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추천 좋은 기사] 2024년 한국방송기자클럽 올해의 기자상 지역보도 부문 특별상 - 전북CBS '묻혔던 채상병들'
2023년 7월 19일, 해병대 신속기동부대는 경상북도 예천군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민간인 실종자를 수색하는 작업을 벌였다. 신속기동부대 소속 채수근 상병은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이다 빠른 물살에 밀려 실종됐고, 이후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당시 사건을 취재했던 남승현 <전북 CBS> 기자는 채 상병의 죽음에 머물지 않았다. 채 상병 사망 1주기를 앞두고, 군대 내 다른 사망 사건으로 취재 범위를 넓혔다. 남 기자와 함께 최명국 기자가 취재를 맡았고, 김현주 뉴미디어 크리에이터가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준비했다. 지난해 9월 1일부터 23일까지 모두 15편의 기사와 10편의 영상으로 보도했고, 한국방송기자클럽이 주관한 2024년 올해의 방송기자상 지역보도 부문 특별상도 받았다. 시상식에서 남 기자는 “어떤 군인의 죽음도 억울함이 없어야 한다는 전제로 취재를 시작했다. 아직 풀리지 않은 억울한 죽음들이 많다는 점은 반드시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군대 내 사망 사건을 파헤치다
취재팀이 집중적으로 분석한 것은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이하 군 사망사고 위원회)가 작성한 군 사망 사건 자료였다.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018년 9월 출범한 군 사망사고 위원회는 2023년 9월 활동을 마칠 때까지 5년간 1860건을 조사했다. 취재팀은 A4용지 1만 1000여 장에 달하는 군 사망사고 위원회 자료를 살펴보며, 사망의 유형과 원인을 일일이 분석했다.
채 상병들, 그리고 채 상병의 부모들
분석 결과, 군 사망사고 위원회가 조사한 1860건 가운데 1021건의 사망 원인이 사건 당시 군이 판단한 원인과 달랐다. 과거 군대 내 사망 사건에 대한 군의 조사가 매우 부실했고, 일부 사건에선 고의로 그 원인을 은폐하려 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과거 군이 작성한 보고서 가운데는 ‘군 생활 부적응’, ‘불우한 가정환경’, ‘원만하지 않은 이성 관계’ 등을 사망 원인으로 지목한 경우가 많았다. 사인을 사망한 당사자의 책임으로 돌린 것이다.
군 사망사고 위원회의 판단은 달랐다. 실체와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된 839건을 제외한 1021건의 사망 원인을 군 사망사고 위원회가 재조사한 결과, 지휘관의 잘못으로 인한 ‘병력관리 소홀’이 273건(26.7%)으로 가장 많았고, ‘구타·가혹행위’가 243건(23.8%)으로 뒤를 이었다. 군인의 죽음 가운데 절반은 지휘관이나 상급자의 책임 또는 폭력에 의해 발생했는데도 군이 이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던 것이다.
취재팀은 이러한 수치를 바탕으로 죽은 군인들의 유족을 취재하여 기사에 담았다. 채 상병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받아 처음 보도한 것은 물론, 다른 군 사망사고의 유족을 만나 그 사연을 보도했다. 특히, 책임자를 처벌할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고 3년 2개월 동안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살았던 고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를 만나 피눈물 나는 유족의 사연을 세상에 알렸다. 선임병들에게 정수리와 가슴을 맞아 쓰러지고, 쓰러진 뒤에도 다시 폭행당하여 뇌사 상태에 빠졌다 끝내 사망한 고 윤승주 일병의 어머니도 만났다. 고 윤 일병의 어머니는 “우리 자식들을 안심하고 맡기고, 지켜줄 수 있는 시스템 정립이 필요하다”고 남 기자에게 말했다. 그 밖에도 백혈병 발병에 따른 뇌출혈로 입대 7개월여 만에 사망한 고 홍정기 일병의 어머니, 경기도 포천에서 군의관으로 복무 중 사망한 고 이용민 중위의 아버지도 전북 CBS의 기사를 통해 군의 부실한 관리 체계를 고발했다.
은폐, 조작, 탄로의 굴레 끊어내야
부대 내 사망 사건의 원인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는 군의 악습은 “(사망자를) 나약한 군인으로 치부하여 사망한 당사자나 유족에게 상당한 불명예를 주는 것”이라고 한상미 군 사망사고 위원회 조사관은 전북 CBS 취재팀에게 말했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취재팀과 인터뷰에서 군 사망사고 진상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는 원인으로 ‘폐쇄적 군 문화’를 꼽았다. 안 의원은 “군 내 사망사고는 대체로 군의 은폐를 시작으로 조작, 축소, 탄로, 공론화 등의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군 사망사고에 대한 조사를 국방부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외부 전문가 집단이 참여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게 취재팀이 제시한 해법이다. 전북 CBS ‘묻혔던 채상병들’의 지면 기사는 여기, 방송 기사는 여기, 인터랙티브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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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팩트체크부, 유튜쁘랜딩팀장 김예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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