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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노동자'는 요정인가
[상상사전] '틈'
2017년 08월 15일 (화) 22:34:10 이설화 danbi@danbinews.com
   
▲ 이설화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의 발언이 한때 큰 화제였다. 급식소 노동자를 ‘그냥 밥하는 아줌마’로 부른 그의 태도는 한국사회 기득권이 일상을 지탱하는 노동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학교식당에서 4개월쯤 일한 게 생각났다. 밥 짓고 설거지하는 아주머니들에게 견주면 내 일은 힘든 게 아니었다. 식당 바닥 쓸고 닦고 식탁에 냅킨 채우는 일이 한 시간에 처리해야 하는 업무였다. 무엇보다 수업과 수업 사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일을 시작하니 식당 아르바이트가 오후 두 시부터 세 시라는, 점심도 저녁도 아닌 시간에 사람을 구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학생들이 밥을 먹고 모두 떠난 시간에야 제대로 식당 청소가 가능했고 또 다가오는 저녁 시간을 준비해야 했다. 노동은 이렇게 틈을 이용해 이어진다. 식당 노동자들은 교직원과 학생들이 제때 식사를 하도록 그들이 식사하지 않는 ‘틈’에 노동을 해야 한다.

   
▲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은 해당 발언에 대한 비난이 확산되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다소 격양된 표현이었다"면서 '밥하는 아줌마들'이란 발언이 '엄마'와 같은 뜻이라고 해명했다. ⓒ MBN 뉴스 갈무리

타인의 틈을 이용해 노동하는 사람은 곳곳에 있다. 청소노동자 역시 학생이나 직원이 도착하기 전 이른 아침부터 물걸레와 빗자루를 들고 ‘틈’ 노동을 한다. 수업이나 업무 시작 전까지 청소를 끝마쳐야 하는 것이다. ‘틈’ 노동은 정해진 시간에 업무를 마쳐야만 하는 노동을 뜻하는 것만은 아니다. 아파트 주민의 불편사항 접수, 건물 이용자의 비상사고에 대비해 항시 대기하는 경비 노동자도 있다. 집 앞까지만 쓰레기를 내다 놓으면 늦은 밤까지 일일이 수거해가는 환경미화원도 그렇다. 모두 타인의 ‘틈’을 메워주는, 타인의 수고로움을 대신해주는 노동자들이다.

이들이 있기에 우리의 일상도 온전하게 돌아간다. 점심시간이면 식당에 항상 맛있는 밥이 준비돼 있는 이유도, 한 여름 길거리가 악취로 진동하지 않는 이유도 모두 보이지 않는 노동이 있기 때문이다. 대리기사의 노동을 체험하고 한국사회 ‘을’의 노동 관찰기를 쓴 <대리사회>의 저자 김민섭씨는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을 두고 ‘요정’이라 불렀다. 사람들 눈에는 띄지 않지만 그들 모르게 타인의 수고로움을 덜어준다는 데서 적확한 표현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리기사처럼 언제든 ‘대기’하고, ‘준비’하고 ‘보충’하는 노동자들을 요정이라 생각하면 안 된다. 저자가 이들을 요정이라 부른 이유는 우리의 수고로움을 대신해준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지 ‘없는 사람’ 취급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으리라.

두세 해 전 유럽여행을 하다 숙소가 없는 노숙자 신세로 하룻밤을 근처 호텔 로비에서 기생한 적이 있다. 파리에서 런던으로 이동하는 야간버스 노동자들이 파업을 선언한 것이다. 나에게는 꾀죄죄한 몰골로 추위를 견뎌야 했던 여행 최악의 순간이었지만 잊지 못할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언제나 정해진 시간에 운행하기 위해 대기하고 준비하는 버스운전 노동자들의 존재를 온몸으로 느낀 것이다. 우리가 ‘틈’ 노동의 소중함을 모르니 노동자들은 파업해서라도 자신의 존재를 알려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틈’ 노동자들은 국민과 사용자들에게 외쳐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이들 사이 생각의 틈을 메우는 일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간극을 메우는 과업이 아닐까?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 제10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에서 우수작으로 뽑힌 이 글을 쓴 이는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재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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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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