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특강] 곽윤섭 한겨레 사진기자
주제 ② 인터뷰 사진 실습

“필요한 정보는 반드시 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과감히 버리세요.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예요. 보도사진뿐 아니라 예술 사진, 일상 사진 등 모든 사진에는 정보가 담겨 있어야 합니다.”

곽윤섭 기자는 특히 인터뷰 사진에서는 인터뷰 대상에게 제스처를 요구하거나 배경을 설정하는 등 정보를 담기 위한 기자의 적극적인 연출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 곽윤섭 기자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며 사진에 대한 통념을 깨주었다. © 견민정

눈∙입∙손∙배경은 사진에서 왜 중요한가

곽 기자는 인터뷰 사진을 찍을 때는 4가지 원칙을 지키는 게 좋다고 말했다. 첫째, 카메라를 응시하라. 피사체가 카메라, 곧 렌즈를 응시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사진은 흡사 피사체와 독자가 눈 맞춤을 하며 대화를 하는 효과를 가져와 전달력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가장 단순하지만 중요한 원칙이다.

둘째, 입을 열게 하라. 입을 열고 있는 사진은 실제 말을 하는 것과 같은 모습으로 친근감을 높일 수 있다. 곽 기자는 피사체의 입을 열게 하는 방법 중 가장 좋은 방법으로 질문을 꼽았다. 이때 좋은 질문이란 상대방의 관심사나 취미에 관련된 질문이다. 50대 CEO를 취재할 때는 골프에 관한 질문을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유머를 하나씩 갖고 다니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유머가 가진 힘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동료인 <한겨레> 조현 종교전문기자를 예로 들었다. 조 기자는 주로 신부와 스님, 목사 등 종교인을 만나는데, 인터뷰 시작 전 유머로 현장 분위기를 부드럽고 화기애애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곽 기자는 웃고 있는 사진이 독자의 호감을 살 수 있다고 귀띔했다.

셋째, 손이 얼굴 근처에 있게 하라. 보도 사진에서는 손이 얼굴 근처에 있을수록 사진의 주목도가 높아진다. 이때 손에는 그 사람의 직업이나 소속된 집단, 성향, 취미 등을 알 수 있는 소도구가 들려있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기자에게 펜을 들도록 요구하거나 직장인에게 신문을 들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이때 소도구의 크기는 클수록 좋다. 스마트폰보다 전공서적, 수첩보다는 노트북이 효과적이다. 그는 기자가 펜이 아닌 망치를 들고 있어도 좋다고 말했다. 의외성이 높은 재미있는 사진이기 때문이다. 독자의 시선이 얼굴이 아니라 소도구에 쏠리는 것을 주의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넷째, 배경을 담아라. 배경은 소도구와 함께 피사체의 정보를 가장 확실하게 전달하는 요소다. 배경에 의해 소도구가 더 부각되기도 한다. 농구공을 들고 있는 학생을 찍을 때는 운동장이 어울린다. 배경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추상적인 학교보다는 도서관이나 계단, 운동장과 같은 구체적인 장소가 배경에 어울린다는 것이다. 서울의 랜드마크가 남대문, 남산, 63빌딩인 것과 같은 이치다. 그는 랜드마크가 존재하는 이유를 “서울을 나타내면서도 구체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불행하게도, 이제 펜기자, 사진기자라는 구분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여러분이 피디를 하든 기자를 하든, 사진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사진, 영상, 글을 함께 다룰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를 요구하는 시대가 너무 빨리 와버렸습니다.”

