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김미나 기자

▲ 김미나 기자

나는 ‘시골 냄새’가 좋았다. ‘시골 냄새’가 풍기면 어김없이 외할머니댁에 다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이 냄새는 농촌을 떠올리는 ‘자연의 향기’가 아니라 ‘악취’가 되었다. 시골 집집마다 가축을 한두 마리씩 키우던 소농은 사라지고 대규모 축산단지가 조성됐다. 단지 주변 마을은 가축 분뇨 냄새로 주민들 민원이 끊이질 않는다.

충남 홍성에 있는 충남도청사 반경 5km 안에는 농가 448호가 있다. 돼지 6만2백 마리와 닭 17만9천 마리 등 모두 25만 마리를 기르는데, 여름이면 축사가 밀집된 동쪽에서 청사 쪽으로 바람이 불어 분뇨 냄새에 곤욕을 치른다.

흐린 날에는 악취가 더 심하다. 저기압일 때는 비가 오거나 구름이 많아 지표면으로 들어오는 햇빛의 양이 줄고 공기가 위로 상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때는 암모니아와 같은 휘발성 물질이 활발히 활동하는데, 이를 두고 옛 어른들은 ‘화장실이나 하수구 냄새가 지독하면 비가 온다’고 했다.

최근 제주에서는 한림읍에 밀집한 양돈장 탓으로 인근 마을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관광업체까지 어려움을 호소한다. 제주도 축산 악취 민원은 해마다 늘고 있으며 2014년 306건에서 2015년 573건에 이어 지난해는 668건에 이르렀다.

▲ 가축 분뇨는 환경오염을 일으킬 뿐 아니라 악취를 발생시킨다. 공장식 축산에서 지역 내 순환 가능한 소규모 축산으로 바뀌어야 한다. ⓒ YTN 스페셜 갈무리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축분뇨 악취 민원은 2005년 총 4302건에서 2013년 9914건으로 연간 평균 15%씩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 이르자 환경부는 전국적으로 지난 2016년 7월, 2017년 1월, 2017년 6월 3차에 걸쳐 악취방지법을 강화했고, 지자체들은 ‘축산분뇨 자원처리화 시설’ 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난 5월 경북 군위 한 양돈장에서 돼지 분뇨를 치우던 네팔 국적 노동자 둘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농장은 돼지 4천 마리를 키우는 대형 농장으로 평소 기계로 돼지 오물을 치우는 ‘시설현대화’ 농가였지만, 그날은 기계가 고장 나 일꾼들이 정화조에 직접 들어가 똥을 치우다 변을 당했다. 시설현대화도 정답은 아니었던 셈이다.

결국, 해법은 축산 두수를 획기적으로 줄여 악취 발생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1인당 쇠고기 소비량은 9.7㎏에서 11.6㎏으로 늘었다. 돼지고기와 닭고기 소비량도 각각 19.2㎏에서 24.1㎏, 11.6㎏에서 13.8㎏으로 늘었다. 고기 과잉소비와 과잉축산은 가축의 ‘공장식 밀집 사육’을 초래 했고, 이는 ‘살충제 계란’ 파동,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 전염병의 요인이 되었다. 더불어 풍요의 질병인 비만과 심장발작, 암, 당뇨병을 발생시켜 인간을 괴롭힌다.

▲ 제레미 리프킨 <육식의 종말>, 시공사. ⓒ 네이버 책 갈무리

<육식의 종말>에서 제레미 리프킨은 육식 소비에 합리적인 생산 과정이란 등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가축을 거세하고, 호르몬과 항생제를 투입하고, 살충제를 뿌리고, 적절한 몸무게가 될 때까지 곡물을 먹이며 사육되는 전 과정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더 싸게 더 많이’를 외치며 생산성 향상을 노리는 축산은 축산분뇨에 따른 악취와 환경오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래 세대에 지속 가능한 환경을 물려주려면 책임 있는 소비가 필요하다. 지구상에는 수백만 명이 굶어 죽고 있으며 그보다 더 많은 사람이 육식 과다섭취로 죽는다. 육식 소비를 줄여 축산악취와 오폐수 때문에 몸살을 앓는 내 이웃과 환경을 돌보고, 현재 대규모화한 축산단지를 지역 순환이 가능한 소규모 축산으로 탈바꿈해 악취의 종말을 기해야 한다.


편집 :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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