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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못 찍는 기자는 ‘반쪽 기자’
[저널리즘특강] 곽윤섭 한겨레 사진기자
주제 ① SNS 시대의 비주얼 저널리즘
2016년 06월 16일 (목) 14:12:38 김현우 견민정 염선문 기자 withtmac@naver.com

“사진은 기본이에요.” 26년째 <한겨레> 사진팀에서 일하는 곽윤섭 선임기자의 말이다. 글 기자라고 사진을 찍지 않는 게 아니고 사진기자라고 글을 쓰지 않는 게 아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기자의 글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저널리즘에 관심 있는 사람만 뉴스를 보는 시대다. 언론은 이제 뉴스보다 다양한 콘텐츠가 담겨야 한다.

독자의 관심을 끄는 것을 찾아내는 일이 미래 언론인의 역할이고 관심을 끄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언론인의 사명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사진을 모르고 언론인이 된다는 것은 굉장히 부족한 상태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곽 기자는 말한다.

   
▲ 곽 기자가 한자를 들어 사진보도의 기원을 설명하고 있다. ⓒ 견민정

사진은 동굴 벽화와 같은 하나의 메시지

한국에는 사진 교육이 없다. 미술교과서에서나 보는 사진이 전부다. 사진이 무엇인지, 사진을 찍는 게 무엇인지 학생들은 모른다. 그러나 사진을 찍는 목적은 간단하다. 글쓰기와 마찬가지로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스페인 북부 산탄데르 마을에서 발견된 알타미라 동굴 벽화는 그림으로 소통한 사례다. 구석기 시대 사람들이 소통을 위해 그린 것이다. 당시는 문자가 없어 그림을 통해 생각을 알려주던 시대다.

   
▲ 라스코 동굴벽화. 자세히 보면 사냥하는 장면이 아닌 전투 장면이다. ⓒ곽윤섭

프랑스 몽티냐크(Montignac) 마을에서 발견된 라스코 동굴 벽화에 담긴 정보가 무엇인지 곽윤섭 선임기자가 물었다. 한 학생이 사슴을 사냥하는 그림이라고 답하자 곽 기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방적인 사냥이 아니라 사슴과 인간의 혈투를 그린 그림이라는 설명이다.

“사람과 사슴이 마주보고 달려들어요. 그림 상단에 있는 사람은 털썩 주저앉았고, 위에서 세 번째 사람은 피를 흘리며 주저앉았어요. 이건 사냥이 아니에요. 전투였죠. 여기서 살아남은 사람이 아마 이 그림을 그렸을 거예요.”

5명중 멀쩡해 보이는 사람은 위에서 두 번째다. 사냥 갈 때 무리하지 말고 사람을 많이 데리고 가라는 메시지를 문자가 아닌 그림으로 남겨서 전한 것이다. 이렇게 메시지를 남긴 그림이 후에 상형문자로 나타난다.

상형문자는 기존 세상에 존재하는 이미지를 단순화해서 표현한 것이다. ‘象’(코끼리 상)과 ‘Elephant’라고 쓰는 문자를 들여다봤을 때, 코끼리 이미지가 떠오를 확률이 높은 문자는 ‘코끼리 상(象)’이다. 코끼리 이미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Elephant’ 같은 선형 문자는 규칙을 모르면 해석이 불가능하다. 선형 문자는 사회의 약속이고 하나의 규칙이다. 그러나 상형문자는 그 규칙을 알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추론으로 의미를 알아낼 수 있는 ‘날 것’의 언어다.

