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특강] KBS 견학
주제 ② 드라마와 예능 PD 강연

-아침 6시 기상 드라마 시청률 확인
-회사 출근. 방영되는 드라마 점검: 배우나 작가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지, 시청률이 안 나오는 원인이 뭔지 등등 동료 PD와 상의
-다음 작품(대략 1년 뒤)을 위해 작가 혹은 관련 기획자 미팅
-드라마 예산 관련 회의
-스태프∙작가와 제작회의
-오후 9시 퇴근
-10시 드라마 모니터링

정성효 KBS 드라마사업부장이 설명한 드라마PD로서 자신의 하루 일과다. 하는 일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KBS 소속 드라마PD 70명 대부분이 비슷한 하루를 보낸다고 한다. 자기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을 경우 광고가 얼마나 붙는지, 시청자들이 어떤 댓글을 다는지 확인하는 일이 추가된다. 드라마PD는 사람들이 보통 생각하는 것처럼 ‘커트’를 외치며 대본을 화면으로 살려내는 연출 말고도 광고나 시청률 등 예산이 관련된 프로듀서 업무도 병행한다.

드라마PD 70명 중 조연출을 제외한 60명 정도의 연출 인력이 나눠서 KBS 1TV와 2TV에서 방영하는 드라마의 연출과 제작을 담당한다. 1TV의 대하드라마와 일일드라마, 2TV의 일일 아침∙저녁드라마, 월화드라마, 수목드라마, 주말드라마, 단막극, 연작드라마까지. 드라마가 꽤 많은 편이어서 외주제작사에 속한 작가나 프로듀서와 연계해 일하는 외주제작 방식을 자주 활용한다.

▲ 정성효 드라마사업부장이 드라마PD의 고충을 이야기하고 있다. ⓒ 배지열

800억 쓰고 2200억 벌어주는 드라마의 힘

“KBS 직원이 5,000명 가까이 되는데, 관련 인원이 최대 200명, 최소 70명인 드라마를 왜 중요하게 생각할까요?”

드라마는 한국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시청하는 장르 중 하나다. 정성효 부장은 채널이 어떤 드라마를 편성하고 제작하느냐에 따라 채널 파워나 이미지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특히 채널 파워는 수익과 바로 연관된다. KBS는 드라마 제작비로 1년에 약 800억원을 쓴다. 그런데 줄잡아 1년에 광고 수익 1200억에 콘텐츠 수익 1000억으로 2200억원을 벌어들인다. 게다가 <태양의 후예>처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에 PPL로 등장한 상품은 매출이 증가하는 등 2, 3차 부가적 수익이 발생한다. 드라마의 중요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드라마가 처음부터 수익성이 높았던 건 아니었다.

“1980년 컬러 텔레비전 방송이 한국 드라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흑백일 때는 <여로> 같은 단순한 내용을 다룬 일일 연속극밖에 없었는데 컬러로 바뀌면서 영상적인 실험도 가능해지고 시청자수도 폭발적으로 늘어났죠. 광고도 늘어나고요.”

수익이 늘어나자 방송사 규모가 커졌고 좋은 인력이 많이 들어왔다. 그 무렵인 1991년에 SBS가 개국하면서 시장이 넓어지고 연속극과 영화의 중간단계로 볼 수 있는 ‘미니시리즈’라는 장르가 생겼다.

한류 열풍의 시작도 드라마

수익이 또 증가한 때가 한류 1세대인 2000년대다. 일본에 <겨울연가> <대장금> 등 한국 드라마가 소개되면서 한류가 생겨났다. 정 부장은 당시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경제규모가 10배 정도 컸기 때문에 수익도 10배는 더 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뒤 한류는 2005-6년 <미안하다 사랑한다> <풀하우스> 등 로맨틱 장르 드라마가 일본을 넘어 아시아로 확장된 2세대,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등이 글로벌 시장으로 나간 3세대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한국 드라마는 더욱 발전할 수 있을까?

“중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은 삼국지, 일본은 사무라이, 그리고 한국은 전쟁입니다. 그래서 한국이란 나라에는 무궁무진한 사연, 즉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죠. 지금도 분단되어 있는 유일한 나라이고 게다가 한류 1, 2, 3세대를 통해 축적한 경험도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사정이 버텨만 준다면 드라마는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 한국 드라마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정성효 드라마사업부장. ⓒ 배지열

지상파 대 종편∙케이블의 예능 경쟁

두 번째로 KBS 예능국 김호상 PD의 특강이 이어졌다. 그는 94년 입사 후 <비타민> <청춘불패> <풀하우스> <나는 남자다> <나를 돌아봐> 등 예능 프로그램을 다수 기획했다.

