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시사맥(脈)] 업무개시명령

지난달 29일 정부가 민주노총 산하 최대 산별노조인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 중 시멘트 운송업계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습니다. 정부는 12월 8일 철강‧석유화학 분야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까지 내렸습니다. 화물연대는 9일 총파업을 종료했지만, 업무개시명령이 위헌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제도이길래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는지, 화물연대 측은 왜 반발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업무개시명령은 특정 직군 종사자들이 휴업이나 파업으로 국가 경제 또는 국민 생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것으로 판단될 때 정부가 강제적으로 종사자들을 업무에 복귀하도록 내리는 명령을 뜻합니다. 업무개시명령은 1994년 ‘의료법’과 ‘약사법’에 처음 도입됐습니다. 이후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을 계기로 2004년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도 도입됐습니다. 의료 분야에서는 지금까지 세 차례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진 바 있지만, 화물자동차와 관련해서는 18년 만에 처음으로 발동됐습니다. 업무개시명령을 받으면 다음날 24시까지 운송 거부를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해야 합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행정처분과 형사처벌을 받습니다.

19일 오전 서울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화물노동자 업무개시명령 위헌법률심판제정 신청 기자회견에서 이봉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전 서울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화물노동자 업무개시명령 위헌법률심판제정 신청 기자회견에서 이봉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화물연대 측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며 국가 경제 위기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물류 운송에 문제가 생기면 산업 전반에 차질이 생기고, 국가 경제에도 위기를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로 시멘트 출고량이 줄어들며 건설 현장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시멘트 업계 파업으로 “화물연대 운송 거부로 시멘트는 평시 대비 5%, 레미콘은 30% 가량만 출하되고 있고, 레미콘 공급이 중단되어 공사가 중단된 건설 현장도 250개를 넘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지 약 일주일 후, 시멘트 출하량이 평시 대비 11%에서 100% 수준으로 회복되고, 전국 12개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도 평시 대비 43%에서 115%에 도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석유, 철강화학 분야로 업무개시명령을 넓힌 것도 물류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철강재 출하량이 평시 대비 약 48%에 불과하고, 석유화학 제품도 평시 대비 20% 수준으로 출하돼 출하 차질이 약 1.3조원에 달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화물연대 측은 업무개시명령이 위헌이라고 주장합니다. 화물연대는 파업을 끝낸 뒤, 지난 19일 위헌 심판을 신청했습니다. 화물연대 측은 업무개시명령의 비민주성과 폭력성으로 사실상 사문화 된 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화물차 운송사업법 제 14조 1항은 ‘국토교통부 장관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해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으면 업무 개시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화물연대는 1항에 규정된 표현 중 ’정당한 사유‘ 나 ’위기‘ ’우려‘ 등 일부 표현에서 추상적인 표현이 많고 업무개시명령이 직업 활동을 하지 않을 자유도 위배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이 노동 기본권을 침해하고,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도 위배된다고 말했습니다. 화물연대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결사의 자유 원칙을 위반했다며 국제노동기구(ILO)에 정부를 제소했습니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따라 화물연대는 업무에 복귀했지만, 업무개시명령을 바라보는 정부와 노동자의 시각이 달라 갈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업무개시명령의 위헌 여부에 관해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만큼, 법원이 향후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주의 시사맥(脈), 업무개시명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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