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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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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의 다양성 모색
[현장] 저널리즘의 진화와 혁신 ④
2017년 11월 26일 (일) 14:55:30 김미나 조은비 기자 finestrain@naver.com

“언론사들은 장애인의 비참한 삶을 그대로 보도하지 않아요. 대중이 원하는 이야기에 맞춰서 각색하고 편집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주인공을 캐스팅하죠. 저는 이영학이 그런 방송사와 대중들의 요구에, 의도에 맞춰서 캐스팅된 주인공이 아닌가 묻고 싶습니다.”

‘2017 구글 뉴스랩 혁신 포럼’ 다섯 번째 세션에서는 ‘저널리즘 다양성의 모색’을 주제로 라운드테이블이 펼쳐졌다. 김균미 서울신문 논설위원, 강혜민 비마이너 기자, 조이여울 일다 편집장, 김정미 중부매일 기자가 참석했다. 사회의 다양한 가치들을 저널리즘이 어떻게 시대와 독자의 변화에 맞춰 담아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자리였다. 구글코리아의 정김경숙 씨가 토론 진행을 맡았다.

   
▲ 지난 15일 구글코리아와 미디어오늘이 개최한 '2017 구글 뉴스룸 혁신 포럼' 다섯 번째 세션인 '저널리즘의 다양성 모색' 토론에 참여한 패널들의 모습. ⓒ 조은비

장애인 보도, “동정과 시혜” 프레임 그만

장애계 뉴스를 다루는 인터넷 언론사 <비마이너> 강혜민 기자는 언론이 장애인을 보도할 때 덧입히는 ‘동정과 시혜’ 프레임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강 기자는 “대중과 언론이 먹다 남은 고깃덩어리처럼 던져준 동정과 시혜”가 이영학을 키운 것은 아닌지 참석자들에게 물었다. 강 기자에 따르면 이 씨가 언론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2005년이다. 이 씨는 자신의 희소병이 자기 딸에게도 유전됐다고 눈물을 흘리며 딸의 수술비를 모금하기 위해 등장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따르면 지난 12년간 이 씨 개인 계좌로 들어온 후원금은 13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실제 딸의 수술비로 쓰인 것은 10분의 1가량이었다. 개인 후원자도 138명이나 있었다.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이 씨는 ‘천사 어금니 아빠’의 모습으로 언론에 비춰졌고, 사람들은 그에게 계속 돈을 기부했다.

강 기자는 언론에서 가난하고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삶이 미화되는 사례는 흔하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로 KBS1에서 2014년까지 방영된 ‘사랑의 리퀘스트’를 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전화 한 통화에 2000원으로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고 홍보하며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삶’을 소개한다. 그러나 강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상상해봅시다. 0.5평 쪽방에 살면서 벽에는 곰팡이가 퍼져있고, 장애 때문에 바깥 외출은 꿈도 꾸기 힘든 삶이 과연 아름답고 따뜻할까요? 아니에요. 비참하고 처참할 뿐이에요.”

“동정과 시혜” 뒤에 숨어 있는 열악한 사회 복지 시스템

강 기자는 “미담으로 소비되는 계층은 이 사회의 하층민들”이라며 “가난하고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삶은 사실 사회의 복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언론은 이들의 마땅한 ‘권리’인 복지에 관해서는 침묵합니다. 이들에게 주어져야 할 ‘시민의 자리’를 삭제해요. 언론은 그저 이들을 ‘동정과 시혜’가 필요한 사람, ‘구걸’해서 손쉽게 돈을 받아가는 사람들로 추락시켰습니다.”

   
▲ 강혜민 <비마이너> 기자. ⓒ 미디어오늘

강 기자는 라운드 테이블 막바지에서 “동정과 시혜를 제거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기부를 받기 위해서는 ‘저 사람이 진짜 불쌍한 사람이다’라는 대중들의 확신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영학의 경우, 본인도 희소병을 앓고 있지만 딸의 수술비를 벌기 위해 인형탈을 쓰고 춤을 추는 모습이 방송됐다. 이 씨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의 마음은 움직였고, 후원으로 이어졌다. 강 기자는 ‘가난과 장애를 증명’하기 위해 비참한 모습을 끊임없이 강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꼬집었다.