“더 많이 부딪히고 깨질수록 맷집이 늘고 굳은살도 생깁니다. 도전을 반복하다 보면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어야 시청률이 올라가는지 데이터가 쌓이겠죠. 예능PD는 스트레스에 매몰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는 예능 부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부터 예능 부문에서 KBS, MBC, SBS와 JTBC, tvN을 합쳐 방송 5사로 분류하는데, 이는 종편과 케이블의 위상이 상당히 높아진 결과이다.

김 PD는 지상파 예능 시청률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방송환경 변화를 꼽았다. 다매체∙다채널 시대를 맞아 경쟁매체가 많아졌다. 또 방송 3사의 실력 있는 PD들이 이직하면서 예능프로그램 기획 노하우도 함께 넘어갔다. 최근 종편이나 케이블 채널의 예능 프로그램 성공 사례가 늘어난 이유다. <히든싱어> <비정상회담> <마녀사냥> 등 JTBC의 성공한 예능 프로그램 중심에는 지상파 출신 PD들이 있다. KBS에서 이직한 나영석 PD는 tvN에서 <삼시세끼> <꽃보다~> 시리즈 등을 성공시켰다.

“지상파 PD가 양복입고 출근하는 날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출석하는 날입니다. 최근엔 저도 다섯 번이나 갔어요. <비타민> 간접광고건, <뮤직뱅크> 선정성 문제 등 다양합니다.”

김 PD는 지상파 프로그램에 대한 엄격한 규제도 시청률에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종편이나 케이블채널의 예능프로그램을 맛본 시청자들은 한층 더 높은 수위의 자극을 원한다. 하지만 방송심의규정부터 표현 수위에 이르기까지 지상파는 종편이나 케이블과 수준이 다른 제약에 묶여있다. 19금 등급도 안 되고, 욕설∙비속어도 함부로 내보낼 수 없다. 김 PD는 “프로그램에서 다룰 수 있는 수위가 낮다보니 시청률 하락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변화한 방송 환경에 따른 지상파 PD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스마트폰 보급도 TV의 위기를 불렀다. 불과 4년도 안 된 현상이다. 김 PD는 종편과 케이블의 약진과 더불어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방송환경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사람들은 TV를 보면서 스마트폰으로 SNS도 하고, 인터넷 검색도 한다. 시청자의 TV몰입도가 떨어진 것이다. 김 PD는 “특히 구매력이 높아 광고주가 선호하는 2049 세대의 몰입도 저하가 가장 큰 문제”라며 “TV 시청층이 점점 60대 이상으로 올라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창의력보다 더 중요한 예능PD의 리더십

“22년차 PD라서 공채 면접위원으로 자주 참가하는데요. 어떤 사람이 예능PD로 적합한지 따져볼 때, 가장 눈여겨보는 것은 면접자의 인성입니다. 인성이 좋고 리더십이 있는 사람을 회사적응력, 발전가능성 부분에서 높게 평가합니다.”

▲ PD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리더십'을 꼽은 김호상 PD. ⓒ 배지열

리더십 60%, 창의력 40%. 김 PD가 제시한 예능PD의 덕목이다. 그는 ‘창의력’보다 협업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리더십’이 PD가 갖춰야할 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실제 사례로는 한 번 촬영을 나갈 때 150명 정도의 스탭이 함께 움직이는 <1박2일>을 들었다. 프로그램의 총 책임자인 PD가 리더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 150명이 피곤해진다는 것이다. 김 PD는 “예능PD는 디자이너나 작곡가처럼 혼자 창작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수많은 스탭을 이끌고 협업하면서도 모든 일의 책임을 지는 사람이 예능PD”라고 설명했다.

‘걸그룹에 몸빼바지를 입혀보자’는 발상의 전환

“최근 요리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쿡방(요리하는 방송)이 대세였죠. 예능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첫 번째는 트렌드를 잡는 것입니다.”

2003년은 우리 사회에 웰빙 트렌드가 각광받기 시작한 때였다. 잘 먹고 잘 사는 법, 건강하게 사는 법이 당시 사회의 화두였다. 김 PD가 KBS의 장수 예능프로그램 <비타민>을 기획한 것이 바로 그 시기다.

