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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은 문제가 아니라 해결책이다”
[인문교양특강] 정희진 서강대 여성학·평화학 강사
주제 ① 저출산 시대와 국방정책
2017년 10월 10일 (화) 23:19:08 윤연정 박수지 양영전 기자 coolpooh0727@naver.com

“사람들은 대부분 저출산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대책을 세우려 하죠. 제 생각은 좀 달라요. 저출산이 왜 문제인가요? 사람이 줄면 취업 경쟁도 줄고 인구밀도도 줄고, 환경 문제도 줄어들 텐데.”

바야흐로 한국은 세계 최고 ‘저출산율’ 시대에 살고 있다. 사회 곳곳에서는 육아휴직, ‘칼퇴근’, 노동시간 단축 등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기업에서도 결혼과 출산을 독려하고 지방자치단체들은 출산장려금을 지급한다. 대통령도 엄마와 아빠가 함께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왜 저출산은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일까? <경향신문>과 <한겨레> 등에 매주 칼럼을 연재하고, <페미니즘의 도전> <소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 등의 책을 펴낸 여성학자이자 평화학자인 정희진 서강대 강사가 이 질문에 새로운 시각으로 답했다.

   
▲ 여성학자 정희진 선생이 저출산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 장현석

저출산은 한국사회의 필연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17명으로 2015년 1.24명보다도 하락했으며, 올해는 1.03명으로 예상된다. 정 선생은 이와 같이 낮은 출산율은 인구학적 측면에서 회복 불가능한 숫자라고 말했다. 또 인류 역사상 어느 사회나 어느 시대에서도 이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는 최고 기록이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 현상을 제대로 봐야 한다. 그는 우리나라가 이와 같은 저출산 시대에 접어들게 된 것이 한국 여성과 한국 남성 간의 ‘인식차’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집안일은 하지 않으면서 아내가 바깥일도 잘하길 바라는 남편과 사느니 차라리 고양이와 살겠다는 것이 요즘 여성들의 생각”이라며 “저출산은 여성의 결혼 기피 결과”라고 설명했다. 여성들이 집에서는 현모양처 역할을 강조하고 사회적으로도 성공하길 바라는 남자들의 ‘슈퍼우먼 기대심리’ 때문에 여성들이 자신을 위한 선택으로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6월 27일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7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미혼여성은 결혼을 원하는 비율이 31.0%에 불과했다. 10명 중 7명이 결혼을 하지 않겠다거나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결혼을 원하는 여성 비율은 2010년 46.8%, 2012년 43.3%, 2014년 38.7%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반면 결혼에 찬성하는 미혼남성은 42.9%로 여성과 큰 차이를 보였다.

“젠더에 대한 기본 인식만 있어도 저출산 문제가 기존 방식으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젠더 인식이 없는 상태에서 저출산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대책만 세우니까 황당무계한 대책들만 나오는 거죠.”

   
▲ 정희진 선생은 “여성들이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끌어가기 위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을 선택한다”고 말한다. ⓒ Pixabay

국가주의가 저출산 문제를 조장

정 선생은 천편일률적으로 저출산의 문제와 해결책에 대해서만 늘어놓는 언론을 꼬집었다. 그는 “‘저출산이 바람직하다’거나 ‘저출산으로 인해 변화하는 남녀 성별의 권력관계’ 혹은 ‘저출산이 여성의 삶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기사는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의 사람이 저출산을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인구는 국력이다’, ‘애를 많이 낳는 것이 애국하는 것’ 등 남성들의 인구학적 관점과 국가주의가 저출산을 문제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정 선생은 우리나라가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지 않다’는 시각으로도 바라봤다. 그는 “미국에서는 백인이 아이를 안 낳아도 유색인종이 아이를 낳아 저출산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는 한국 여성만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저출산이라고 하는 것”이라며 “외국인 여성들이 한국으로 시집오는 것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도 우리가 현재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문화 학생이 10만 명이 넘는 시대인데도 이민을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제 그런 시대는 갔다”고 덧붙였다.

   
▲ 현재 우리나라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까지 다문화 학생 수는 10만 명에 이른다. ⓒ Flickr

실제 미국에서는 이민자들의 높은 출산율이 인구 성장을 가져오고 있다. 지난 8월 29일 퓨 리서치 센터가 발표한 미국의 출산율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 여성들의 신생아 출산율은 10% 급감했으나 이민자들의 높은 출산율로 출산율 감소가 4%에 그쳐 인구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50주 가운데 48주에서 이민자 출산율이 미국 여성들의 출산율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도 2015년 출산율이 1인당 1.5명으로 올라 33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는데, 출산율을 끌어올린 주요인이 난민 등 이주 여성이었다. 이주 여성 출산율은 1.95명으로 독일 여성보다 높았다.

노동력 부족은 거짓말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은 다 거짓말입니다. 우리나라 경제·산업구조 자체가 노동력이 부족한 구조가 아니고 외국인 노동자가 넘쳐나요. 노동을 하려고 하는 50세 이상 실업자들도 엄청 많습니다.”

