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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과도 경쟁, 결국 경쟁이에요
[사람책] 직장인 ①
2017년 04월 26일 (수) 14:18:02 박장군 김영주 기자 pparreck@naver.com

대기업 영업팀 과장 김민정씨(32·가명) 이야기

회의를 하면 힘든 걸 얘기해요. 다들 이번 주 목표(회사에서 출시되는 제품을 판촉하는 활동)를 채우지 못한 사연이 있겠죠. 공감해요. 저도 그런 일을 겪었고요. 안됐지만, 그뿐이에요. 회의 끝나고 나오면 내 일에 내가 치여서 그 사람들 생각이 안나요. 그래도 예전에는 ‘대리님 힘내요’ ‘과장님 많이 힘드시죠?’ 이렇게 문자 한 통이라도 남기는 게 있었는데, 요즘에는 저조차 안 하고 있고, 그런 걸 서로 하는 분위기도 아니에요.

영업은 경쟁이에요. 지금 자기가 힘든 걸 공개하는 것 자체가 내 약점이 될 수 있는 거죠. 직장생활 내에서는 자기를 최대한 회사가 원하는 것으로 이미지화할 필요가 있어요. 괜히 ‘이 더러운 회사’ 이러다 보면 말이 전달되고 윗분들한테 갈 수가 있고 “쟤가 회사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다더라” 이렇게 될 수가 있어요. 회사에 대해 싫은 얘기를 함부로 동료들과 나누진 않죠. 경쟁, 결국 경쟁이에요.

   
▲ 동료를 밟고 올라가야 살아남는 직장인의 삶. ⓒ 경향신문

그 땅굴 같이 좀 팝시다! 

어릴 때부터 “직장 얻으면 꼭 영업 할 거야” 이런 건 전혀 없었어요. 제가 공학을 전공했거든요. 사실 들어갈 만한 데가 없더라고요. 전공과 무관하게 뽑는 데는 영업밖에 없었죠. 1년 휴학을 하고 졸업해서 바로 취업했어요. 그렇게 영업에 대해 만족을 못 한 상태에서 회사에 들어왔는데 상사가 명령조로 “뭐 해라, 뭐 해라” 하는 게 자존심이 너무 상했어요. “나 때는 팀장이 시키면 다했는데 왜 너는 못한다고 그래” “요즘 애들은 배가 불렀네” 이런 얘기 들으면 자존심이 상하잖아요. 또 항상 병원 원장들을 상대로 우리 회사 약을 처방해달라고 식사 약속을 잡든지 접대를 해야 했어요. 제가 ‘을’이니까요. 그때마다 “내가 이거 하려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대학 다니면서 공부한 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목표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어요. 성과 압박이 심하거든요. 1등부터 쭉 세워서 성적을 매달 공지하니까요. 한 500여명 되는 직원들 성적을 볼 때 보통 사람들은 관심이 없는데 10명 정도 되는 여직원 성적은 몇 명 없으니까 튀고 도드라지죠. 그달 성적이 좋으면 지나가는 말로 “너 이번 달 성적 좋더라” 아니면 “좀 더 해야겠더라” 이런 식으로 남자 직원들에 비해 피드백 받는 횟수가 많죠. 같은 영업사원으로 안 보고 여직원, 남직원으로 나눠서 보는 시선이 있어요. 여자 직원이 좀 잘하면 “오, 너 여잔데 좀 하네!” 이런 이미지가 있어요. 이게 그들은 칭찬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피드백을 받으면 칭찬 같지가 않고 더 스트레스 받고 다음달에 실적이 떨어지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렇죠.

여직원들은 튀지 않으려고 해요. 영업실적이 낮아서 튄다든지 가십거리가 엄청 많아서 거기에 연루돼 소문이 난다든지 이런 걸 피하려고 하죠. 회사생활 할 때 여직원들이 가장 힘든 부분이 커뮤니티 형성이 덜 됐다는 부분인데요, 남직원들은 자기네들의 성적 용어를 쓰면서 돈독해지고 서로 정보도 공유하고 소위 ‘자기 땅굴을 판다’는 그런 게 있는데 여직원들은 그런 쪽에서 소외되는 부분이 있죠.