10억 만들기, 주식으로 부자 되기, 직장인 성공신화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았던 2006년에는 대한민국 최초 경제전문 예능프로그램 <경제비타민>이 김 PD에 의해 탄생했다. 소녀시대의 써니, 카라의 구하라 등을 아이돌 스타로 만들었던 <청춘불패>도 2009년 불었던 아이돌 열풍에 따른 결과물이다. 김 PD는 “당시 ‘뮤직뱅크’ 시청률이 10%를 돌파하고, 아이돌그룹이 출연한 ‘스타골든벨’이 매주 화제가 될 정도”였다며 “아이돌 트렌드를 감안해 ‘걸그룹 멤버를 모아 몸빼바지를 입혀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보다 쉽게 트렌드를 파악하는 방법은 서점에 가는 것이다.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 베스트 셀러를 쭉 살펴보면 몇 가지 키워드가 보인다. 예를 들어 건강 코너에서 '암을 이기는 운동법'이나 '건강 백세 시대'등을 다룬 책이 상위권에 있으면 사람들 관심이 ‘암’이나 ‘백세 시대 건강법’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로그램 <비타민> 기획회의는 서점에서 할 정도다. 서점에 트렌드가 있다. 예능은 포맷이다.

▲ <비타민>은 KBS 간판이자 장수 예능 프로그램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 KBS <비타민> 갈무리

”교양은 ‘간에 좋은 미나리의 모든 것을 알려 준다’고 하지만 예능은 ‘간에 좋은 것은 무엇일까요?’라고 묻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을 잘 만드는 방법은 포맷을 잘 짜는 것이다. 리얼 버라이어티 장르가 많은 요즘에는 출연자나 아이템 선정에 신경 쓰지만 안정적인 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기본적인 형식 중 하나인 퀴즈 프로그램은 KBS2 <1 대 100>, KBS1 <도전! 골든벨> 등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다. 2007년 최고 인기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KBS2 <상상플러스>는 ‘20대는 알고 50대는 모르는 네모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프로그램이 끝날 때쯤 답을 공개하는 형태를 취했다. 퀴즈 프로그램의 핵심은 궁금증을 끝까지 끌고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능에 자주 등장하는 서바이벌 형식 프로그램으로는 Mnet <슈퍼스타 K>, KBS2 <불후의 명곡> 등이 있다. 이러한 장르 역시 결말에 대해 시청자가 궁금해하도록 구성해야 한다. KBS2 <해피투게더-프렌즈>는 두 연예인이 나와 학창시절 친구를 찾는 대결 구도를 가졌다. 스타가 친구를 찾기까지 여러 가지 덫을 놓고 시청자가 지루하지 않게끔 편집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러한 장치가 자리를 잡으면 어느 게스트가 나와도 시청자는 기대감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보게 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대박 프로그램은 낡은 요소의 재결합에서 나옵니다.”

IT와 택시가 결합해 우버가 탄생했듯 이종 요소를 엮어 ‘대박’ 난 프로그램이 많다. 1인 인터넷 생방송과 공중파 TV가 만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대표적이다. 김 PD는 아이디어 발상 때 현재 유행하는 프로그램의 출연자와 아이템을 한 페이지에 모두 적어보라고 조언했다. 인기리에 종영한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출연한 송중기와 송혜교를 데려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등장시키는 소재로 새 프로그램을 구성해보는 식이다. 시청자는 완전히 새로운 것보다는 어디서 본 듯 익숙하면서 ‘트렌디’한 프로그램을 선호한다.

프로그램의 제목을 지을 때도 공식이 있다. 트로트 가수 태진아는 자신의 예명을 정할 때 소위 잘나가는 연예인이던 태현실∙남진∙나훈아의 이름을 한 글자씩 합쳐서 만들었다. 김 PD 역시 제목을 고민할 때 유명하고 인기있는 영화나 드라마의 제목을 모두 모아두는 작업을 먼저 한다. 기존의 것들을 어떻게 융합하고 변용하느냐에 따라 대박이 탄생한다. 대박은 우리 주변에 있다.

뇌는 새롭고 낯선 것으로 끊임없이 자극을 주어야 성장한다. 익숙한 것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김호상 PD는 기자와 PD를 꿈꾸는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에게 스터디를 할 때 다른 전공의 학생들로 구성하라고 조언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발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분야와 교류하면서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강조하며 특강을 마무리지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1학기 <저널리즘특강>은 김종철 이대근 곽윤섭 박태균 김호상 임병도 오연호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박경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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