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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준비 스스로, ‘안녕’하지 못한 노인
[기획기사] 노인 ③
2017년 03월 21일 (화) 20:18:31 오소영 이수진 기자 pangkykr@naver.com

노후를 스스로 책임지려는 노인이 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노인 5명 중 1명은 스스로 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양의무에 대해 부모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는 2010년 18.4%에서 2014년 23.8%로 7.4% 증가했다. 반대로 가족이 부양해야 한다는 견해는 2010년 38.3%에서 2014년 34.1%로 4.1%로 감소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하정화 교수는 “과거 자식을 부양하던 노인이 일자리를 잃고 가정 내에서의 역할이 축소되자 스스로 ‘가족들에게 부담이 되는 존재'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박지영 교수는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노인의 경험이 곧 자산이어서 자녀들이 부모를 모시는 게 당연했지만 산업화, 도시화, 핵가족화를 거치며 노인도 경제력이 없으면 가족 내에서 권위를 가질 수 없게 됐다”고 했다.

   
▲ 2016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부양의무에 대해 부모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는 증가하는 반면 가족이 부양해야 한다는 견해는 감소했다. ⓒ 통계청

노인 스스로 책임지려는 인식이 노인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사회규범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경희 센터장은 “노인은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사회적 규범이 노인을 어떠한 상황에서도 남에게 의존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노인이 홀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적은 연금과 보수, 노인 빈곤으로 이어져

국가에서 주는 연금만으론 생활비를 충당하기 힘들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평균 수령액 51만 원이다. 보건복지부에서 고시한 2015년 1인 가구의 월 최저 생계비가 약 61만7000원임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낮다. 고령자 10명 중 6명은 이마저 받지 못한다. 연금이 용돈 벌이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연금으로 부족한 이들은 일을 구해 생계를 이어간다. 서울연구원의 ‘일하는 서울 노인의 특성과 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서울시 노인 인구는 124만 명으로, 이 중 46만 명(38%)이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하는 이유로는 '생계비 마련'(62.2%), '노후 자금 준비'(11.9%), '용돈이 필요해서'(8.5%) 등을 꼽았다. 생활비를 충당하고자 일을 택한 이들은 저임금에 시달린다. 65세 이상 임금 근로자의 한 달 평균 임금은 122만 8,000원에 그쳤다. 시간당으로 따지면 5,457원으로 2015년 기준 최저임금(5,580원)에도 못 미친다.

복지정책은 기본, 가족의 정서적 지원 필요해

   
 ▲ 적은 보수와 연금 탓에 한국 노인들은 먹고살기 버겁다. ⓒ Flickr

적은 연금과 보수로 노인들은 먹고살기 버겁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 노인의 절반이 가난하다.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1위이다. 전문가들은 생활고를 겪는 노인들을 사회가 돌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하정화 교수는 “사회적 돌봄이 강화돼야 한다”며 “사회가 노인을 부양할 때 가족은 부담에 허덕이지 않고 고유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했다. 박창제 한국노인복지학회 회장은 “선진국은 소득보장이나 돌봄서비스 수준이 우리보다 훨씬 높다”고 복지 시스템의 중요성을 말한다.

우선 공적 연금이 강화돼야 한다. 박창제 회장은 “우리나라를 연금으로 노후 소득을 보장할 수 없다”며 ”선진국에선 대부분 노후소득보장이 국민연금으로 이루어진다며 기업연금과 개인연금은 사적으로 보완적인 것“이라고 했다. 다양한 돌봄 서비스도 필요하다. 정 센터장은 ”돌봄과 함께 식사, 빨래 등 가사노동을 지원하는 서비스가 다양한 가격으로 제공돼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복지가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상지대 박지영 교수는 “노인들은 관계 지향적인 욕구가 굉장히 강한데 복지는 이를 채워주지 못한다”고 했다. 가령 요양보호사는 주기적으로 바뀌어 노인과 깊은 관계를 형성하기 어렵다. 사회적으로 돌봄 서비스는 행복의 필요조건은 맞지만,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뜻이다.

완벽한 복지 시스템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다. 박 교수는 “사회가 내 부모를 돌볼 때 가족들이 손을 떼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인 측면으로 도울 수 있다”며 “가족과 마음이 탯줄은 연결돼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 박 교수는 사회적으로 평가절하된 노인의 재가치화를 강조한다. 박 교수는 “지금 노인세대는 전쟁이 났을 때 전쟁터로 갔고 외환위기 때 노후 준비를 포기하고 금을 헌사했다”라며 “경제력을 가지고 노인을 평가할 게 아니라 노인의 희생을 현시점에서 되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노인 친화적인 일자리로 노인에게 역할을 부여하는 정책도 중요하다. 박 교수는 “지금 80대는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평균 학력이 중학교 이상”이라며 “이들이 사회에 무용지물이 아니라 꼭 필요한 사람이라 생각할 수 있도록 사회적 역할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령 여럿이 모여 할 수 있는 가내수공업도 노인 친화적 일자리 중 하나다. 함께 밥을 먹고 작업을 하며 노인이 외로움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노인의 관점에서 피는 정책이 노인을 행복하게 만든다”며 “노인이 끝까지 자기 역할을 가지고 품위있게 갈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강조했다.


단비뉴스팀은 (사)다른백년과 함께 ‘사랑하지 않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6편에 걸쳐 우리 주변의 삶을 들여다본다. 장시간 노동자, 청년 실업자, 경쟁에 시달리는 직장인, 노인, 청소년들이 그들이다.

노인은 말동무를 찾아 매일같이 탑골공원에 간다. 취업 못한 청년은 안전한 직장을 가질 때까지 스스로 고립된다.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는 직장인은 연인을 만날 시간조차 없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 사는 현대인에게 사랑은 사치다. 각자도생 사회에서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누구에게도 고민을 털어놓지 못한다.

기사는 총 7부로 1부(프롤로그)를 제외한 각 부는 사람책과 기획기사로 구성된다. [사람책]에선 한 사람의 생애를 있는 그대로 전한다면 [기획기사]는 현실을 진단하고 원인과 대안을 보여준다.

당신은 사랑하고 계십니까. (편집자) 

이 기사는 (사)다른백년(http://thetomorrow.kr)에도 실립니다. 

 편집 : 민수아 기자

[오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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