강 기자는 이영학 사건에서 드러나는 열악한 복지 시스템을 취재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주장했다. 이 씨는 지난 12년 동안 기초생활수급비로 1억2천만 원을 받았다. 이것을 12년으로 나누고, 다시 1년으로 나누면 한 달에 백만 원 남짓 수령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이 씨가 진짜 장애인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중증 질환을 가진 가족이 두 명이나 있는 상황에서, 기계적 계산을 따랐을 때 받는 기초생활수급비(한 달 백만원)로는 살 수 없습니다.”

강 기자는 “언론은 취약한 복지 시스템에 집중해 기초생활수급비, 의료보험 비급여의 급여 전환, 긴급지원 확대 등을 취재해 기사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법체류자보다 더 비가시화된 성소수자

여성주의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일다>의 조이여울 편집장은 이날 성소수자 관련 발제를 맡았다. 조이 편집장은 “한국 언론 중 성소수자 이슈를 10년 넘게 꾸준히 보도한 곳은 없다”라고 말하며 페미니스트 저널인 <일다>가 왜 성소수자 이슈에 주목했으며, 페미니즘과 성소수자 이슈가 어떤 상관이 있는지, 언론에서 성소수자 이슈가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를 소개했다.

   
▲ 여성주의 저널 <일다> 홈페이지 메인화면. ⓒ 조은비

“언론계 유리천장을 뚫는 페미니즘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발언권을 주고 그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조이 편집장은 <일다> 홈페이지에 성소수자 카테고리를 둔 이유를 설명했다. 창간 초기부터 진보언론조차 다루기 꺼렸던 장애 여성, 탈북 여성, 이주민 여성, 불법체류 여성, 노숙인 여성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는 그는 “불법체류 신분의 사람보다도 더 비가시화된 존재가 성소수자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기자들만 해도 성소수자, 성적소수자, 트렌스젠더 같은 용어와 개념을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우리는 빈 곳을 찾아갑니다. 가장 비가시화된 사람들, 가장 왜곡된 사람들의 목소리에 통로와 출구를 만들어주고자 해요. 따라서 <일다>의 ‘톱’이 된다는 것은, 기성 언론에서 가장 소외된 이슈라는 뜻이기도 하죠.”

성소수자를 ‘다른 존재’로 그려내는 언론 보도

<일다>가 성소수자 이슈를 비중 있게 다뤄온 지 15년 정도 흐른 지금, 한국 언론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조이여울 편집장은 “성소수자 지위가 한국 언론에서 변화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며 국내 성소수자 운동의 성장과 동성혼 합법화 등 해외 변화 흐름을 짚었다. “언론도 예전처럼 무지하거나 적대적으로 성소수자의 존재를 다룬다고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범죄 사건의 당사자가 ‘알고 보니 동성애자였다’라는 보도가 가끔 나온다”면서, 성소수자의 존재를 다르게 그려내는 보도를 비판했다.

“가정 폭력, 아내 살인, 데이트 강간 등 이성 간의 관계에서 온갖 종류의 폭력, 살인, 협박이 일어나지만 어떤 언론도 ‘이들이 이성애자였다’라고 보도하지는 않습니다.”

조이 편집장은 덧붙여 “누구도 그런 사건을 보면서 역시 이성애자들은 이상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성소수자라는 비가시화된 영역에 부정적인 이미지까지 덧씌우는 언론의 현주소를 꼬집었다.

   
▲ 조이여울 <일다> 편집장이 여성인권과 성소수자인권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 조은비

조이여울 편집장에 따르면, 이날 포털사이트 주요 메인기사 5개 중 3개가 여성 인권 이슈였다. 간호사, 장애 여성, 일과 양육을 병행하는 여성들의 인권을 다룬 기사들이었다. 이렇게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최근 젊은 여성들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언론 소비자로서의 파워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또한, 여성과 성소수자 인권 문제의 관련성에 대해 “여성을 ‘이등시민화’ 하는 한국의 가부장적 혼인 가족 중심 제도하에서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조이 편집장은 가부장제로 인해 여성들만큼이나 억압받고 있는 존재가 성소수자라고 봤다.

