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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토스만 있고, 로고스가 없다
[역사인문산책] 미세먼지
2017년 04월 11일 (화) 22:20:20 유선희 기자 choms335@naver.com
   
▲ 유선희 기자

바야흐로 봄이다. 봄은 바람부터 다르다. 사람 마음 들뜨고 미소 짓게 하는 바람이다. 햇살은 따듯하고 새싹은 기지개를 켜듯 땅에서 솟아난다. 사람들은 옷장에 넣어두었던, 조금은 퀴퀴한 봄옷을 꺼낸다. 산뜻한 색깔과 얇은 옷감을 만지작거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깨끗하게 빤다. 마음 같아선 쨍쨍한 볕이 드는 옥상에 널어두고 싶지만, 마음뿐이다. 아쉬운 대로 실내 건조다. 뽀송뽀송한 옷을 집어 들고 오늘은 무슨 옷을 입을까, 콧노래를 부른다. 신을 신고, 현관문을 연다. 살랑이는 봄 내음을 기대했건만 현실은 매캐한 악취다. 후다닥 마스크를 꺼낸다. 화사한 봄옷과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차림새지만, 미세먼지가 심해 어쩔 수 없다.

“하늘의 신이 화가 나서 비나 눈이 아닌 흙가루를 땅에 뿌리는 우토(雨土)를 내려 왕과 신하들이 몹시 두려워했다.” 『삼국사기』 중 신라 아달라왕 21년에 기록된 내용이다. 삼국시대는 물론 고려와 조선에도 황사에 대한 기록이 보인다. 최근 황사에는 중국 공장 지대의 각종 미세먼지가 더해져 문제가 심각하다는 보도다. 미세먼지의 주원인이 중국인지, 국내인지에 대한 과학적 분석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비율을 떠나 중국발 미세먼지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 때문인지 봄을 마냥 환영할 상황은 아니다. 특히 올봄이 그렇다. 왜일까?

사드(THAAD). 중국은 한국 내 사드 배치에 맞서 반한 감정과 경제보복으로 맞선다. IBK 경제연구소는 사드보복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147억6천만 달러, 중국의 제재가 지금보다 확대되면 20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이란 예측을 내놨다. 설치는 미국이 하는데 애먼 한국에 이를 갈며 ‘피의 복수’를 하는 중국. 등 터진 새우는 고래를 미워하는 법이다. 반중(反中) 감정이 커지면서 속앓이를 하는 중국 업체도 줄을 잇는다. 중국을 찾는 한국인의 숫자가 줄고, 국내에 체류 중인 중국인들 일자리도 줄어든다. 이런 식의 제살깎아먹기 식 상황이 지속한다면 사드 문제 해결 뒤 ‘반한’과 ‘반중’ 감정이 사그라질지 의문이다. ‘신뢰’와 ‘거래’는 뗄 수 없는 관계다. 중국과 한국의 무역과 거래는 고대부터 존재했고, 국교재개 이후 비약적으로 커졌다. 신뢰를 잃어버린 거래가 계속되길 기대하기는 건 어렵다.

   

▲ 날이 갈수록 반중(反中) 감정이 커지고 있다. ⓒ SBSCNBC <뉴스프리즘> 갈무리

사회주의 사상가 카를 마르크스는 “비판의 본질적 파토스는 분노이며, 본질적 작업은 규탄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빌리면 중국의 현 태도에 파토스(Pathos)만 있고 로고스(Logos)가 안 보인다. 동대문서 뺨 맞고 한강에서 분풀이하는 파토스다. 한국 내 사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설치 주체인 미국을 설득하는 자세가 로고스다. 파토스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언 발에 오줌 누는 동족방뇨(凍足放尿)요, 신을 신고 발을 긁는 격화소양(隔靴搔癢)이다. 두 나라 국민 간 갈등의 골만 깊어지게 만들 뿐이다. 연인관계는 크게 싸울 경우 헤어져 다시 보지 않을 수 있지만, 영토가 붙은 국가 관계는 그럴 수 없다. 한국과 중국이 떨어질 수 있는 관계던가. 오랜 역사 속에서 우리는 좋든 싫든 함께였다. 그것이 한중관계의 로고스다.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은 1학기에 [서양문명과 미디어 리터러시], 2학기에 [문명교류와 한국문화]의 인문교양 수업을 개설합니다. 매시간 하나의 역사주제에 대해 김문환 교수가 문명사 강의를 펼칩니다. 수강생은 수업을 듣고 한편의 에세이를 써냅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에다 다양한 생각을 곁들여 풀어내는 글입니다. 이 가운데 한편을 골라 지도교수 첨삭 과정을 거쳐 단비뉴스에 <역사인문산책>이란 기획으로 싣습니다. 이 코너에는 매주 금요일 오후 진행되는 [김문환 교수 튜토리얼] 튜티 학생들의 인문 소재 글 한 편도 첨삭 과정을 포함해 실립니다. (편집자)

편집 : 김평화 기자

[유선희 기자]
단비뉴스 청년부장, 전략기획팀 유선희입니다.
태도는 조용하고 마음은 뜨겁게,
가슴은 비어있고 배짱은 두둑하게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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