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임의 문답쇼, 힘] 장하진 전 여성가족부 장관

“저출산 대책이 보육정책 하나로 성공한다고 절대 보지 않아요. 주택, 입시, 일자리, 노인복지 등 모든 것을 아울러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무상보육제도를 처음 도입한 장하진(66)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15일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 세계 최저수준의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일자리와 복지정책의 총체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살기 좋은 나라’ 만들어야 출산 회복 

2015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1.18명의 합계출산율을 기록한 우리나라는 인구절벽(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시기)을 맞으면서 성장잠재력이 위협받고 있다. 장 전 장관은 ‘정부가 지난 10년간 80조 원의 저출산 예산을 썼지만 실패했다’는 지적에 대해 “온갖 복지예산을 다 끌어모아 저출산 대책 예산이라고 말하지만, 실질적인 저출산 예산은 출산장려금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출산수당을 준다고 해서 부부가 아이를 낳겠느냐”며 “교육, 취직, 결혼 등 자녀의 미래와 자신들의 노후대책도 고려해서 출산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장 전 장관은 이어 “직장도 갖지 못하는 데 결혼과 육아를 어떻게 하겠느냐”며 “일자리와 복지 등 여러 면에서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게 저출산 대책”이라고 역설했다.

▲ 장하진 전 장관은 일자리와 복지 등 여러 면에서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게 저출산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 SBSCNBC 화면 갈무리

육아휴직은 생각도 못 하는 비정규직 

우리나라는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을 돕기 위해 아이 1명 당 1년의 육아휴직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부문과 대기업 노동자는 동료에게 피해를 줄까봐 눈치를 보거나 인사상의 불이익을 걱정하고,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의 경우 아예 쓸 생각조차 못하는 게 현실이다.

장 전 장관은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 직원은 출산휴가를 쓰면 아예 회사를 그만두는 게 대부분”이라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서 직업의 안정성을 높여주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공공부문이나 대기업 등에서도 육아휴직을 제대로 못 쓰고 있는 문제는 대체인력을 제도화하는 게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장 전 장관은 이와 함께 남성 중심의 기업문화와 야근 등 장시간 노동 관행도 바꿔야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3년 2개월간 여성가족부를 이끌면서 ‘0~5세 아동 70% 무상보육 지원’을 제도화했던 장 전 장관은 무상보육 대상이 100%로 늘어난 지금도 우리 보육복지는 ‘걸음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일부 어린이집에서 안전사고, 식중독,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등 보육서비스의 질에 대한 불안과 불만이 높기 때문이다. 그는 “국공립보육시설을 현재의 아동 수 기준 10%에서 최소 30%가 될 수 있도록 늘려야 하며 민간보육시설은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꿔 시설기준을 높이고 관리감독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장하진 전 장관은 “아동의 30% 이상을 수용할 수 있도록 국공립어린이집을 확충하고 민간어린이집에 대해서는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SBSCNBC 갈무리

‘성매수 남성도 처벌’ 인식과 관행 바꾼 특별법  

장 전 장관의 대표적 업적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성매매특별법’의 시행과 정착이다. 이 법의 핵심은 ‘성을 판매한 여성’만 처벌하던 것을 ‘성을 매수한 남성’과 ‘성매매 알선조직’도 함께 처벌하도록 만든 것이다. 장 전 장관은 “그때나 지금이나 남성 중에는 이 법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조사를 보면 국민의 약 70% 정도가 찬성하고 있다”며 “성매수가 불법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인신매매조직이 장악했던 성매매집결지가 없어지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특히 “업무 추진비로 공공연히 성매매하던 관행이 근절됐다”고 덧붙였다.

성매매특별법으로 인해 변종 성매매가 확산된다는 반론에 대해 장 전 장관은 “변종 성매매는 규제로 인해 나타난 ‘풍선효과’인데 온라인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현실에서 모든 성매매를 단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법을 제정할 당시 성매매 여성들이 인신매매 조직의 ‘포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런 극단적인 문제만큼은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남녀 동수 내각’ 스웨덴에서도 여성부 할 일 많아  

장 전 장관은 지난 19대 대선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여성가족부는 폐지하고 관련 정책은 노동부나 복지부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유승민 후보를 긍정적으로 봤는데 그 부분만은 아주 못마땅했다”고 웃으며 답했다.

▲ 장하진 전 장관은 유엔에서 스웨덴 여성부 장관과 만난 일화를 전하며 우리나라 여성부는 특히 더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 SBSCNBC 갈무리

그는 “우리나라의 성별 임금 격차는 37%로 OECD 평균인 15%보다 훨씬 높고, 고학력 여성의 고용률은 OECD 평균 보다 30%나 낮을 정도로 성차별이 심한 상황”이라며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에 노동부로는 역부족”이라고 주장했다. 성차별로 여성 인력 활용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에도 차질이 있을 것이라는 OECD 진단도 소개했다. 그는 “(장관 시절) 스웨덴의 여성부 장관을 만났는데 젊은 남자였다”며 “복지국가인 스웨덴은 남녀 동수내각일 정도로 성차별이 적지만 그래도 여성부가 할 일이 여전히 많다고 하더라”고 회고했다.


경제방송 SBSCNBC는 지난 3월 16일부터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가 진행하는 명사 토크 프로그램 ‘제정임의 문답쇼, 힘’ 세 번째 시즌을 시작했다. 매주 목요일 오후 9시부터 50분간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사회 각계의 비중 있는 인사를 초청해 정치 경제 등의 현안과 삶의 지혜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단비뉴스>는 매주 금요일자에 방송 영상을 싣는다. (편집자)

편집 :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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