정 선생은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이라는 프레임을 넘어서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일자리를 늘리려고 하는 정책에 대해 “의도는 좋지만 진짜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 일자리가 늘어날 수 없는 경제 구조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선생은 “더 이상 일자리가 생길 곳이 없는데 일자리를 주겠다고 하는 건 국민들에게 헛된 희망을 주는 것”이라며 “노동의 개념이 근본적으로 변하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사는 동네 은행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0명 정도 근무했는데 지금은 3명만 앉아 있어도 잘 굴러간다”며 “100여 년 전에 1000원의 가치를 생산하기 위해 1000명이 필요했다면 지금은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정 선생은 노동력을 이삼십대 젊은 남성으로만 생각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동을 하려고 하는 50세 이상 실업자들이 굉장히 많고, 이들도 충분한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들이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데려다 일을 시키고 있다며, 인구 피라미드가 무너진 상황에서도 얼마든지 대체인력은 존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제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체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노동력으로 문제를 겪는 산업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출산 시대, 징집할 인구가 없다?

노동력의 근본적 변화는 학교와 군대에서 나온다. 저출산 시대인 한국에서 교사와 장교가 남아돈다. 경제 성장에 노동력이 중요했던 과거에는 노동인력을 길러주는 학교와 군대가 근대적 노동자를 생산하는 기초 기관 역할을 했다. 하지만 현재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뀐 금융자본주의 시대에서는 근대적 노동자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더불어 우리에게 근대 군대와 학교의 역할을 유지시켜줄 인구도 줄고 있다. 정 선생은 ‘저출산이 문제’라고 규정되는 것은 공교육 붕괴와 병력수급 문제를 수반하기 때문이라고 정리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사회에 들이닥친 초유의 저출산 사태는 머지않아 군대에 갈 인구가 없을 것이라는 논의를 낳았다. 정 선생은 이에 대해 인구정치학이 우리나라 국방정책의 키워드가 됐다고 진단한다. 저출산을 멈출 뚜렷한 묘수가 없기 때문에 국방정책에서 인구 감소는 지속적인 정책 어젠다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생들이 정희진 선생의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 장현석

인류의 전쟁사를 보면 대다수는 내전이나 국지전이다. 국가 간에 일어나는 게 더 적다. 국가 간 전쟁이 일어난다면, 대부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같은 첨단 무기를 통해 이뤄진다. 정 선생은 무기를 가진 자가 전장을 지정하고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만큼 국방정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축은 과학기술이라는 주장이다.

첨단무기 전쟁 시대가 도래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전쟁의 대다수는 내전과 국지전으로 이뤄진다. 무엇보다 중국처럼 인구 자체가 국방력인 나라가 있으며, 여전히 악의 축으로 규정된 북한의 남성성인 인구가 국제사회의 감시 대상이 되고 있다. 정 선생은 인구와 인구 구성이 여전히 국방정책의 중요한 요소이기에 ‘저출산’ 현상이 심각한 문제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의 입대 가능성은?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면 60만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입대 논의는 남녀 모두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는 징병제와 남녀 모두 원하는 사람만 입대하는 지원병제를 아우르며 꾸준히 있어왔다. 현재 모병 방식은 크게 징병제와 지원병제로 나뉘는데, 여기에 여성을 포함하는지 여부와 여성을 징병제 또는 지원병제로 받을지 재차 구분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최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온라인 지지 서명이 10만 건을 훌쩍 넘은 ‘여성징병제’ 청원 글이 올라왔다.

   
▲ 정희진 선생은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한다’는 논리가 확대재생산되는 배후에 비대한 군대 권력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 <조선일보> 포털 갈무리

정 선생은 여성 입대 논의를 부채질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육군과 주한미군의 공모 관계를 지적했다. 다른 나라의 육·해·공군의 비율이 4:3:3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한미동맹의 위계적인 분업으로 8:1:1에서 9:0.5:0.5까지로 구성돼 있다. 육군이 압도적인 비율로 많이 편제돼 있어 저출산에 따른 징집 인구 감소가 육군 장교 실업 문제로 이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여성의 입대를 찬성하는 세력은 여군 전체 세력, 자유주의 페미니스트, 육군과 주한미군 당국이 대표적입니다. 반대하는 쪽은 군축을 주장하는 평화운동 진영, 국방부 내 신자유주의 세력과 함께 저처럼 여성의 입대는 남녀 불평등 차원에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여성이 군대에 가도 평등해지지 않는다.

여성 입대를 찬성하는 세력의 핵심 주장 중 하나는 ‘여성도 군대에 가야 남녀평등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정 선생은 인류 역사에서 여성의 입대가 평등을 가져온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고 단언했다. 여성의 입대는 대표적인 ‘남성 중심 평등’ 정책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정희진 선생은 “인류 역사에서 여성의 입대가 평등을 가져온 사례는 없다”고 강조했다. ⓒ Flickr

“여성이 군대에 간다고 해서 평등이 이뤄지지 않아요. 오히려 그 반대를 의미합니다. 역사적으로 여성의 남성 직종 진출은 그 직업에 대한 남성들의 매력이 떨어졌을 때입니다.”

1950년대 한국 사회에서 군인은 엘리트 집단으로 우선적인 미국 유학 기회가 주어졌다. 이 시기가 군인의 지위가 가장 높았던 때였다. 정 선생은 당시 여성의 입대가 절대로 사회적 의제가 되지 않았음을 꼬집었다. 정 선생은 이어 “여성 징병제가 실현된다 해도 남성과 똑같이 ‘있는 집’ 딸들은 군대에 가지 않을 것”이라며 “이로 인해 여성들 간에도 불평등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선생은 군대와 성 평등 문제에 대해 반문한다. 남녀가 평등해지는 방식은 무엇인가? 기존의 남성 중심 사회에 균열을 낼 것인가, 아니면 여성이 그들과 같아질 것인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17년 2학기 [인문교양특강]은 정희진 김한솔 이택광 나영석 신형철 유진룡 김종철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양영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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