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 강정마을 구상권 청구소송 철회

정부는 12일 오전 이낙연 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제주 강정마을 구상권 청구소송 철회를 권고하는 법원 '조정안'을 수용했다. 구상금 청구소송은 지난해 3월 제주기지 공사 지연 손해를 이유로 해군이 2016년 3월 개인 116명, 단체 5개를 상대로 34억5000만원의 구상금을 청구한 것이다.

이와 관련 법원은 지난달 30일 분쟁의 경위, 소송 경과와 당사자들의 주장, 향후 분쟁이 계속될 경우 예상되는 당사자들의 이익과 손실 정도 등을 고려해 공평하고 적정한 해결을 위해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강제조정안)'을 정부로 송달했다. 법원 조정안에는 양측이 앞으로도 민형사상 청구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는 법원 조정안 수용 배경에 대해 "사법부의 중립적인 조정 의견을 존중하고, 강정마을 구상권 철회가 현 정부 지역공약인 점 등을 감안해 법원의 조정 결정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12일 방송사 저녁뉴스는 이와 관련해 한 꼭지 이상 앞부분에서 비중 있게 보도했다. 비교분석한 결과 TV조선이 지상파 3사와 달리 한쪽으로 치우쳐 정파적으로 보도했다. TV조선 보도가 정파적 보도라고 할 수 있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 지난 12일 TV조선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시위자들에 대한 구상권 청구소송을 철회한다는 보도에서 시위자들이 격렬히 저항하는 부분만을 편집해 영상으로 내보냈다. ⓒ TV조선

1) 지상파 3사에서 해군기지에 대한 반대 시위를 ‘반대 활동’으로 표현했다면, TV조선은 ‘불법 시위’라고 규정하고 보도를 이어갔다. TV조선 ‘뉴스 9’는 첫 꼭지와 두 번째 꼭지로 관련 내용을 비중 있게 다뤘다. 첫 꼭지 <제주 해군기지 구상권 소송 철회> 리포트에서 기자는 “금전적인 피해배상은 물론이고 불법 시위에 대한 사과나 재발방지 약속도 없습니다”라고 덧붙였다.

2) “갈등 치유와 국민통합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법원의 조정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멘트는 넣지 않았다. 법원 결정과 정부의 수용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앞으로 기대는 보여주지 않은 채 반대 시위자들을 불법으로 몰기 바빴다.

3) 두 번째 보도는 훨씬 정파적이다. 앵커는 자막 <공사 지연 손실 ‘국방 예산’으로 땜질>과 함께 “불법 시위로 입은 손실을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메우는 나쁜 선례가 또 하나 생기게 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고 말했다. 이어진 리포트에서 기자는 ‘국민 혈세로 땜질 논란’이라는 제목과 함께 “그런데 34억원의 구상권 소송마저 철회하면서 돌려받을 길이 없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모두 혈세로 메우는 상황이 된 겁니다”고 말했다. 반대 시위단체에 대한 구상권 청구는 옳지 않다는 법원 결정에도 공사 지연으로 생긴 손실액에 대해 시위자들로 인해 국민 세금이 사용될 것처럼 부각했다.

4) 또한 두 번째 보도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는 불법 시위가 빈발했습니다. 경찰 멱살을 잡아당겨 넘어뜨리려 하거나 경찰버스를 점거하려 했습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주민들이 경찰을 상대로 일방적으로 과격 시위한 것처럼 영상을 편집해 보도했다.

5) 두 번째 보도는 정치인 반응 중 보수 정당인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 인터뷰 "불법시위로 인한 국가적 손해를 국민의 혈세로 충당하겠다는 결정에 이 정부가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만 내보내고 나머지 정당 의견은 “하지만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합당한 조치라고 했습니다”라는 멘트만으로 마무리 지었다. 두 번째 보도의 주제인 ‘국민 혈세’ 키워드는 결과적으로 장제원 의원의 인터뷰에서 따온 것임을 유추할 수 있다.

빌 코바치는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 5장 ‘정파로부터의 독립‘에서 저널리즘과 정파적 담론을 구분 짓는 차이점에 대해 “이미 결론을 내리고 사실을 왜곡하거나 배제하지 않는 것”이라 설명했다.

2014년 제주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개인 몇 명이 업무방해죄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반대 활동 자체가 불법인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TV조선이 일반적인 시위자들의 반대 활동을 ‘불법 시위’라 명명한 것은 저널리즘 원칙에 의하면 저널리즘이 아닌 정파적 담론이다.

또한 정부가 법원 결정을 수용한 이유였던 “갈등 치유와 국민통합“ 문구는 생략하고, ”국민의 혈세로 충당하겠다는 결정“이라는 인터뷰만 실은 것은 사실을 충분히 보도하지 않고 일부 왜곡·배제한 것이다. 이는 저널리즘 원칙이 갖춰진 보도가 아닌 정파적 보도였음을 보여준다.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충분히 전달하고 진보, 보수 정당의 이야기를 모두 담지 않은 것은 시청자로 하여금 편향된 반응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다. ‘불법 시위’는 모두가 민감한 주제이기 때문에 주의 깊게 써야 하지만 고려하지 않았다. 이는 시청자들이 시위자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결과를 가져왔다. 실제로 해당 기사에는 “무력시위하고 깡패짓하고 나라에 손해를 끼쳐도 불쌍해 보이고 약자로 간주되면 죄지어도 사면?”이라는 댓글이 올라왔다.


편집 : 양영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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