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시사맥(脈)] COP27
지난 6일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리시 수낵 영국 총리를 비롯한 전 세계 정치 지도자들이 이집트 휴양도시 샤름 엘 셰이크로 모여들었습니다. 올해로 27번째인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nference of the Parties·COP)에 참석하기 위해서입니다. COP은 각국 정부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제한하는 조처에 합의하기 위해 모이는 자리입니다. 1992년 채택된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에 관해 구체적 이행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매년 개최되고 있죠.
인류가 화석연료를 펑펑 쓰면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는 동안 지구는 점점 뜨거워졌습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에 따르면,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이미 1.1도 상승했고, ‘마지노선’인 1.5도 상승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2015년에 194개국이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선에서 막되, 최대한 1.5도 이하로 억제하자’며 파리기후협정에 서명했죠. 그러나 기후위기는 악화일로인 것처럼 보입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당사국들이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이행하더라도 이번 세기말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2.5도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2018년 우리나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IPCC 총회에서 마지노선으로 내세운 1.5도 상승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죠. 이처럼 지구를 자꾸 뜨겁게 만드는 주범은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해온 건 주로 북반구에 있는 선진국들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석탄과 석유 등을 엄청나게 쓰면서 경제적 번영을 누려온 선진국들이 기후위기를 초래한 책임이 크다는 얘기죠.
그래서 이번 총회의 핵심 주제가 기후재난에 따른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를 선진국들이 어떻게 보상할 것이냐였습니다. 개도국들은 기후위기에 따른 해수면 상승, 가뭄, 태풍, 홍수 등으로 자국이 치러야 하는 비용과 손실을 선진국들이 별도의 재원을 마련해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구 온난화에 거의 책임이 없는 가난한 나라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가장 극심하게 받고 있으니 말이죠. 실제로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는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 대부분이 물에 잠기고 있고, 아프리카 대륙은 극심한 가뭄으로 식량난에 시달립니다. 올여름 폭우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고 1700여 명이 숨진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파키스탄의 탄소 배출량이 아주 적은데도, 지구 온난화의 혹독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억울해했습니다.
이 의제를 두고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첨예한 대립이 벌어져, 총회는 예정된 폐막일보다 이틀 더 진행됐습니다. 그리고 총회가 막을 내린 20일, 당사국들은 사상 처음으로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다만 앞으로 어떤 종류의 피해를 보상할 것인지, 또 어느 시점부터 발생한 피해를 보상의 대상으로 삼을 것인지 등에 관한 합의는 이번에 이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구체적 재원 마련과 운용 방안에 관한 논의 또한 내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릴 COP28로 미뤄져 많은 아쉬움을 남긴 총회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구 온도 ‘레드라인’을 0.4도 남겨둔 상황. 인류는 선후진국 사이 불공정 문제도 잘 풀어나가고, 더 큰 기후재난을 막을 해법도 찾을 수 있을까요? 이주의 시사맥(脈), COP27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