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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 탓 말고 석탄화력 줄여라”
[단비인터뷰]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
2016년 06월 10일 (금) 21:19:42 임국정 기자 studioim@hanmail.net

“윤성규 환경부장관은 당장 물러나는 것이 마땅하다.”

지난 2일 비정부기구(NGO)인 푸른아시아가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을 비판한 논평의 한 구절이다. 푸른아시아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1998년 창설된 단체로, 몽골·미얀마에서의 나무심기와 사막화방지 등 다양한 환경보호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단체가 평소와 달리 격앙된 논평을 낸 것은 ‘미세먼지 책임을 고등어와 삼겹살 구이, 경유차에 돌린’ 정부에 분노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경기대로의 푸른아시아 사무실에서 오기출(56) 사무총장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온실가스 줄여야 미세먼지도 준다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무엇보다 석탄화력발전소 증설 계획을 폐지하고 오래된 석탄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해야 합니다. 미세먼지와 불가분의 관계인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실질적이고 강력한 정책을 추진해야 해요.”

1980년대와 90년대에 노동운동, 도시빈민운동 등을 하다가 기후변화문제에 눈을 뜬 뒤 푸른아시아 설립을 주도한 오 사무총장은 “정부가 온실가스를 확실히 감축하면서, 한국·중국·몽골 3개국의 미세먼지 공동대응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오기출 사무총장이 정부의 온실가스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 임국정

우리나라 1인당 석탄소비량은 세계 5위이며, 국내 전력 생산량 중 석탄 발전이 39%를 차지한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매연과 함께 미세먼지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도 대거 배출된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지난해 발표한 ‘2015 국가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국내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87%가 에너지 분야에서 나왔고 그중 발전분야가 45.7%, 발전분야의 온실가스 중 68%는 석탄발전소에서 나왔다. 오 사무총장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은 동시에 미세먼지를 줄이는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기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은 지난 2013년 66%였던 석탄 에너지 비중을 오는 2020년까지 62% 이하로 줄이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집권 공산당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보고 총력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오 사무총장은 “중국은 석탄 광산 1000개의 문을 닫고 있다”며 “물론 자국 광산은 닫고 몽골 같은 곳에서 석탄을 가져오는 꼼수가 있지만, 적어도 자국 내 석탄 소비량을 줄이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중국이 줄이는 석탄발전소 우리는 계속 증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석탄화력발전소를 계속 늘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7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5~2029년)을 발표하면서 2029년까지 18조원을 투입해 석탄화력발전소 20기를 더 짓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석탄발전소는 모두 53기로, 지난 3일 정부가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에 따라 노후 석탄발전소 10기를 닫는다고 하더라도 2029년이면 총 63기가 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1인당 석탄소비량은 세계 3위로 올라간다는 게 오 사무총장의 설명이다.

“청정석탄화력발전소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클린디젤과 같은 사기라는 거죠. 세상에 클린 석탄은 없습니다. 그런 게 있었다면 다른 국가들도 당연히 투자하고 있을 것입니다. 기존 화력발전보다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키면서도 고효율인 청정석탄화력발전 기술을 가동한다고 해놓고 (해당 발전소에) 감사원이나 높은 분들이 갈 때만 켭니다. 안 가면 꺼버리죠. 그것을 알려면 당진이나 보령 화력발전소 근처에 사는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됩니다. 그 지역에서 빨래를 널면 새카매지고 폐암환자 발생률은 다른 곳보다 몇 배나 높습니다.”

그는 노후 화력발전소는 없애고 기존의 화력발전소는 단계적으로 축소하며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20개 설립안은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청정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자력발전에 대해서는 “위험한 에너지”라고 잘라 말했다. 덧붙여 미국은 실리콘밸리의 기술 개발로 원자력보다 태양광 가격(전력생산단가)이 더 떨어졌는데, 한국은 기술개발을 그만큼 하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돌멩이가 없어서 청동기로 바뀐 게 아니고 말이 없어져서 마차에서 자동차로 전환된 게 아니듯, 석유와 석탄이 고갈됐기 때문에 청정에너지 시대로 가는 게 아닙니다. 태양광과 풍력이 훨씬 싸지고 있습니다. 전력원을 태양광과 풍력으로 바꿀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오 사무총장은 국내 전력 생산량 중 30%를 차지하는 원자력발전은 국토의 2%에만 태양광을 설치하면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핵심기술을 해외에서 사와야 하지만, 지금이라도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 따라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죽어가는 중공업 위주의 산업을 살리는 데만 관심이 있습니다. 기득권 때문에 변화가 안 되는 것이죠. 시대가 바뀌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합니다.”