   
▲ 나시족의 상형문자 동파문. ⓒ 곽윤섭

중국 운남성에 거주하는 소수민족, 나시족의 동파문(东巴文)은 한자와 함께 현재까지 쓰이는 상형문자다. 문자가 나타내고자 하는 의미를 실제와 비슷하게 표현해 해석이 크게 어렵지 않다. 위 상형문자는 아이를 출산한 뒤 아이가 오래 살기를 기원하며 노래하고 춤추며 잔치를 벌였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고대 인류가 태양을 동그랗게 그린 것과 아이를 작은 사람으로 묘사한 것을 보면 매일 떠오르는 태양처럼, 아이의 장수를 비는 내용임을 알 수 있다. 또 팔다리를 흔드는 문자로 춤을 추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입에서 물결 모양이 흘러나오는 모습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곽 기자는 “상형문자는 상당히 직관적인 언어”라며 “사진이 담는 이미지도 상형문자와 마찬가지로 직관적인 이해가 가능한 날 것의 언어”라고 강조한다.

이미지는 사전 교육 없이도 이해할 수 있는 날 것의 텍스트라서 강렬하고, 빨리 이해할 수 있으며 잊히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차이점도 있다. 상형문자와 달리 사진은 눈에 보이는 것을 기계를 통해 남긴다. 사진은 상형문자와 달리 피사체와 프레임, 각도와 광량, 배경이 모두 포함돼있는 언어다. 이 때문에 사진을 찍거나 읽을 때는 눈에 보이는 것을 다 읽고 이면을 파악해야 한다.

   
▲ 2009년 유에스 에어웨이즈 소속 항공기가 허드슨 강가에 추락한 사진. 프레임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사진의 메시지가 달라진다. ⓒ 곽윤섭

곽 기자는 2009년 유에스 에어웨이즈(US Airways) 소속 여객기가 뉴욕 허드슨 강에 추락한 장면이 담긴 두 장의 사진을 보여줬다. 한 사진은 강물 위 여객기만 확대한 사진이고 다른 사진은 허드슨 강가 도시도 함께 담긴 사진이다. 이해의 깊이가 다를 수 밖에 없다. 클로즈업된 사진만 보면 파란 바탕이 강인지 바다인지 알 수 없다. 반면 다른 사진에는 추락 장소가 도시 근처이고 해가 넘어가고 있는 저녁시간에 추락했다는 정보가 담겨있다. 곽 기자는 두 사진을 비교하며 “사진 찍기의 모든 원칙은 필요한 정보는 많이 담고 필요 없는 정보는 많이 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물사진 편집은 가능하다

사진가는 프레임과 프레임 안에 있는 피사체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한다. 인물사진에서 피사체는 인물이다. 같은 인물을 찍더라도 프레임에 따라 메시지가 달라진다. 인물을 어떤 각도로 찍는지, 초점을 어디에 맞추는지, 거리가 멀고 가까운지에 따라 인물이 달라진다.

2011년 10월 7일, IT업체 애플의 창립자인 스티브 잡스가 죽었다. 한국 언론은 일제히 1면에 스티브 잡스 사망 소식을 알렸다. 그러나 잡스의 사진은 모두가 다른 사진을 썼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잡스의 옆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반면 <한국일보> <한겨레> <경향신문>은 정면 사진을 담았다. 사진 크기도 신문사에 따라 제각각이었다.

   
▲ 같은 인물이지만 언론사가 쓴 사진은 제각각이다. ⓒ 곽윤섭의 사진마을

곽 기자는 “사진을 크게 쓸수록 사건의 비중이 커지고 주목도 더 잘 받는다”고 설명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연평도 포격사건이 벌어졌을 때, 한국 주요 일간지는 너나 할 것 없이 통단으로 사진을 배치했다. 언론이 이 사건을 중요하게 생각해서다. 스티브 잡스 추모기사도 마찬가지다. 사진의 크기에 따라 언론사가 평가한 잡스의 비중도 다를 수밖에 없다.

잡스에 대한 언론사의 평가는 다른 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경향>과 <한겨레>가 쓴 사진에서 잡스는 정면을 응시한다. 왼손으로 턱을 괴고 신중하게 고민하는 사진이다. 한국일보가 쓴 사진은 정면사진이지만 조용히 미소를 짓는 사진이다. 반면 <조선> <중앙> <동아>에서 잡스는 파안대소를 하고 있다. 눈가와 입가, 콧등에 잔주름이 깊게 패일 정도로 웃는 사진이다.