“성과급 타면 밥 쏠게”는 옛말 

보통 오전 7시30분에 출근해서 한 시간 정도 어학 강의를 들어요. 회사가 일본 쪽 기업과의 협업이 많아서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어요. 그러고 8시30분부터 10시30분까지 내근 업무를 해요. 이번주에 내가 어떤 거래처에 어떤 제품으로 얼마의 금액을 신장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죠. 계획서를 제출하고 10시30분에 출장을 나와서 그 계획대로 근무하는 거죠. 매일 ‘콜’이라고 해서 계획을 찍거든요. ‘몇 시에 어디 어디를 가겠다’ ‘어떤 제품을 영업하겠다’ 이렇게요. 병원이 보통 저녁 7시에 문을 닫으니까 6시30분쯤 업무를 정리해요. 집에 들어가면 7시30분 정도 되죠. 저녁을 먹고 요즘은 다이어트한다고 운동을 다니고 있어요. 평소에는 그렇게 하고 주말은 카페 같은 데 가서 공부하죠.

병원 점심시간이 오후 1시부터 2시니까 그 시간에 맞춰서 점심을 먹는데, 이동하고 메뉴 정하는 데 시간을 많이 뺏어 먹더라고요. 보통 빵으로 끼니를 때워요. 혼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다든지 그렇게 하죠. 점심때 밥을 먹으면 일하는 데 부담스러워요. 운전하면 되게 졸리거든요. 대신 저녁에 과식해요. 먹는 양이 많지는 않은데 저녁에 모든 게 집중되니까 살이 많이 찌죠. 저녁은 보통 집 근처에 사는 남자친구랑 먹고, 아니면 접대가 많아서 병원 원장들이랑 먹어요. 칼로리가 원체 높고 술도 먹고 하니까 점심 먹기가 부담스럽죠.

예전에는 시간 내서 동료들이랑 술도 한잔씩 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다들 바빠요. 점심때 동료들을 자주 만나서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이번에 성과급 타면 밥 쏠게’ 이런 게 있었는데, 요즘은 회사도 어렵다 보니 그런 것도 힘들죠. 내 자리가 위태위태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위로할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8년 전 입사 초기보다 조직문화 자체가 아주 많이 바뀐 것 같아요. 그때는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서로 너무 챙겨줘서 ‘뭐 자기가 내 가족이야? 왜 이렇게 챙겨, 왜 이렇게 관심이 많아’ 이럴 정도로 부담스러웠는데 요즘에는 다들 자기 먹고살겠다고 바쁘죠.

2008년부터 제약업계가 많이 힘들어졌어요. 리베이트나 여러 문제 때문에 영업에 제약을 많이 받다 보니까, 원장들이 저희를 보는 시선도 안 좋아졌고요. 제가 상대해야 하는 고객이 나에 대한 신뢰가 없으니까 그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직원들이랑 만나서 술을 먹는 횟수보다 원장을 만나서 술을 먹어야 하는 횟수가 늘어나더라고요. 동료를 만나서 힘들다고 말하고, 얘기하고, 술 한잔 기울일 여유가 없어진 거예요. 내 몸이 지치니까요. 이게 저만의 일이 아니라 모든 제약회사가 그럴 거예요.

다른 회사가 구조조정을 해도 저희는 안 했어요. 이제 구조조정도 할 거 같아요. 작년부터 얘기가 나오다가, 희망퇴직을 받는 조직도 생겼어요. 우리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분위기라서 사람들이 더 예민하게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자기 살길을 찾는 거죠.

빽 없으면 아이도 맘대로 못 낳아 

저는 곧 결혼을 앞두고 있어요. 언제 임신해서 언제 육아휴직에 들어갈지가 가장 큰 고민이죠. 지금 선임 위치에 있어요. 제 동기랑 둘이 공동선임을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팀에서 가장 선배이기 때문에 업무에 차질을 줘선 안된다는 책임감이 있어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생기는 대로 낳을 수 없는 상황이 됐어요. 시기를 놓치다 보니 임신 못하는 사람도 생긴다고 해요. 주위에선 “아이를 미리 가지라”고, “안 생기면 어떡할 거냐”고 하는데, 그게 직장생활 내에서는 불가능하죠. 신입사원 채용 시기에 맞춰서 휴가를 들어갈 수 있게끔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에요.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회사에서도 ‘쟤가 이 정도로 신경을 쓰네’ 기특해하고, 그럼 돌아와서 보직을 맡는 데 이점 같은 게 있는 거죠. 임신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닌데 신경써야 하는 거예요.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아예 못 쓰는 분위기는 아니에요. 선배들이 잘해줘서 1년3개월을 꽉 채워 쓰고 나올 수 있어요. 다들 둘째 아이에 대해 고민은 하고 있죠. 그렇지만 커리어가 쌓이는 직업이 아니다 보니 나중에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우고 나서 돌아오면 자리가 불안해지는 업종이에요. 전문직이 아니다 보니 어떻게든 경력을 단절시키지 않으려 노력해야 돼요. 그러다 보니까 다들 둘째를 포기하죠. 소위 ‘빽도 절도 없는’ 사람들은 그냥 하나만 낳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죠. 남편이 엄청 벌어오지 않는 이상 요즘 맞벌이 안 하면 살기 힘들잖아요.

