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임의 문답쇼, 힘]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낙동강은 (4대강 사업 후) ‘낙똥강’이 됐는데, 그걸 식수로 쓰는 경상도 사람들 참 참을성 강하다고 농담을 합니다. 독일은 막았던 강을 원상 복구하는데 (원 공사 대비) 10배의 비용을 들였다는데, 23조원 들인 4대강을 복구하려면 얼마가 들겠습니까. 이런 자연파괴와 혈세낭비의 진상을 반드시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사업 반대에 앞장섰다가 알선수재 혐의로 1년의 실형을 받아 ‘보복수사’ 논란을 일으켰던 최열(68) 환경재단 이사장이 지난달 31일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해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2014년 2월 출소하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내가 임무교대 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날 인터뷰에서 이 전 대통령의 불법행위를 규명해 교도소에 보내야 한다는 뜻임을 분명히 했다. 최 이사장은 “(4대강 사업이) 누가 지시해서 어떻게 됐다 하는 것을 우리가 정리한 게 있다”며 ‘유죄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싼 전기 60년 쓰려 10만년 가는 위험물질 떠넘기다니”

1982년 한국공해문제연구소 설립을 시작으로 환경운동연합, 에너지시민연대, 기후변화센터 등의 대표를 맡아 35년간 환경운동을 이끌어온 최 이사장은 최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세력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 최열 이사장은 “일본의 후쿠시마 참사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원전 사고가 일어날 수 있고, 일단 사고가 일어나면 손 쓸 방법이 없다“고 경고했다. ⓒ SBSCNBC 화면 갈무리

“후쿠시마 원전은 녹아내린 핵연료에 로봇조차 접근을 못 해 속수무책이고, 여전히 하루 350톤(t)의 고농도 오염수를 바다로 흘려보내고 있어요. 이 오염수를 처리하는 데 하루 350억 원이 필요하고, 전체 사고처리비용은 400조원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체르노빌(구소련), 후쿠시마(일본)에 난 사고가 한국에서 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고, 사고가 일어나면 사실상 손 쓸 방법이 없습니다.”

그는 특히 “길어야 60년 정도 가동하는 원전에서 싼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고농도 방사능이 10만년 이상 나오는 핵폐기물을 다음 세대에게 넘기는 것은 윤리적인 일이 아니다”고 역설했다. 최 이사장은 세계적으로 원전의 전기생산 비중은 계속 줄어 10%까지 떨어졌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25%로 증가했는데도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원전의 발전량이 30%까지 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전 건설로 가장 이득을 보는 건설업계와 중공업계가 밀고, 전직 관료 등이 업계를 대변해 정부에 로비를 하는 구조 때문”이라며 “언론마저 로비를 받고 사실을 왜곡하다 보니 진실을 말하는 이들이 대중에게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고 분개했다.

그는 ‘원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면 전기료가 급등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이미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고, 전기료를 조정한다면 원가보다 싸게 공급하는 산업용과 농업용 요금을 올릴 것이므로 가정에서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미세먼지 소송의 목표는 주변국과의 협력체제 구축

▲ 도시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은 디젤 트럭과 시외버스 때문이다. ⓒ SBSCNBC 화면 갈무리

최 이사장은 지난 4월 미세먼지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90여 명의 소송인단과 함께 한국과 중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양국 정부가 대기오염을 막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아 폐암, 폐렴, 천식 등 건강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주의를 환기하고 한중일 등 주변국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소송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최 이사장은 “중국 정부에 대한 소송은 제도의 차이 때문에 아직 제기하지 못하고 준비 중”이라며 “소송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미세먼지 발생 원인과 책임 정도 등을 규명하기 위해 조사가 이뤄질 것이므로 관련 데이터가 공개된다는 소득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내의 경우 이명박 정부의 ‘클린디젤’ 정책에 따른 경유 차량의 증가, 석탄화력발전소 증가 등 잘못된 교통·에너지 정책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최 이사장은 또 최근의 ‘살충제 달걀’ 사건에 대해 “자연의 섭리에 따르지 않은 가축사육 환경 탓”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가축이 최소한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키워야 하는데, 좁은 공간에 닭들을 몰아넣다 보니 저항력이 약해지고, 결국엔 살충제, 살균제, 곰팡이방지제 같은 걸 계속 뿌려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 최 이사장은 최근 논란이 된 ‘살충제 달걀’ 파동에 대해 “자연의 섭리를 따르지 않고 가축을 좁은 공간에서 사육하며 살충제 등을 마구 뿌렸기 때문에 인간에게 해가 돌아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 SBSCNBC 화면 갈무리

그는 이런 사육 환경을 개선하는 한편으로 식품안전인증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친환경으로 인증받은 농가에서도 살충제 달걀이 나온 것은 전직 관료 출신이 인증기관을 장악하고 인증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든 탓이라는 것이다. 최 이사장은 “우리나라에 식품영양학 관련 전공을 한 주부들이 많은데, 이분들을 인증 실무에 적극 활용하면 사명감을 갖고 일할 것이고 부패할 염려도 없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디카프리오 환경상’ 만들어 기후변화 위험성 알릴 계획

▲ 201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 SBSCNBC 화면 갈무리

최 이사장은 남은 생애 동안 가장 역점을 둘 활동으로 ‘지구온난화를 막는 일’을 꼽았다. 그는 “지난여름 동해 수온이 30도까지 올라가는 등 기후변화를 일상에서 체감하고 있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식량난 등으로 ‘기후 난민’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후변화로 시리아에 6년간 비가 오지 않아 식량 생산을 포기한 농민들이 도시로 몰리면서 독재정권의 탄압과 빈민들의 저항, 이슬람국가(IS)의 득세와 내전 등이 이어졌고, 이것이 세계적인 난민사태를 낳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빈곤과 양극화로 인류가 다 죽진 않지만, 기후변화는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토면적이 미국의 10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에너지과소비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7위를 기록하고 있어 기후변화에 책임이 크다. 최 이사장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는 상황이 더욱 나빠졌지만, 1985년 한국공해연구소 부산지부를 세울 때 이사를 맡았던 문재인 대통령은 환경에 대한 인식이 있어 잘 대응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 이사장은 지난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환경재단이 주최하는 서울환경영화제에 초청하고, ‘디카프리오 환경상’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제방송 SBSCNBC는 지난 3월 16일부터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가 진행하는 명사 토크 프로그램 ‘제정임의 문답쇼, 힘’ 세 번째 시즌을 시작했다. 매주 목요일 오후 9시부터 50분간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사회 각계의 비중 있는 인사를 초청해 정치 경제 등의 현안과 삶의 지혜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단비뉴스>는 매주 금요일자에 방송 영상을 싣는다. (편집자)

편집 : 송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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