인물사진에서 각도는 사람의 성향을 규정한다. 곽 기자는 “얼굴 정면은 옆모습보다 더 강하고 권위적이고 수직적”이라고 말했다. 독자와 시선을 마주치기 때문에 독자의 시각적, 심리적 피로도가 생긴다는 것이다. 조용히 정면을 응시하는 사진을 쓴 <한겨레>와 <경향>은 스티브 잡스를 위인이나 시대를 앞서나간 인물이라고 평가한 셈이다. 반면 미소를 짓는 사진을 쓴 <한국>은 <한겨레>와 <경향>보다 인간적인 면모를 조금 더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선> <중앙> <동아>는 어떨까? 만약 파안대소하는 정면 사진을 썼다면 독자는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독자는 안중에도 없다는 식으로 읽힐 수 있다. 그런데 옆모습 사진을 쓰면서 그런 반감을 피했다. 옆모습 사진은 독자에게 편하다. 정면 사진과 달리 인물이 나를 보지 않아서 의식할 필요도 없고 피로도 거의 생기지 않는다. 정면보다 더 부드럽고 수평적인 각도다. 사진을 찍히는 입장에서도 렌즈를 바라보지 않으니 더 솔직한 표정이 나온다. 여섯 개의 신문에서 스티브 잡스는 자신만만한 IT 천재, 성공한 비즈니스맨 또는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꾼 위인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언론사가 정한 사진의 크기와 표정에 따라 인물의 성격 규정이 바뀐 예다.

 

 
▲ 알버트 아인슈타인. ⓒ flickr

상대성 이론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역시, 프레임에 따라 인물의 성격 규정이 바뀐 좋은 예다. 아인슈타인의 대표적 사진으로는 우선 혀를 익살스럽게 내밀고 찍은 게 있다. 천재 물리학자지만 자기 집주소도 외우지 못했다는 괴짜 과학자의 모습이 담겼다. 다른 하나는 깍지 낀 두 손으로 턱을 괴고 하늘을 응시한 채 고뇌하는 사진이다. 에너지 생성 공식을 발견해 과학을 한 단계 발전시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원자폭탄 개발에 원치 않게 기여한 그의 고민이 담겨있다.

보도사진 연출은 신뢰도에 치명적

“인물 사진은 어느 정도 연출이 가능해요. 어떤 소품을 활용할지, 어떤 배경으로 찍을지는 독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에요. 하지만 보도에 쓸 현장사진은 좀 다릅니다. 보도사진은 정보가 담겨야 해요. 사진은 현장 그대로를 날 것으로 전달해야 해요. 사진기자가 연출을 해 현장을 훼손했다면 언론사의 신뢰도는 바닥을 칩니다.”

   
▲ '아버지의 깃발'로도 유명한 Second Flag, 먼저 찍힌 First Flag(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 Joe Rosenthal The Associated press(좌) SSgt. Louis R. Lowery, USMC(우)

위 사진은 이오지마에서 촬영된 ‘두 번째 깃발(Second flag)’이다. 태평양 전쟁에서 미군을 잘 보여준 사진이다. 그러나 사실 이 사진은 연출된 사진이다. 사진을 보면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있다. 전장에서 깃발을 꽂는 행위는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키는 위험한 행위다. 깃대 주변으로 경계를 서는 병사도 없다. 사진 제목도 ‘두 번째’다. 첫 번째 사진이 있었다는 의미다.

당시 촬영된 ‘첫 번째 사진(First flag)’을 보면 병사들이 사주경계를 철저히 한다. 미군 사령관은 첫 번째 사진 대신 연출된 두 번째 사진을 기자들에게 보낸다. 영웅적으로 묘사된 두 번째 사진을 신문에 싣게 해 전쟁자금을 얻고 미군의 이미지를 좋게 하려는 계획이었다. 언론이 연출된 사진을 의심하지 않고 받아쓴 결과, 연출된 이미지가 사실로 굳어진 사례다.