곽 기자는 변화한 미디어 환경에서 사진 활용 능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실제 인터뷰 사진을 촬영해보는 시간을 이어갔다. 실습은 네 명씩 한 조를 이뤄 진행됐다. 그는 “네 학생이 번갈아 가면서 촬영을 하고, 각자 한 가지씩 직업적 역할을 설정해 최대한 그 특성이 드러나게 촬영해 오라”고 주문했다. 또 “앞서 배운 네 가지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 카메라맨을 콘셉트로 인터뷰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을 촬영한 유수빈 학생은 “카메라맨의 특징을 강조하기 위해 녹음실 벽과 조명 등 배경을 특히 신경 썼다”고 말했다. ⓒ 견민정
▲ 배드민턴 선수를 콘셉트로 인터뷰 사진을 찍고 있다. 운동선수다운 복장 연출과 야외를 배경으로 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 견민정
▲ 목수 컨셉트로 인터뷰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목수 역할을 한 김현우 학생은 “직업적 전문성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 박고은

“이 사진은 원칙을 잘 지켰는데, 하나 아쉬운 게 있습니다. 뭘까요?”

▲ 인터뷰 실습 사진을 평가하고 있는 곽윤섭 기자. © 견민정

한 학생이 “헬스 트레이너인데 근육이 없습니다, 그게 아쉬워요”라고 말하자 강의실에는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곽 기자도 함께 웃다가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인터뷰 실습사진 평가를 시작했다. 그는 사진의 아쉬운 점으로 배경을 꼽았다. 배경에도 인터뷰 대상과 관련된 정보가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진 배경에는 헬스장과 관련된 정보가 없다.

▲ 혹평을 받은 강력범과 형사 인터뷰 사진. © 손은민
▲ 배경을 고려하지 않은 수험생 인터뷰 사진. © 박장군
▲ 소품 위치가 아쉬운 청소노동자 인터뷰 사진 © 염선문
▲ 노트북 위치를 지적받은 인터뷰 사진. © 임국정

위 사진에는 노트북이 얼굴 밑에 있다. 노트북을 얼굴 높이와 맞추기 위해서는 노트북을 들어야 한다. 양손으로 들고 찍어야 신문에 나갈 수 있는 사진이 된다.

“훌륭합니다. 이 정도면 신문에 당장 실려도 되요. 흠 잡을 데가 없네요.”

▲ 큰 소품이 장점인 카메라맨 인터뷰 사진. © 유수빈
▲ 소품과 자전거 위치가 절묘했던 자전거 수리공 인터뷰 사진. © 박기완

곽 기자는 카메라맨과 자전거 수리공 사진을 보고 “신문에 쓸 수 있겠다”며 칭찬했다. 사진에는 인터뷰 사진의 4가지 원칙이 잘 담겨있다. 자전거 정비 도구는 인터뷰이가 자전거 정비공이라는 정보를 준다. 그는 사진에 자전거의 일부만 드러난 것을 높이 평가했다. 사진에서 강조해야 할 부분은 자전거 수리공이지 자전거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진에 자전거 전체가 실리면 독자의 시선이 분산된다. 자전거의 일부만 등장하더라도 인터뷰이가 자전거 수리공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 큰 카메라는 인터뷰 사진 넷째 원칙에 부합한다. 얼굴 근처에 있는 큰 소품은 사람들 눈길을 끌 수 있다.

“사진은 실력이 아니라 성의다”

사진 평가가 끝난 뒤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청소노동자 인터뷰 사진을 찍어 연출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은 학생은 “기자가 사실을 전달할 때 연출을 하면 안 된다고 알고 있는데 인터뷰 사진을 연출해도 되는 거냐”고 물었다. 곽 기자는 “발생사건 사진과 달리 인터뷰는 나와 매체가 자의적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필요에 의해 인터뷰이에게 허락을 받고 독자에게 소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도에 맞는 연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 사진은 간단한 원칙을 지킬 것이냐 말 것이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실력이 아니라 성의라는 것이다. 정보의 90%는 얼굴, 10%는 손, 그걸 도와주는 건 소품이다. 성의를 보여 원칙을 지키면 인터뷰 사진 찍기는 쉽다. 반대로 아무리 쉬워도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실제 결과물도 잘 나오지 않는다. 곽 기자는 “오늘 이후로 단비뉴스에 실리는 사진은 달라져야 한다”는 말로 강의를 마무리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1학기 <저널리즘특강>은 김종철 이대근 곽윤섭 박태균 김호상 임병도 오연호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황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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