만 읽어선 알 수 없는 현장이었다. 언론의 부족한 보도가 현실을 가릴 수도 있다는 걸 처음 배웠다.
자신을 돌아보는 경험도 했다. 장례식장에서 유족과 인터뷰한 뒤, 그들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하고 무례하게 취재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올바른 취재 태도와 자세가 무엇인지 한동안 고민했다. 자연스럽게 언론 비평에 관심이 생겼다.
좋은 언론의 생존 조건을 찾아서
이듬해인 2018년 1월, 그는 미디어 전문지인 미디어스에 입사했다. 그곳에서 지역 언론, 언론의 공공성, 미디어 정책, 정부 광고에 관한 기사를 썼다. 취재를 거듭하면서, 윤 기자의 고민이 생겼다. 언론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그는 ‘이 언론이 사는 법’이라는 제목의 연재 기획을 마련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물과 사상>, <시사IN>, <옥천신문>, <뉴스타파> 등 16개 매체의 생존 전략을 취재하여 연재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신만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언론이 많다는 걸 이 기획을 통해 알게 됐다. 포털 중심의 언론 생태계에서 신념과 가치를 지키는 언론사들이 생존할 조건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그 고민은 정부가 언론에 게재하는 광고에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정부 광고 관련 데이터를 입수해 분석했다. 2022년 1월, 그는 ‘국민 혈세 정부 광고, 조선일보에선 지면 따로 증빙 따로’, ‘동아일보·경향신문도 ‘정부 광고 판갈이’ 의혹‘ 등의 기사를 보도했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종합일간지에 게재하는 광고의 여러 문제를 폭로한 기사였다.
미디어 비평에서 미디어 리모델링으로
사회 고발, 취재 윤리, 좋은 언론, 좋은 언론을 위한 조건 등으로 진화해온 윤 기자의 고민은 이제 미디어 산업 전반으로 확장됐다. 그는 2022년 8월 미디어오늘로 이직했다. “IT와 미디어 산업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매체의 특성이 좋아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그는 말했다.
요즘 그는 미디어오늘 창간 30주년 기념 기획인 ‘미디어 리모델링’ 시리즈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모두 9편의 기사를 보도했는데, 기사마다 미디어 분야의 정책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포함해, 정치권조차 손을 놓고 있는 한국 미디어의 여러 이슈의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야심을 담고 있다.
금준경(36) 팀장을 비롯해 박서연(32), 박재령(29) 기자와 함께 맡은 이번 기획에서 윤 기자는 지난 2월 12일 ‘정부광고 1조 원 시대, 광고 기준도 없다’ 기사로 정부 광고 문제를 다뤘다. 정부 광고의 공익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광고 게재 매체 선정과 광고 비용 산정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을 짚었다.
언제나 긴장하며 변화를 꿈꾸는 기자
미디어 산업 전반을 다루는 일은 쉽지 않다. 미디어 전문기자로서 “같은 언론계에 있는 사람들을 취재하고, 그들의 문제를 짚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는 늘 긴장된다. “여러 관련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특히 “수많은 언론인이 (나의 기사를) 지켜보고 있다는 걸 명심하고 일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런 책임감으로 미디어 산업 전반과 심층을 아우르는 기사를 보도한다면, 언젠가 한국 언론계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윤 기자는 믿는다.
그는 앞으로도 미디어 생태계의 구조를 파고들고, 미디어 산업 성장을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탐색할 계획이다. 창간 30주년을 맞이한 미디어오늘이 “독자는 물론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미디어 생존법, 적어도 그 실마리라도 제시하는 것”도 그의 소망이자 목표다.
단비뉴스 팩트체크부, 유튜쁘랜딩팀장 김예은입니다.
언어의 명료함에 안주하지 않고 현장에 서겠습니다. 현장의 고유한 문체로 쓰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