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 TV조선 지상파 재허가 탈락 보도

지난 8일 지상파 3사(KBS, MBC, SBS) 모두 재허가 심사에서 탈락 점수를 받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한겨레> 보도를 통해서 알려졌다. 방송통신위원회 지상파 재허가 심사위원회 심사결과 SBS 647점, KBS1 646점, KBS2 641점으로 재허가 기준 점수인 650점을 넘지 못했고, MBC는 가장 낮은 점수인 616점을 받았다. 지상파 3사 모두 탈락점수를 받은 것은 역대 최초의 일로 지상파 방송의 추락한 위상을 보여주는 소식이었지만, 해당 내용을 보도한 방송사는 지상파 3사와 종편 4사(JTBC, TV조선, 채널A, MBN)를 통틀어 JTBC와 TV조선뿐이다.

지상파 재허가 탈락 심층 보도한 TV조선

JTBC는 관련 보도 'KBS·MBC·SBS 지상파 3사 '재허가 낙제점'…사상 초유' 한편으로 해당 소식의 정보전달에 그쳤지만, TV조선은 '지상파 3사 모두 재허가 탈락점수…초유의 사태' 리포트와 '지상파 3사, 재허가 탈락 점수 받은 배경은?' 심층분석 리포트 두 꼭지를 연달아 내보내며 해당 사안을 비중 있게 다뤘다.

'지상파 3사 모두 재허가 탈락점수…초유의 사태'는 ‘여권의 방송장악 시나리오’라는 야당의 입장만을 전달하며 “지상파 방송의 독립성이라든지 중립성을 훼손하는 쪽으로 칼자루를 휘두른다면 아마 국민들에게는 큰 저항이 일어나지 않을까”라는 최성진 서울과기대 교수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 TV조선은 이번 지상파 재허가 심사 탈락에 대해 현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고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논리로 전환하고 있다. ⓒ TV조선 뉴스9

'지상파 3사, 재허가 탈락 점수 받은 배경은?'에선 방송사별 낙제점을 받은 이유에 대해 차례로 소개하며, SBS의 경우 “대선 과정에서 보도 과정의 사고나 실수가 있었습니다. 현 정부에서 이를 모두 방송적폐로 평가한 결과란 지적입니다”라고 보도했다. 즉, 이번 방통위의 결정이 집권여당의 보복에 의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이번 심사의 평가 기준과 방식에 대해 살펴보면 TV조선의 주장은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번 방통위의 지상파 재허가 평가는 1000점 배점 중 ▲방송평가(400점) ▲방송 공적책임·공정성(250점) ▲방송 기획·편성·제작·공익성 확보 계획(150점) ▲경영·재정·기술적 능력(100점) ▲방송발전 지원계획(100점) 등으로 나뉜다.

400점 배점인 방송평가 항목은 기존의 방송평가위원회에서 평가한 점수가 그대로 반영되고, 나머지 항목도 외부 전문가 11인으로 구성된 ‘재허가 심사위원회’에서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 심사 평가 대상 기간은 2013년부터 올해 5월까지로 박근혜 정권과 맞물리는 기간이다. 이 기간의 사안들만 심사에 반영됐기 때문에 이번 평가점수는 박근혜 정권에서 지상파 방송사가 ‘방송 공적 책임·공정성’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을 드러내는 지표다. TV조선은 이를 현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고 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논리로 전환하고 있다.

공영방송과 달리 민영방송인 SBS는 지난 4년 동안의 실적과 소유 경영 분리, 경영 투명성 관련 세부 실적, 배당실적 등의 ‘현황’과 ‘개선 의지’를 각각 평가받는다. 따라서 대선 과정에서 발생한 SBS의 보도 실수가 방송 적폐로 평가됨으로써 낙제점을 받은 것이라는 TV조선의 보도 역시 근거 없는 주장이다.

뜬금없는 MBC 보도국 인사 소식?

TV조선 '지상파 3사, 재허가 탈락 점수 받은 배경은?' 보도는 앵커와 기자의 질의응답 형식이다. 문제는 앵커의 마지막 질문이다. “MBC 보도국이 대대적 물갈이 인사를 했다고요?”라며 보도내용과 관련성이 없는 질문을 던졌다. 기자는 “어제 취임한 최승호 사장이 긴급 보도국 인사를 단행했다”며 “기존 부장단은 대부분 아무런 직책 없이 보도국 근무로 발령을 냈고, 주요 보직 부장과 팀장급으론 파업에 참여한 인사들을 전면 배치했다”고 전했다.

▲ 최승호 MBC 사장의 취임과 MBC 보도국의 인사 소식을 지상파 재허가 탈락 보도 마지막 부분에 엮어 보도했다. ⓒ TV조선 뉴스9

이 질문과 답변에는 TV조선의 틀 짓기(framing) 노림수가 숨어있다. 지상파 재허가 탈락이 정권의 방송장악 의도라는 논조로 보도를 진행한 후, 전날 발생한 최승호 MBC 사장의 취임 소식과 MBC 보도국의 인사 소식을 마지막 부분에 엮어 보도함으로써 해당 사안 역시 정부의 방송장악 의도라는 틀을 씌우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편집 : 임형준 기자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