저널리즘의 미래를 위한 다양성 추구, 가능할까

<서울신문>의 첫 여성 편집국장을 역임했던 김균미 논설위원은 편집국에서 28~30%대로 높아지고 있는 여기자 비율을 소개했다. 또한, 이날 제기됐던 다양성 논의들을 포괄하기 위해 신문 역시 피상적인 보도를 넘어 구조적인 문제를 짚으려 노력하고 있음을 전했다. 김 논설위원은 “폭넓은 취재원과 풍부한 경험이 다양한 이슈를 다양한 시각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제기할 수 있음을 편집국 기자들에게 항상 강조하고 있다”며 저널리즘의 다양성 추구에 관해 언급했다.

충북지역신문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는 기술 혁신과 연동된 콘텐츠 혁신의 도전과 실패 경험담을 들려줬다. 김 기자는 현실적으로 지역신문에서 콘텐츠 다양화를 꾀하기 어려운 업무환경을 언급하며 이를 탈피하기 위해 매년 탄탄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책을 출판한 뒤 역으로 이를 기사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주민 르포르타주 : 충북 사용 설명서>는 그 결실이다. 김 기자는 “지역에서는 시민과 함께 지역으로 들어가는 것이 여전히 해법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전했다. 기술 혁신과의 연동도 중요하지만 역시 본질적인 문제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는 미국 대선 뉴스가 부정적으로 편향 보도됐음을 발표했다. ⓒ 조은비

“뉴스는 부정적 보도로 가득 차 있다. 정작 미디어가 만든 정치는 리더가 아닌 포퓰리스트를 양성하는 게 현실이다”

독일 헬무트 슈미트 전 총리의 말이다. 오늘날 미디어 현실은 그의 발언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현재 미디어 환경은 이날 활발히 펼쳐졌던 다양성 모색 가능성과 정확히 반대된다. 미디어오늘 이정환 대표는 이전 세션이었던 ‘스토리텔링의 실험’에서 부정적이고 편향적인 보도 혹은 미담을 쥐어 짜내는 보도가 오히려 ‘장사가 되는’ 현실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 언론은 ‘문제’가 아니라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며 ‘솔루션 저널리즘’을 주장했다. 누가 무얼 말했다는 것을 전달하는 ‘따옴표’ 저널리즘이 아니라, 언론 스스로 해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그 과정을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형식과 방법은 이번 콘퍼런스에서 쏟아져 나왔다. 결국 탐사 보도, 데이터 저널리즘은 ‘솔루션’을 위한 ‘방법’이 돼야 한다. 다양한 가치들을 어떻게 드러내고, 어떻게 독자들을 설득해 자신의 편으로 만들 것인지는 언론의 숙제다.


저널리즘은 미디어 생태계의 거대한 지각변동 속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지난 15일과 16일 양일에 걸쳐 열린 '구글 뉴스랩 혁신 포럼'과 '데이터 저널리즘 코리아 콘퍼런스'는 이 질문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는 장이었다. 독자들은 더 이상 전통매체의 복잡하고 긴 기사를 읽을 여력이 없다. "그래서, 어쩌라고?" 이제 독자들은 문제에 대한 '답'을 저널리즘에 요구한다. 모바일 온리 시대, 앞으로 어떻게 독자 친화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을까. <단비뉴스>는 '저널리즘의 진화와 혁신'을 주제로 지난 콘퍼런스를 4편에 걸쳐 돌아본다. 이번 기획 시리즈는 <미디어오늘>과 공동연재 한다. (편집자)

① 뉴스룸 혁신과 테크놀로지

② 데이터 저널리즘의 도전과 한계

③ 밀레니얼 세대와 미디어 스타트업

④ 저널리즘의 다양성 모색

편집 : 조승진 기자

[조은비 기자]
단비뉴스 미디어부장, 영상부, 시사현안부 조은비입니다.
있는 그대로 세상을 느끼고,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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