발전소 늘릴 생각 말고 에너지 수요를 줄여야  

오 사무총장은 지금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은 ‘에너지 공급 확대’가 아니라 ‘에너지 수요 억제’라고 강조했다. 지나치게 많이 쓰고 있는 것을 줄여야지 공급을 늘리는 것으로만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 유엔기후변화협약 파리총회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탄소배출전망치(BAU) 대비 37% 줄이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오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와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계획을 전혀 안 세웠다”고 꼬집었다. 기업들이 스스로 탄소배출을 줄이려 노력하기보다, 세금을 들여 해외에서 배출권을 사오도록 압박한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이와 관련, 국내 기업들이 쓰는 산업용전기 가격은 생산원가에 못 미치고 중국보다도 싸서 전력 낭비를 부추기지만, 정부와 한국전력은 가격을 올려 에너지 효율화를 유도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오 사무총장은 또 기후변화 대응을 추진할 부처가 힘을 가져야 하는데, 지난달 17일 부처 간 업무 조정에서 환경부의 힘이 오히려 빠졌다고 비판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이 기후변화정책 컨트롤타워가 되면서 환경부 소속이었던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국무조정실로 이관되고 환경부가 담당하던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정책이 기획재정부로 넘어갔다.

오 사무총장은 “온실가스 컨트롤타워는 국무조정실이 아닌 환경부여야 하며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도 다시 환경부가 찾아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돈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환경부가 정책 기준을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산자부나 기재부는 기업편”이라며 “환경부에서 기재부로 온실가스 배출 규제 권한이 넘어가면서 할당에 의해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 기업이 정부와 흥정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황사와 미세먼지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오기출 사무총장. ⓒ 임국정

오 사무총장은 정부가 황사와 미세먼지를 따로 나누어 관리하는 방식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기상청은 황사를 ‘몽골이나 중국에서 발원한 모래먼지가 상층기류를 타고 우리나라까지 날아와 광범위한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자연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미세먼지는 ‘자동차 배출가스, 매연 등 오염물질에 의해 발생하는 아주 작은 입자(직경 10㎛ 이하)의 먼지 현상’으로 정의한다. 오 사무총장은 “직경 10㎛ 이하의 먼지 현상이라는 정의에 따르면 황사도 미세먼지에 속한다”며 “모든 황사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중국을 거치며 납, 카드뮴, 어떤 때는 방사능 물질까지 섞인 대기오염 물질을 싣고 한반도로 온다”고 말했다.

그는 황사 관측은 기상청이, 미세먼지는 환경부와 지자체가 예보하는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실질적인 미세먼지가 황사로 규정돼 경보가 늦어지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환경청(EPA)이 일괄 규제를 맡는 미국처럼 우리도 환경부로 관리를 일원화해 예보의 신속성과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황사 발원지와 이동경로. 한국으로 오는 황사의 최소 53% 이상이 몽골에서 발생한다. ⓒ 기상청

미세먼지 대책, 한·중·일 협력 필요

“재작년에 중국 대기정책의 리더라고 할 수 있는 중국 환경보호부 공기정화연구기획기술 수석엔지니어 허커빈(He Kebin) 칭화대 교수를 만나 물어봤어요. 한국에서는 미세먼지의 30~50%가 중국 책임이라고 하는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허커빈 교수가 그러더군요. 왜 한국은 스스로 미세먼지를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중국 탓만 하는가. 우리와 공동 조사를 한 적이라도 있느냐. 왜 일방적으로 발표하느냐.”

당시 허커빈 교수는 한국·중국이 미세먼지를 줄이고 몽골도 사막화를 줄이면서 삼국 간에 협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오 사무총장은 “미세먼지 문제로 중국 얘기를 하려면 중국과 공동조사를 하고 공동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가 자꾸 중국 탓만 하면 일본이 그걸 보고 우리 탓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국제협력과 함께 국내에서는 정부가 정책의 신뢰성을 회복하고, 정치권이 온실가스 규제에 적극적으로 앞장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오 사무총장은 강조했다. 정부가 유렵 규제기준을 맞춘 경유차를 ‘클린디젤’이라며 장려하다가 폭스바겐 사태로 경유차의 대기오염 배출 실태가 드러나자 경유 세금을 올리기로 한 것, 고등어·삼겹살 구울 때 미세먼지가 많이 나온다며 엉뚱한 곳에 화살을 돌린 것 등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리고 정치권이 나서서 관료들이 고수하려 하는 현재의 균형을 깨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온실가스 대책을 서두르지 않으면) 영화 <인터스텔라>처럼 인류의 마지막 날을 연상시키는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날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문제를 넘어 미래를 살아갈 다음 세대까지 고려해야만 합니다.”

   
▲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는 오기출 사무총장. ⓒ 임국정

편집 : 박성희 기자

[임국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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