아이를 낳고 나면 아이에 대한 소중함이 더 생긴다고 하잖아요. 직장을 포기할 만큼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는데, 솔직히 요즘 “그럼 내가 뭐하러 대학을 나왔지”라는 생각이 좀 들어요. 그 포기를 모두 여직원, 여자들의 몫으로 넘기니까 문제인 거죠. 저처럼 부모님이 멀리 지방에 계신다든지 아이를 봐줄 형편이 안되면 부부가 오롯이 감당해야 하잖아요. 나라에서는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하면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는 상황은 절대 만들어주지 않으니까요. 요즘에는 주변에 아이 없이 살려고 하는 친구들도 많고, 있어도 하나 이상 안 낳고, 아예 피임 수술을 하는 친구들도 있고요.

희망은 사라지고 ‘을’만 남다

대학을 다닐 땐 늘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신촌에 있는 ‘내일여성센터’의 양성평등 부서에서 4년 정도 봉사단원으로 활동했어요. 성평등에 대한 관심이 있었고 꽤 오래 활동했어요. 친한 친구들과 소모임 활동을 하면서 세상은 충분히 바뀔 수 있다는 긍정적인 희망이 있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사건이 잊힐 만하면 터지는 게 아니고 잊히기 전에 너무 많은 사건이 다가오더라고요. 자기가 이겨낼 수 있는 강도의 일이면 이겨내보려 노력하는데, 해도 될 수 없는 사건들이 닥치면 포기하게 되고 관심을 안 갖게 되잖아요. 딱 지금 그 상태인 거 같아요. 사회구조 자체가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요. <그것이 알고 싶다> <PD수첩> <썰전> 같은 프로를 꼭 챙겨 보는데요. 사회 문제를 깊이 다루는 프로그램이어서 챙겨 보면서 관심을 표현하긴 하는데 언론이 움직이지 않으면 되는 건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커요. ‘묻지마 살인’도 많고 하니까 아이 낳는 것에 걱정도 많고요. 사실 의료사고로 소송 중이에요. 신해철법이 통과됐지만 직접 겪는 당사자는 벽에 부딪히기 쉽죠. 아무리 제가 원고라지만 상대방은 의사니까 이게 쉽게 잘되지 않거든요. 그런 경험을 하면 ‘내가 진짜 돈도 빽도 절도 없어서 이렇게 매사 을의 위치에 있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죠. 돈이 얼마가 들든 끝까지 해보자고 3년째 하고 있는데, 아직도 1심조차 못했거든요. TV에서 볼 법한 일들을 많이 겪고 있는데 시간 끌기에 지치지 않고 끝까지 하겠다는 목표 하나만 가지고 있어요. 소송에서 이길지 질지 모르겠지만요.


단비뉴스팀은 (사)다른백년과 함께 ‘사랑하지 않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6편에 걸쳐 우리 주변의 삶을 들여다본다. 장시간 노동자, 청년 실업자, 경쟁에 시달리는 직장인, 노인, 청소년들이 그들이다.

노인은 말동무를 찾아 매일같이 탑골공원에 간다. 취업 못한 청년은 안전한 직장을 가질 때까지 스스로 고립된다.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는 직장인은 연인을 만날 시간조차 없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 사는 현대인에게 사랑은 사치다. 각자도생 사회에서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누구에게도 고민을 털어놓지 못한다.

기사는 총 7부로 1부(프롤로그)를 제외한 각 부는 사람책과 기획기사로 구성된다. [사람책]에선 한 사람의 생애를 있는 그대로 전한다면 [기획기사]는 현실을 진단하고 원인과 대안을 보여준다.

당신은 사랑하고 계십니까. (편집자) 

이 기사는 (사)다른백년(http://thetomorrow.kr)과 경향신문(www.khan.co.kr)에도 실립니다. 

편집 : 박진영 기자

[박장군 기자]
단비뉴스 환경팀 박장군입니다.
나란 놈부터 철저히 까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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