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임의 문답쇼, 힘] 문국현 뉴패러다임 인스티튜트 대표

“비정규직은 근로자와 가정은 물론 기업도 큰 피해를 보는 제도기 때문에, 긴 안목으로 기업이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유한킴벌리 사장 등을 지내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환경 친화 경영을 앞장서 실천해 온 문국현(68) 뉴패러다임 인스티튜트 대표가 7일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관행의 개혁을 주장했다.

불안정한 노동으론 ‘기술 축적’ 불가능 

문 대표는 “(직장 내) 입지가 불안하고 월급도 적게 받는 비정규직에게서 얻는 제품과 서비스는 국제경쟁력이 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학습 기회를 갖지 못하고, 거의 2년마다 바뀌기 때문에 기술 축적이 어렵다는 얘기다. 그는 “왜 우리보다 정규직이 많은 선진국들이 더 경쟁력 있고 두 배 이상 성과를 내는지 생각해 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문국현 대표는 “독일이 600만개 일자리를 멋지게 만든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비정규직을 늘렸다”고 꼬집었다. ⓒ SBSCNBC 화면 갈무리

문 대표는 “혹시 노동조합이 너무 세질까 봐, 또 해외로 나갈 때를 대비해서 정규직 인력을 늘리지 말자 하는 기업이 있다면 그건 초단기적인 생각이고 패배주의”라며 “회사 경영을 투명하게 하면 노조를 그리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노동시간 줄이고 평생학습 구축해야 지속 성장 

문 대표는 우리나라가 비정규직을 늘려온 지난 10여 년 간 독일은 ‘노동시간 단축’과 ‘평생학습’을 통해 약 600만 개의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계 제일의 산업경쟁력을 갖췄다고 역설했다. 독일은 우리나라의 연간 2300시간에 비해 훨씬 짧은 1800시간을 일하는 나라였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여기서 400시간을 더 줄이고 그 시간에 노동자들에게 신기술을 위한 학습 기회를 제공했다. 경기침체기에 전국 2000여 곳의 직업훈련 학교에서 기량을 향상시킨 독일 노동자들은 이후 세계경기 회복기에 가장 빠르고 강하게 성장하는 경제의 원동력이 됐다고 문 대표는 설명했다.

▲ 문 대표는 노동시간 단축과 평생학습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산업경쟁력을 높인 독일의 경험에서 우리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 SBSCNBC 화면 갈무리

문 대표 자신도 유한킴벌리 사장 시절 직원을 해고하는 대신 노동시간을 줄이고 교육훈련을 강화해 매출을 2배 이상 올린 경험이 있다. 97년 외환위기로 경기가 침체되고 유한킴벌리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떨어졌을 때, 그는 다른 회사들과 달리 사람을 해고하지 않고 ‘낡은 제품과 기계, 창고를 해고한다’는 전략을 선택했다. 하루 3교대로 돌아가는 생산라인에 4조 3교대제를 도입, 직원들이 3일 일하고 3일 쉬도록 하면서 남는 시간을 교육과 연구 기회로 활용했다. 그랬더니 제품의 불량률이 떨어지고 신제품 출시 주기가 빨라지면서 시장점유율이 급증, 시장의 강자였던 외국계 경쟁사가 한국을 떠나는 결과를 낳았다.

그는 “우리나라는 노동시간이 너무 긴데, 장시간 근로가 이어지면 개인‧가정‧자녀‧지역사회의 불안 요인이 됨과 동시에, 학습할 시간이 없어 미래 기술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술 단절 시대의 희생자가 되지 않으려면 근로자도 특근비에 기대지 않아야 하고, 기업은 초과 근로가 아닌 체력 단련과 지식 습득에 대해 특근비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산 낭비 줄이면 환경 살리고 이익도 증가    

문 대표는 ‘환경과 경제는 함께 갈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나무심기 등 환경보호운동에 앞장서 온 기업인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잘 나가는 기업’의 공통점으로 ‘끊임없는 혁신’과 ‘자원 낭비 및 결함의 제거’를 꼽았다. 문 대표는 ‘스마트 매뉴팩처링’을 예로 들었다. 제조업 분야의 기업이 지능제조기법을 도입하면 결함률을 10%에서 0.0001%로 줄임으로써 자원 낭비를 줄이고 환경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환경과 성장을 고민하다 보면 결국 환경보전과 기업의 품질경영은 함께 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패스트패션 ‘자라(ZARA)‘의 창업주인 오르테가 자라 회장이 생산공정 혁신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빌 게이츠를 제치고 2016년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과정을 설명했다. 빅데이터 분석 기법을 활용해 2주마다 소비자 반응을 반영한 신상품을 출시함으로써 제품의 90%를 제값에 팔고, 재고를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고 소비자 만족도를 높임으로써 이익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문국현 대표는 오래전부터 환경보호 운동에 앞장서 왔다. 1983년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운동을 펼치며 나무를 심고 있는 문 대표. ⓒ SBSCNBC 화면 갈무리

‘존경받는 CEO’ 많아지려면 재벌 세습 철폐부터

문 대표는 우리나라에도 윤리경영으로 존경받는 최고경영자(CEO)들이 많이 나오려면 우선 재벌들의 경영세습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가족 중에서 CEO의 후계자를 찾더라도 일반 직원들과 엄격하고 치열한 경쟁을 거치는 데 반해, 우리나라의 일부 재벌은 능력과 경험이 부족한 2, 3세에게 경영권을 바로 세습함으로써 물의를 빚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재벌기업의 소유권과 경영권의 분리, 독일식의 노동자 경영 참여, 미국식 사외이사 제도의 정착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 한국에도 윤리경영으로 존경받는 최고경영자가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하는 문국현 대표. ⓒ SBSCNBC 화면 갈무리

그는 특히 우리 경제가 대기업 중심에서 벗어나 중소·중견 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그래서 우리 젊은이들이 중소·중견기업에 대거 참여하고, 중소·중견 벤처기업의 세계화, 디지털화, 스마트화를 해낸다면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처럼 기업 성장뿐 아니라 사회 공헌에도 두각을 나타내는 훌륭한 기업인들이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제방송 SBSCNBC는 지난 3월 16일부터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가 진행하는 명사 토크 프로그램 ‘제정임의 문답쇼, 힘’ 세 번째 시즌을 시작했다. 매주 목요일 오후 9시부터 50분간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사회 각계의 비중 있는 인사를 초청해 정치 경제 등의 현안과 삶의 지혜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단비뉴스>는 매주 금요일자에 방송 영상을 싣는다. (편집자)

편집 :  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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