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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눈으로 나를 보는 잣대
[상상사전] ‘돈’
2018년 01월 27일 (토) 21:17:23 박수지 기자 wbdjffl514@naver.com
   
▲ 박수지 기자

‘가난할수록 기와집 짓는다.’ 가난한 사람이 무시당하기 싫어 허세 부리는 심리를 비유적으로 꼬집는 속담이다. 오늘날로 치면 월셋집에 살아도 차만큼은 외제차를 타고 다니고, 돈이 없어 끼니는 대충 때워도 할부로 명품을 사는 모습으로 대신할 수 있겠다. 이렇듯 우리나라 사람들은 ‘체면’을 중시한다. 자신보다 타인이나 사회적 평판 같은 ‘남의 관점’에서 자신을 판단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자신의 ‘재력’을 드러내기 위한 행동으로 잘 나타난다. 대표적인 것이 결혼식과 장례식이다. 최근 ‘작은 결혼식’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은 초고속으로 끝나는 결혼식을 위해 비싼 웨딩홀이나 호텔식장을 예약한다. 다른 집안에 뒤지지 않을 만큼 혼수를 준비하고, 고가 ‘스드메’ 패키지를 구매한다. ‘스드메’란 결혼 준비 비용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을 묶어 부르는 말이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이들은 돈이 아깝다는 걸 알면서도 남들이 다 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그 흐름을 따라간다.

   
▲ '2017 결혼비용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결혼준비 비용은 평균 7692만원이 소요됐다. 예식장과 웨딩패키지 등 예식 비용은 2214만원, 예물·예단·혼수·신혼여행 등 예식 외 비용은 5478만원이었다. Ⓒ pixabay

장례식도 여전히 과도한 비용을 들여가며 허례허식을 씻어내지 못한다. 한국소비자원은 장례비용으로 평균 1380만원이 소요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는 평균일 뿐이다. ‘고인 가는 길이 초라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려다 보면 호화 수의와 황금색 관까지 선택하게 된다. 운구 차량, 빈소 꽃장식도 거품이 심하다는 걸 알면서도 조문객을 의식해 평균 이상으로 하게 된다. ‘남들만큼’은 해야 체면이 서기 때문이다. 이런 고비용 장례식을 치르고 나면 빚지는 경우도 흔하다.

공감 이론가 마틴 호프만은 <공감과 도덕 발달>에서 ‘공감적 과잉지각’ 이론으로 체면의 부정적 측면을 지적한다. 남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잘못된 지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허례허식과 체면치레에 지나치게 빠져 있는 사이, 결혼식과 장례식의 진짜 의미는 퇴색하고 있다.

<논어•팔일편>에 따르면 공자는 ‘예’(禮)의 근본이 무엇이냐고 묻는 임방에게 “예(길례)는 사치하기보다 검소함이 낫고, 상례(초상)는 잘 치르기보다 슬퍼하는 것이 더 낫다”고 답했다. 길례는 축복의 마음을, 상례는 애도의 마음을 다하는 것이 진정한 예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예를 강조했지만 예가 형식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여 ‘진심 어린 마음’이 따라야 함을 강조했다. 예와 형식의 가치가 주객 전도된 우리 사회가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체면(體面)은 문자 그대로 ‘몸의 바깥면’을 말한다. 남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체면은 높아질 수도 낮아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진심’은 남이 아닌 자신의 마음이다. 내가 지키지 않으면 그냥 사라져 버린다. 우리가 예식을 치를 때 체면을 위해 ‘돈’을 쓰는 것보다 ‘마음’을 더 써야 하는 이유다. 이제는 허례허식으로 가득한 혼례와 장례 문화의 풍토를 바꿀 때다. 남의 시선을 위한 재력 과시보다는 나의 진심을 위한 형편에 맞는 예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체면과 진심 사이에서 우리는 당당히 진심을 드러내고 진정한 행복과 슬픔을 느낄 자유가 있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고하늘 PD

[박수지 기자]
단비뉴스 시사현안부장, 편집부, 환경부, TV뉴스부 박수지입니다.
말과 언어는 세상을 바꿔 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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