사진기자는 연출의 유혹을 받기 십상이다. 시간은 없는데 제대로 된 ‘그림’이 나오지 않아서다. 그러나 연출된 사진은 거짓을 사실로 바꾼다. 날 것 그대로를 보여 줘야 할 사진이 연출된 사진이었다면 사진기자의 신뢰도는 무너진다.

1989년,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산호초’ 사진을 싣는다. 누군가 산호초에 ‘KY’란 글자를 새기며 산호초를 훼손했다는 고발기사였다. 하지만 같은 날 멀쩡한 산호초 사진이 발견된다. 사진을 찍은 기자는 자신이 ‘KY’를 새겼다고 실토한다. 아사히 신문은 다음날 독자에게 사과한다. 사진기자, 사진부장, 편집부장은 줄줄이 사퇴서를 냈다. 2006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베이루트 공습사진도 대표적인 조작사진이다. 로이터의 한 사진기자는 폭격 현장 사진을 ‘포토샵’으로 조작한다. 그러나 이 사진은 미국의 한 블로거에게 덜미가 잡힌다. 사진을 조작한 사진기자는 직장에서 잘렸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결과는 달랐다. 막걸리와 수박을 농민에게 대접한 사진을 ‘기우제’라 보도한 사진기자가 있었고 새해 일출 사진에 수탉 형상을 몽타주로 넣어 사진을 연출한 기자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해고되지 않았다. 곽 기자에 따르면 오히려 승진에 승진을 거듭했다고 전해진다. 곽 기자는 “기자는 연출가도 아니고 PD도 아니다”라며 “기자는 그저 기록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현장에서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으면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충돌하는 행복추구권과 표현의 자유

대한민국 국민은 헌법에 따라 행복추구권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는다. 행복추구권은 사진에 찍히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며, 표현의 자유는 누구든 사진, 글, 그림 등을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를 보장한다. 기자는 시민을 촬영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상충하는 두 개의 개념이 충돌하면 시민의 행복추구권이 기자의 표현의 자유를 앞서기 때문이다.

곽 기자는 일을 하며 수만 명 사람을 신문에 실었지만 몇 차례 항의전화를 빼고 한 번도 소송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기자는 시민에게 자신이 촬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시민이 기자의 존재를 알았음에도 거부를 하지 않는다면 촬영을 진행해도 좋지만, 촬영을 거부하면 그 자리에서 사진을 지우고 사과를 해야 한다. 곽 기자는 "현장에서 시민이 기자와 카메라의 존재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언론중재위원회 판결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며 “시민이 현장에서 기자를 인식했다면 후에 항의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공인은 시민과 달리 사진을 찍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현재 광범위하게 알려진 사람을 공인이라 하며, 연예인, 재벌, 대학교수, 언론인, 유명한 공무원이 포함된다. 그렇다면 기업 오너의 약혼녀는 공인일까 아닐까?

곽 기자는 디스패치의 신세계 오너 약혼녀 공개 사건을 예로 들었다. 그는 “기업 오너의 약혼녀는 세간의 이목을 끌 인물임이 타당하고 입에 오르기 때문에 공인으로 인정한다”고 설명하며 “문제는 레스토랑, 호텔, 쇼핑몰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쫓아다니던 파파라치들이 2007년 사생활 침해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판사는 그들이 촬영한 차량을 사적 공간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기자는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을 구분하여 촬영해야 한다. 사적 공간인 학교 운동장, 강의실, 가정집 등은 허락 없이 촬영해서는 안 되지만 천장 없는 시장, 야구장 외야석, 광장과 같은 공적 공간에서는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다. 하지만 공적 공간이더라도 촬영을 해서는 안 되는 때가 있다. 시민이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면 찍어서는 안 된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1학기 <저널리즘특강>은 김종철 이대근 곽윤섭 박태균 김호상 임병도 오연호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김민지 기자

[김현우 기자]
단비뉴스 전략부, 미디어팀 김현우입니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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